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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e스포츠 내실 다지며 '스포츠'로 간다


[한국 e스포츠 퀀텀점프] 선수 처우·환경 개선하며 '레벨업'

[류세나기자] 15년 역사의 한국 e스포츠 산업이 꿈틀대고 있다. e스포츠가 2030 특정 연령층을 타깃으로 한 문화콘텐츠에서 세대를 뛰어넘는 진짜 스포츠로 전환할 날도 멀지 않았다.

한국e스포츠협회와 국제e스포츠연맹은 한국의 e스포츠를 글로벌 정식 체육종목으로 공인시키기 위해 전방위적 활동을 펼쳐 왔다. 이같은 노력에 힘입어 e스포츠는 지난 10월 '리그오브레전드(LoL, 이하 롤)'와 '스타크래프트2' 등 4개 게임을 전국체전 동호인 종목에 입성시키는 결실을 거두기도 했다.

넥슨, 엔씨소프트 등 국내 대형게임사들까지 e스포츠 시장에 본격 가세하면서 e스포츠는 종목 다변화 바람도 이는 상태. 과거 스타크래프트 리그가 주도했던 e스포츠 리그는 실시간전략게임(RTS), 적진점령(AOS), 슈팅(FPS)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 최고 인기 종목으로 꼽히는 '롤'을 중심으로 선수 최저연봉 및 계약기간 보장 등 처우개선 논의까지 진행되며 외형적 발전은 물론 내실 강화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 열악한 연습생들… 한 달 월급 50만~100만 원 수준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 불리는 한국은 e스포츠 분야에서도 시초 격이다. 세계는 한국의 e스포츠 문화를 예의주시하며 답습해 왔다. 글로벌 e스포츠 종목에서 일반화된 프로게임단 창단과 리그 운영, 관중문화 역시 한국에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한국은 1세대 프로게이머라 할 임요환, 홍진호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타 플레이어를 배출하며 자타공인 글로벌 e스포츠 강국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스타 플레이어로 성장하기까지 견뎌내야 할 열악한 연습환경과 적은 임금 등은 한국 e스포츠의 한단계 도약을 위해서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맹점으로 지적돼 왔다.

설상가상으로 중국 등 해외 프로팀이 국내 유망 선수들에게 억대 규모의 연봉과 부수입, 쾌적한 연습환경을 제시하며 이적을 타진하는 사례까지 빈번하게 감지되고 있어 국내 프로선수들의 열악한 처우는 더욱 심하게 대비되는 실정이다.

e스포츠업계에 따르면 대다수의 국내 프로게이머들은 비교적 적은 연봉과 시즌별(3개월) 계약 등 악조건 속에서 하루 평균 10시간 이상의 연습을 하고 있다. 특히 가장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롤'의 경우 선수 수요보다 공급이 많아 연습생 자리마저 구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정식 엔트리에 들지 못하는 후보선수들은 많으면 100만 원, 적게는 50만 원의 월급만을 받고 연습생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e스포츠협회에 선수로 정식등록된 프로게이머 숫자는 약 150여 명으로, 구단의 사정에 따라 계약을 맺지 않은 채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 인원은 더 늘어나게 된다.

◆ 라이엇게임즈, 선수별 2천만 원 최저 연봉 약속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e스포츠업계에서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선수들의 처우 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 최대 e스포츠 리그인 '롤'의 개발 및 서비스사 라이엇게임즈의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라이엇게임즈는 최근 통 큰 결정을 내렸다. 국내 롤 프로구단과 계약을 맺은 선수라면 구단에서 지급하는 월급 및 상금과 별도로 회사 차원에서 2천만 원 수준의 최저 연봉을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또 롤 리그에 보다 지속, 안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2015 롤(LoL)챔피언스 코리아부터는 단번에 승부가 결정되는 토너먼트 대진 방식이 아닌 풀리그로 변경하고 상반기와 하반기 리그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자 스프링 리그 종료 후 승강전을 통해 차기 섬머 리그 참가 자격을 획득하게끔 했다.

특히 선수들의 안정적인 직업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한국e스포츠협회와 최소 1년 단위 계약을 맺도록 명문화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이같은 계약조건은 오는 2015년시즌부터 시범적으로 시행되나 2016년시즌부터는 의무시행될 예정이다.

이밖에 팀 의지로 소속 선수를 방출하는 경우 팀은 해당 선수에게 잔여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이는 특정 시즌에만 활약하거나 단기간의 성적에 따라 구단에서 방출되는 문제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다.

최저 연봉제 도입과 리그제 변경 등에 대해 롤 프로구단과 현역 선수들은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단판으로 추후 경기권을 얻지 못하는 토너먼트 방식보다 4개월간의 리그 운영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경기를 펼칠 수 있고 경기의 스토리텔링면에서도 리그제가 보다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국내 유명 롤 프로구단의 한 감독은 "토너먼트방식에선 16강에서 떨어지면 3개월간 경기도 치르지 못하고 손 놓고 있어야 하는데 리그제가 도입되면 일주일에 최소 1.5경기를 치를 수 있다"며 "경기력 증진 및 현장경험 확대, 구단홍보 등에서 리그제가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최저 연봉과 계약기간 1년이 보장됨에 따라 선수들도 이전보다 편안한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한국 e스포츠, 환경 개선하며 질적 성장 도모할 때"

업계에서는 라이엇게임즈가 마련한 전향적 선수지원책이 국내에서 활동중인 다른 종목 및 기업들에도 신선한 자극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타1'으로 시작돼 '스타2 '로 이어진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국내에서도 십여년 간 리그를 이어온 경험에 힘입어 표준계약서 등 선수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대우를 받도록 환경이 마련돼 있지만 다른 비인기 종목들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라이엇게임즈의 선수 처우 개선 움직임을 시작으로 e스포츠 현장에는 긍정의 바람이 일고 있다.

가장 최근 피파온라인3의 e스포츠화를 선언한 넥슨은 최상위 랭커 12명에 대해 매월 연습지원금과 컴퓨터 등 개인장비 및 유니폼, 선수 소양교육 등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e스포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e스포츠 시장은 지금 가장 중요한 시점에 맞닥뜨려 있다"며 "그동안 성장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질적 성장을 토대로 겉과 속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실이 다져졌을 때 비로소 정식 스포츠로 인정받는 길도 열릴 것"이라고 주장했다.

류세나기자 cream5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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