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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잊힐 권리' 인정…엄청난 후폭풍 예고


인터넷 검열-소송남발 부작용 우려…비판 여론 거세

[김익현기자] 인터넷 상에서 개인의 ‘잊힐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유럽연합(EU)에서 나온 판결이지만 다른 지역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유럽 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는 13일(현지 시간) “구글 검색엔진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은 검색에서 ‘잊힐 권리’를 갖고 있다”고 판결했다. ECJ는 또 “사용자가 시효가 지나고 부적절한 개인정보를 지워달라고 요구할 경우 구글은 이를 삭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잊힐 권리’란 인터넷 공간에 올라와 있는 자신과 관련된 기록을 삭제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특히 미성년 시절 올린 글이 문제가 돼 성인이 된 이후 피해를 보는 사례 등이 발생하면서 ‘잊힐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잊힐 권리를 인정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판결로 구글을 비롯한 주요 검색업체들은 유럽 지역 서비스 전략을 새롭게 마련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언론사 기사 삭제 요청은 기각…검색링크 제거 명령

이번 소송은 지난 2009년 시작됐다. 당시 스페인에 거주하는 마리오 코스테하 곤잘레스란 남성은 구글에 자신과 관련된 정보를 지워달라는 요청을 했다. 구글 검색에서 자신의 이름을 입력할 경우 라뱅가디아(La Vanguardia)란 신문에 실린 재산 강제매각 관련 기사가 계속 뜬다면서 해당 정보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구글이 “해당 정보는 사실”이라면서 삭제를 거부하자 결국 법정 공방으로 이어지게 됐다. 소송에서 이 남성은 해당 언론사에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하는 한편 구글에는 관련 링크를 지워달라고 요구했다.

유럽 최고 법원인 ECJ는 관련 기사 삭제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구글에는 해당 링크를 제거하라는 판결을 했다. 사실상 인터넷 상에서 ‘잊힐 권리를 인정한 셈이다.

특히 ECJ는 “관련 정보가 합법적인 경우에도 링크를 삭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경우에 따라선 ‘표현의 자유’와 상충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번 판결은 구글 검색에 한정된 것이다. 따라서 삭제를 요청할 정보가 사실일 경우 관련 글이 게재된 사이트에선 굳이 삭제할 의무가 없다. 단지 그 글이 구글 검색을 통해 새롭게 부각되는 것을 차단하는 것만 허용한다는 것이 ECJ 판결의 기본 골자다.

ECJ는 이날 판결문에서 “구글 같은 검색엔진은 공익과 관련이 없는 경우 (개인이 요청하게 되면) 해당 정보의 링크를 삭제해줘야 한다”고 선언했다.

ECJ의 이번 판결은 검색 엔진 때문에 발생하는 ‘과잉 맥락화’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테면 국내 포털에서 많이 활용되는 연관검색어 같은 경우도 ‘과잉맥락화’에 해당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듯 ECJ는 “검색엔진이 없을 경우 (직접 관련 없는 정보가) 서로 연결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번 건 보도한 기사도 검색 삭제해야 하나" 비판도

이번 판결로 구글을 비롯한 검색엔진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엄청난 부담을 지게 됐다. 앞으로 쏟아질 개인정보 삭제 요구에 대응할 인력을 채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조지타운대학 멕 레타 앰브로스 교수는 IT 전문 매체 매셔블과 인터뷰에서 “당장 수 주 내에 구글에 비슷한 요구들이 쏟아지게 될 것”이라면서 “ECJ가 엄청나게 비싼 결정을 했다”고 비판했다.

구글은 ECJ의 이번 판결이 나온 직후 “검색엔진 뿐 아니라 온라인 출판 관련 업체들에겐 매우 실망스러운 판결이다”고 논평했다. 하지만 구글은 더 이상의 언급은 피했다.

위키피디아 창업자인 지미 웨일즈도 이번 판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웨일즈는 디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내가 아는 한 이번 판결은 유계가 없다”면서 “독재 국가가 아니라 EU에서 이런 판결이 나왔다는 데 대해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디애틀랜틱은 “ECJ의 이번 판결로 소송을 제기한 곤잘레스의 집이 경매된 적 있다는 기사가 전 세계 각종 신문과 웹사이트에 뜨게 됐다”면서 “유럽에서는 이런 기사들도 검색할 수 없게 될까?”라고 꼬집었다.

새너제이머큐리뉴스 기자 출신으로 인터넷 전문가인 댄 길모어 역시 비슷한 비판을 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어떤 사람이 잊혀지질 원할 경우 언론사들은 해당 기사를 아카이브에서 삭제해야 하나?”라고 비판했다.

이번 판결로 구글이 EU 지역에선 ‘잊혀야 할 개인 정보’를 일차적으로 판단하는 역할을 하게 됐다는 점 역시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디애틀랜틱이 지적했다. 또 다른 정보 검열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관련 소송이 남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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