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식별번호체계,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
"번호의 자부심이 다릅니다"고급스러운 갤러리를 둘러보고 있는 남자, 큐레이터가 다가와 휴대폰 번호를 묻고 남자는 011 뒤의 일곱 자리 번호만 말한다. 번호를 받아 적고 가던 큐레이터가 잊었다는 듯 다시 돌아서며 손님에게 묻는다. "011이시죠?"많은 사람들이 번호의 자부심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경쟁사로서는 인정하기 싫은 얘기지만 현실이 그렇다. KTF와 LG텔레콤이 SK텔레콤의 011 브랜드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동통신 식별번호 체계를 뒤바꿀 '번호이동성제도' '번호공동사용제도' 도입에 대한 3사의 엇갈리는 입장을 들어봤다.
"011 같이 쓰자"
현행 휴대폰 번호는 사업자별로 고유의 식별번호를 갖고 있는 체계다. SK텔레콤(이하 SKT)이 011과 017, KTF가 016과 018, LG텔레콤(이하 LGT)이 019를 사용한다. KTF와 LGT는 011 식별번호를 3개 사업자가 공유하는 '번호공동사용 제도(Number Pool)'를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는 내용의 건의문을 정보통신부에 제출했다.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IMT2000부터 도입하기로 결정된 '번호이동성 제도'를 보완, 앞당기자는 의도다.
아직 사용하지 않는 011-2XXX-YYYY의 2XXX 4자리 국번에 대해 '번호공동사용제도'를 도입해 각 사업자가 번호를 공동으로 사용하면 이용자 번호 선택권의 폭이 확대되고 번호 사용의 효율성 증대, 서비스 경쟁 촉진, 번호이동성 보완 등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SKT는 "번호이동성제도 도입방안이 확정된 상태에서 뜬금없이 번호공동사용제도 도입안을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011 식별번호를 3사가 함께 사용하자는 것은 SKT가 많은 투자를 통해 쌓아 온 011 브랜드 이미지에 편승하려는 얄팍한 상술"이라는 것.
011 쓰면서 KTF 가입한다
번호이동성제도는 이동통신 가입자가 자신의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서비스 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현행 식별번호 체계에서는 011 사용자는 SKT의 서비스와 요금제를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번호이동성이 도입되면 011 사용자가 KTF에 가입해 매직엔 서비스, 드라마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다.
따라서 번호 때문에 더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일이 없어진다. 사용자의 선택권이 강화되는 셈이다. 번호를 그대로 유지한 채 사업자를 변경할 수 있게 되면 사업자들로서는 번호 마케팅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번호 마케팅에 투자하는 돈을 통화품질, 서비스 개선에 투자함으로써 그만큼 이용자에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다.
번호이동성 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3사 모두 합의한 상태다. 올 초 정통부는 통신사업자간의 합의를 통해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IMT2000부터 번호이동성을 도입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현행 011, 016, 019 등 식별번호 체계를 모두 010 단일 식별번호로 통합하는 방식이다. 사업자들의 고유한 망은 010 뒤의 국번호로 구분한다.
| 번호이동성 제도란?
현행 식별번호 체계에서는 식별번호, 서비스, 요금제가 모두 한 사업자에 묶여 있다. '번호이동성제도'는 이동통신 가입자가 자신의 번호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서비스 사업자를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011-234-5678 번호를 사용하던 가입자는 필요에 따라 번호를 그대로 갖고 KTF, LGT로 옮길 수 있다. 반대로 016 번호를 사용하는 사람이 SK텔레콤으로 변경할 수도 있다. 즉 011 번호를 사용하면서 '드라마' 요금제를 선택하거나 '이지아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
011 아니면 안 돼?
KTF와 LGT가 '011 = SK텔레콤'의 등식을 깨려는 이유는 011 브랜드 이미지가 사라지지 않는 한 SKT로 편중된 시장 구조를 개선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브랜드 이미지로는 016, 018, 019 등이 더 이상 011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런데 이 011의 이미지가 워낙 강한 것이 문제다.
경쟁사가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내놓아도 SKT에 대적하기가 어렵다. KTF 정책개발팀의 현기암 대리는 "고심 끝에 드라마라는 요금제를 내놓았다. 시장 조사를 해보니 드라마를 사용하고 싶은 많은 고객들이 011을 고수하기 위해 SK텔레콤을 떠날 수 없다고 대답했다"고 설명했다. 이대로라면 후발사업자는 언제까지고 밀릴 수밖에 없다.
011, 016, 019 등의 이동통신 식별번호는 각 사업자가 갖고 있는 이동통신망을 식별하기 위한 번호다. 서비스품질, 요금, 서비스 종류의 다양성 등이 경쟁이 핵심이 돼야 하는 것이 당연하고 번호나 브랜드 이미지는 부차적인 문제다. 그런데 이동통신사들이 식별번호를 브랜드로 만들어 마케팅에 활용하면 그만큼 서비스나 요금에 투자하는 몫이 줄 수밖에 없고 이용자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이 적어진다. KTF와 LGT가 주장해 온 식별번호 브랜드 경쟁 중지는 명분이 뚜렷한 만큼 SKT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즉 번호이동성제도가 도입되면 식별번호 브랜드 경쟁이 없어지고 품질, 요금 등이 경의 핵심이 되고 사용자도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번호 이동성만으로 약해
SKT도 번호이동성제도 도입에는 동의했다. 정통부와 이동통신 3사가 합의한 시행 방안에 따르면 011, 016 등의 식별번호체계가 당분간은 유지된다. 3세대 IMT2000 서비스부터 2세대와 2세대간, 2세대에서 3세대로의 전이가 이뤄지고 궁극적으로는 010 단일 식별번호 체계로 통합되는 방식이다. 시기는 잠정적으로 2003년 하반기로 정해졌다.
그런데 KTF와 LGT는 번호이동성제도를 시행해도 011의 브랜드 파워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SKT는 200번대부터 300번대까지 700만개의 번호를 사용하다가 부족해지자 9000번대를 추가 신청해 1000만개를 늘렸다. 다시 올 4월에는 2000번대 번호사용을 승인 받았다. 그런데 최근 국번에 대한 선호도 및 수도권 집중률을 고려해 2000번대에서 7000번대로 변경을 요청했다. KTF와 LGT는 7000번대로 변경을 요청한 것은 번호이동성 개시 이후 011-7XXX 번호를 자연스럽게 010-7XXX로 옮기도록 유도함으로써 현재의 시장지배력을 3세대 시장에서도 이어가기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2003년 하반기로 잠정 결정된 번호이동성제도 시행 시기도 늦다고 본다. 3세대 IMT2000은 CDMA2000 1x EV-DO(최대 전송속도 2.4Mbps)가 2세대냐 3세대냐의 논의도 계속되고 있고 결국 IMT2000 시작 시기가 계속 늦춰질 수 있다는 얘기다.
KTF와 LGT가 번호이동성의 보완책으로 내놓은 번호공동사용제도는 010으로 통합하기 전 단계에서 011의 의미를 없애기 위한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듯 011 파워가 여전한 상태에서는 경쟁이 성립될 수 없기 때문이다. KTF나 LGT는 016, 018, 019에 대한 번호 마케팅을 이미 포기한 상태다.
011은 당연히 SKT의 브랜드이자 자산이라고 생각하면 011을 함께 쓰자는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런데 식별번호는 SKT의 소유가 아니라 국가의 자산이다. KTF와 LGT는 공공 자산을 사유물인 양 호도하는 SKT의 태도에 문제가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번호마케팅을 허용하지 않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SKT는 억울하다. 번호마케팅을 먼저 시작한 쪽은 PCS3사이며 그들이 번호마케팅에 실패한 후 그 책임을 SKT에 떠넘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011이 국가의 자산인 것은 사실이나 그 자산을 이미 사업자별로 구분해 나눠준 상태에서 SKT는 수많은 노력과 투자로 지금의 브랜드 이미지를 쌓았다는 것이다. SKT 정책협력실의 장윤식 부장은 "경쟁의 산물로 얻은 011을 함께 쓰자는 것은 대우자동차가 현대자동차 브랜드를 쓰자고 억지를 부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 번호공동사용 제도란 ?
번호공동사용 제도(Number Pool)는 3개 사업자가 동일한 식별번호 011을 사용하는 제도다. SK텔레콤은 현재 200번대부터 800번대까지의 3자리 국번(예 011-2XX-YYYY)과 9000번대(011-9XXX-YYYY) 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KTF와 LGT가 주장하는 번호공동사용 제도는 아직 사용하지 않고 있는 011-2XXX-YYYY의 네 자리 국번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011-21XX, 22XX는 A사가 사용하고 011-23XX, 24XX는 B사가 사용한다. |
| 번호 관리 해외 사례
영국 - 이동전화 서비스에 077, 078, 079 번호를 할당. 보다폰(07770, 07798, 07836 등), 셀넷(07701, 07702, 07850 등), 오렌지(07966, 07973 등), 원투원(07958, 07961 등) 등 이동통신 사업자별로 식별번호 혼재. 식별번호의 브랜드화 금지. 미국 - 1990년대 번호공동사용 제도 도입, 향후 번호이동성제도 도입키로 결정. 식별번호로는 유선과 무선사업자 구분도 어려움 |
후발 사업자를 보호하라
그렇다면 현재 이동통신 시장이 번호에 의해 좌우되는 상황은 어떻게 초래된 것일까. 다시 말해 번호경쟁을 촉발한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
011 브랜드가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통신프리텔, 한솔엠닷컴, LGT 등 PCS3사가 가세하기 전까지 이동통신 시장은 SKT의 단일사업자 체제였다. 1984년부터 SKT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이 011 번호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1997년 PCS 3사가 가세하면서 시장은 급변기를 맞게 된다.
이전까지 휴대폰은 부의 상징이었다. 단말기가 100만원을 호가했고 가입비, 요금이 모두 비쌌다. 100만원을 웃도는 보증료를 내야 했다. 가입절차가 복잡하고 개통까지 오랜 시일이 걸렸다. 서비스 망이 완벽히 갖춰지지 않았고 단말기가 부족했고 경쟁자가 없는 상황에서 SKT도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PCS 3사가 가세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PCS 3사가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단말기 가격이 폭락하자 SKT도 가격을 인하했다. 정통부는 후발사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SKT에 비대칭 규제를 적용했다. 비대칭 규제는 선발사업자에게 불리한 규제를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한 예로 PCS 사업자는 '신고'를 통해 요금을 인하할 수 있지만 SKT는 '인가'를 받아야 한다. PCS 3사는 저가 단말기와 저렴한 요금을 앞세워 시장 확장에 나섰고 SKT도 마찬가지로 보조금을 지급하면서 PCS 3사의 도전에 맞섰다.
누가 번호를 쏘았나
당시에는 단말기 가격, 요금, 통화품질 등 주요 쟁점이 되는 요소 외에 브랜드가 막 형성되는 시점이었기 때문에 브랜드 경쟁이 치열했다. 그런데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회사명이 아니라 번호를 알리는 데 먼저 주력했다.
번호 마케팅이 문제로 지적된 상황에서 누가 먼저 번호 알리기에 나섰는가를 물어보면 사업자간 입장은 다르다. KTF와 LGT는 SKT가 '스피드 011' 카피를 앞세워 마케팅전을 촉발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SKT는 PCS 3사가 먼저 'PCS 016' '원샷 018' '인터넷 019' 등 번호를 앞세우기 시작했다고 되받는다. 경쟁체제에 돌입하기 전까지 011이나 SK텔레콤(전 한국이동통신)의 브랜드를 알릴 필요가 없었고 여건도 안 됐으며 PCS 3사가 가세한 후에야 광고전이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것.
KTF는 96년까지 011 휴대폰 가입자가 이미 300만명이나 확보돼 있었고 '휴대폰 = 011'이라는 등식이 성립해 있는 상태였다고 주장한다. SK텔레콤의 주장대로 PCS 3사가 번호 경쟁을 시작했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불리하게 시작된 경쟁이기 때문에 011에 편중된 상황에 대한 책임을 지고 번호를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KTF와 LGT가 처음부터 불합리한 경쟁 체제였다고 주장하는 요지는 이렇다. 첫째로 '011' 번호 자체가 좋다는 얘기다. 사람들은 6, 8, 9에 비해 1이라는 숫자를 선호한다는 얘기. 단독 사업자 시절에 한국이동통신이 왜 011을 선택했는가를 생각하면 이해된다.
지금 이들이 주장하는 대로 011 번호를 함께 사용하는 방식도 당시에 가능했다. 즉 016, 019의 식별번호 체계를 선택한 것은 후발사업자였다. 하지만 늦게 출발하는 입장에서는 같은 011을 사용하는 것보다 016, 019로 차별화하는 것이 사용자들에게 제대로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로서는 번호가 그렇게 중요할 줄 몰랐으며 이제 그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IMT2000 이후의 010 체제에서 유리한 국번을 받기 위해 열띤 경쟁을 벌였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단순히 011이 좋은 번호이기 때문에 파워 브랜드로 성장했다고 볼 수만은 없다. SK텔레콤 정책협력실의 김용식 대리는 "국제전화 식별번호를 보자. 001이 가장 좋은 번호라고 치자. 가장 인지도가 높은 번호는 00700으로 나온다. 결국 번호선호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번호를 어떻게 마케팅했느냐가 중요하다"며 011은 경쟁의 산물이라고 강조했다.
011 아성의 근거는 고가전략
011의 이미지는 '고가, 고품질, 고급스러운 것'으로 요약된다. 경쟁사가 '싸요 싸요 쌉니다 싸요'라며 요란맞게 광고할 때 SKT는 '잠시 꺼두셔도 좋습니다'라는 여유를 보였다. SK텔레콤은 비대칭 규제 때문에 요금도 마음대로 내리지 못하는 불리한 상황을 고가 전략으로 타개함으로써 지금의 011 아성을 쌓았다. 반대로 PCS 사업자들은 저가 전략을 취함으로써 스스로 저가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PCS 번호를 창피해 하는 사용자들이 011을 선택한다고 해도 일단은 할 말이 없다.
LGT 전략개발실의 이원규 대리는 "후발 사업자들이 왜 저가전략을 택했냐"고 반문한다. "011보다 비싼 요금으로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적자를 감수하면서까지 요금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KTF 기획조정실의 이충섭 팀장은 "011 브랜드 파워가 경쟁의 산물이고 그 책임이 KTF나 LGT에 있다고 인정할 수도 있다. 011이 시장의 절반 이상 독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제대로 된 경쟁체제를 만들자는 주장이 무슨 문제냐"고 말했다.
SK텔레콤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발생했나. 품질과 서비스 다양성, 기업 이미지 등에 충실히 투자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선발사업자의 유리함이 작용했다는 것은 3사 모두 인정하는 부분이다. SK텔레콤은 십여년 간 쌓은 자금으로 서비스 품질에 투자할 수 있었고 번호 마케팅에서도 앞서 나갈 수 있었다. 후발 사업자들은 토대가 없는 상태에서 투자를 분산시키려니 통화품질이나 마케팅이나 투자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KTF 기획조정실의 현기암 대리는 "이제 겨우 통화품질을 완벽히 갖췄다. 작년에는 KTF가 통화품질 1위를 차지했다. 사람들은 그러한 사실을 모른다. 알아도 011을 찾는다. 이대로는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011을 같이 사용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011은 국가 자산이다. 하지만 '스피드 011'이라는 브랜드는 SKT의 자산이다. SKT 입장에서는 이십여 년에 걸쳐 쌓은 브랜드를 함께 쓰자는 주장은 몰염치한 소리다. 기른 부모도 부모이기 때문이다. SKT의 장윤식 부장은 "선발사업자로서의 유리함은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비대칭 규제도 있다. 공정한 경쟁체제를 만들기 위해 번호이동성을 시행하기 전에 비대칭 규제도 풀어줘야 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번호이동성인가, 번호공동사용인가?
일단 010 체제의 번호이동성제도 시행은 결정됐다. 문제는 번호이동성제도 시행 시기와 KTF와 LGT가 주장하는 번호공동사용 제도 도입을 둘러싼 양 진영의 이견이다. 번호이동성제도 시행에는 몇 가지 난제가 있다. 첫째는 투자금이다. 번호이동성제도가 시행되려면 망과 단말기를 모두 바꿔야 한다. 이동통신사들은 망 투자금 일부를 사용자가 부담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게다가 사용자가 번호이동성을 적용 받으려면 새 단말기를 구매해야 한다.
그래서 SKT는 IMT2000 단계에서 점진적으로 도입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반면 KTF는 불합리한 시장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번호이동성 도입을 앞당겨야 하며 문제점에 대한 보완책으로 번호공동사용 제도를 제안했다. 번호공동사용 제도는 신규 가입자에게 해당하는 제도다. KTF나 LGT로 신규 가입해도 011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추가 투자금은 필요하지 않다.
번호 이슈를 둘러싼 양대 진영의 싸움은 서로의 사활을 건 일전을 예고한다. 최근 KTF와 LGT는 번호 뿐 아니라 주파수, 요금 등 기타 주요 경쟁 요소에 대해서도 SKT에 정면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단순한 산업재라면 선발사업자가 유리하든, 시장을 독점하든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선발사업자에게 양보를 요구할 수도 없다. 하지만 공공재를 둘러싸고 있는 이동통신 시장에는 좀더 복잡한 잣대가 적용된다.
3사가 주장하는 내용은 모두 최종적으로 소비자 편익을 증진하는 방향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소비자 편익 증진은 절대 가치며 결국 기업 이익으로 돌아간다. 동시에 소비자 편익을 도모하는 것이 시장논리나 상식을 뒤엎어서는 곤란하다. 뚜렷한 논리들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어떤 결론이 내려질 지 귀추가 주목된다.
| 구분 | SKT | KTF·LGT |
| 번호이동성제도 | IMT2000부터 도입 | 조속히 도입 |
| 번호공동사용제도 | 반대 | 찬성 |
| 011브랜드화 요인 | 경쟁의 산물. 품질, 기업이미지 등으로 만들어진 것. SKT가 다른 번호 사용했더라도 파워 브랜드 됐을 것. | 후발사업자 번호선택 여지 없었고 선발사업자 우수한 자금력 작용. 011 번호 자체 선호도 우수 |
| 식별번호 브랜드화 문제 | 번호 경쟁의 책임은 PCS 3사에 있음. 문제 인정하지만 번호공동사용은 경쟁의 산물인 브랜드를 내놓으라는 건 억지. 유효 경쟁체제 성립이나 소비자 편익은 번호이동성으로 충분 | 경쟁 본질은 요금, 품질, 서비스 종류 등이 돼야 함.
번호공동사용으로 번호 자원 효율적 관리, 경쟁 활성화, 소비자 편익 증진. 식별번호 브랜드화 금지하고 공동사용 도입해야 해결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