인터넷에 군사기밀에 가까운 비밀스런 정보도 떠다니고 있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런 정보들은 주로 해커 커뮤니티나 언론사 홈페이지 등을 통해 전파된다. 한 곳에서 공개되면 급속히 확산되는게 특징이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는 복잡한 기술문서에 지나지 않지만, 임자(?)를 만나면 범죄행위에 악용되기도 한다.
'1.25 인터넷' 대란의 원인이 된 '슬래머'가 한 보안회사가 발표한 MS SQL서버의 보안취약점을 이용해서 제작된 해킹 툴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보안 전문가들은 슬래머 제작자들이 지난 해 5월17일 영국의 보안회사 NGS소프트웨어(http://www.nextgenss.com)가 발표한 기술문서의 공격원리와 공격효과를 참조해서 슬래머를 제작, 유포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인터넷의 많은 부분은 자율적인 계약과 책임 속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익명성으로 인한 범죄 행위 역시 대부분 현행법으로 제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 떠도는 몇몇 비밀 문서들은 그 익명성으로 인해, 미래의 범죄 행위로 연결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에 떠다니는위험천만한 문서들...해커커뮤니티가 확산 주도
현재 인터넷에는 보안 제품을 회피해서 해킹하는 방법(침입신호로 볼 수 있는 패킷을 조작해서 침입탐지시스템이 침입으로 인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기술)과 같이 사용 여하에 따라 위험천만한 기술내용이 공개돼 있다.
또 위성자동위치측정시스템(GPS)으로 지리정보를 수집한 뒤 폭격 대상 지역에 정밀하게 폭탄을 떨어뜨리는 'JDAM'탄을 무력화시키는 GPS 교란장치(GPS 재머)에 관한 정보도 노출돼 있다.
심지어 차 안에서 랩탑 컴퓨터를 통해 교차점을 선택하고 신호등 주기를 바꿀 수 있는 교통신호 해킹방법 등이 적힌 문서까지 인터넷에 떠다닌다.
위의 문서들은 국내외 언더그라운드 해킹 커뮤니티에서 최고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전자 매거진 프랙(www.phrack.org)에 소개된 내용이다. 이 잡지는 해커 커뮤니티에 관한 기술과 정보, 운영체제, 네트워킹 기술, 텔레포니, 언더그라운드 기술에 관한 내용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해커즈뉴스(www.hackersnews.org)의 '리눅스 팁'이나 와우해커(www.wowhacker.org) 같은 국내 해킹 커뮤니티 사이트를 통해 한글로 된 내용들이 인터넷에서 확산되고 있다.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 논란
이런 문서들은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보안기술을 발전시키는 데 공헌하는 교육용 자료일까. 아니면 사회의 기본질서를 흔들 수 있는 위험천만한 내용일까.
물론 이런 문서들-특히 공격기술에 관한-을 내놓을 때, 저자와 공급자들은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필요한 '경고'도 하고 있다.
'공개한 문서는 단지 교육용이며, 이 문서로부터 얻은 지식에 대한 책임은 독자가 진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있는 것.
한 언더그라운드 해커는 "프랙에 나와 있는 내용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며 "프랙의 저작물들은 IT기술이 단지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을 아무 대가없이 교육용으로 제공하는 것이며, 이는 전세계 보안기술의 발전을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비밀스런 기술문서에 대해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찮다.
보안업계 한 관계자는 "예를 들어 이번 이라크전에 사용됐다는 러시아제 GPS 교란장치에 대한 기술문서의 경우 우리나라 국방부에서도 개발중인 기술로 알고 있다"며 "인터넷에 떠도는 문서가 국방부 개발 기술이 아닌 프랙 잡지의 번역본이라고 하더라도, 국가 기밀과 관련있는 기술이 인터넷에 떠도는 것은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러시아가 개발한 GPS 교란장치는 97년부터 동남아 무기전시회 등에서 전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프랙에서 어떤 경로로 이런 기술문서가 작성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운영자들이 전세계 해커나 보안 전문가들로부터 기고를 받아 게재하고 있는 만큼 군 쪽에 관계하는 사람이 작성하지 않았나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국내 사이트에 게재된 GPS 교란장치에 대한 문서는 이라크전이 일어나기 전부터 있었으며, 제작법과 부품번호까지 친절하게 설명돼 있다.
한편 GPS 교란 장치는 지난 달 24일 부시 미국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항의하면서 외교적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미국은 자국의 정밀유도탄(JDAM탄)을 이라크가 러시아제 GPS교란장치로 제어, 오폭사고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해상도 높은 군사용 사진도 인터넷에 공개돼
인터넷에는 비밀스런 기술문서만 있는 게 아니다. 이번 미국의 이라크침공에서 드러났듯이 군사용 사진이나 각종 심리전에 활용되는 도구들도 인터넷에 떠돌고 있다.
황호상 합동참모대 교수는 최근 열린 제3회 사이버테러정보전 컨퍼런스에서 "인공위성 덕분에 해상도가 높아 군사용으로 손색이 없을 정도의 사진들이 언론사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영 연합군이 후세인 등 이라크 지휘부가 후세인의 고향인 티그리트에서 회의를 개최한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이곳에 공습을 집중한 것도 후세인이 거리유세를 하는 장면을 찍은 아랍 언론의 사진에서 힌트를 얻은 것.
사진의 뒷 배경이 바그다드가 아님을 알고 인공위성과 무인 정찰기, 첩보원들을 동원, 후세인이 티그리트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을 감지한 것이다.
정보 공유의 속도가 가치를 좌우하고, 사소한 정보 수집이 큰 결과를 예측하는 인터넷과 정보기술의 속성을 제대로 이용한 것이다.
황철준 국방부 정보화정책관도 "정보전의 도구가 신문에서 라디오로 TV와 케이블방송을 거쳐 인터넷으로 확산되고 있는 만큼, 이에 걸맞는 새로운 전시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땅한 대책없어 고민
'비밀'과 '기밀'의 차이는 무얼까. 남에게 보이거나 알려서는 안 되는 일이 '비밀'이라면, 특히 외부에 드러내서는 안되는 중요한 비밀은 '기밀'이다.
비밀이 주관적인 거라면, 기밀은 공적인 성격이 강한 것.
인터넷에 떠도는 비밀스런 문서들을 무조건 규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유로운 토론과 정보공유를 생명으로 하는 인터넷에 국가기관이 잘못된 검열의 손길을 보낼 때, 인터넷은 '죽음의 땅'으로 변할 것이다.
인터넷에 떠도는 비밀문서들을 책임감을 갖고 합법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네티즌이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법당국의 고민은 적지 않다. 폭탄물 제조 사이트나 자살 방조 사이트처럼 불법행위 여부가 명백하지 않기 때문에, 항상 긴장하고 있어야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비밀스런 문서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것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면서도 "이런 문서들이 지각능력이 부족한 10대나 20대 손에 들어가 상상할 수 없는 파괴력을 갖게 될 까 염려된다"고 토로했다.
/김현아기자 chaos@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