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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는 나의 밥' 화장실서 웃는 통신사


방통위 비웃듯 과징금 제재에도 아랑곳 않아

[강호성기자] 불법보조금으로 시장교란을 일삼는 통신사들의 행태가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솜방망이 제재로 일관하는 규제당국은 조롱거리를 자처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지난해 연말 1천억원이 넘는 과징금 부과제재를 받고도 새해 첫날부터 보조금을 앞세운 가입자몰이에 나섰다. 시장 과열의 척도인 번호이동 건수는 기준치의 두배를 넘어 하루 3만~4만건으로 치솟았다.

인터넷 판매점과 오프라인 대리점에서는 최대 70만원이 넘는 보조금이 풀렸고, 신형단말기가 '공짜'로 판매됐다.

이경재 방송통신위원장은 과징금을 부과한 날 송년회에서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TV를 보니)방송에서도 잘 보도해줬다"고 자화자찬했지만, 통신사들은 이를 비웃기라도하듯 정초부터 보조금 싸움을 다시 시작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규제당국이 불법 보조금에 의한 이용자차별행위 근절에 실패한 셈"이라며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들이 단말기유통개선법 국회 통과에 기댄 채 임기연장이나 기대하고 있다"는 관전평을 내놓았다.

◆"송구+노력하겠다"= 물방망이

지난해 통신사들이 불법보조금에 따라 방통위 제재를 받은 것은 총 3번. 특히 방통위는 주도사업자를 가려내 단독으로 2주동안의 영업정지를 시키겠다고 계속 목청을 높였지만, 결과적으로 '공갈포'만 날린 셈이다.

통신부문 관계자는 "지난 연말 한 통신사가 영업정지를 2주 단독으로 당하면 천억원대 이상의 피해를 입게 되는데, 방통위가 이같은 점에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며 "제재 수위를 반쯤 낮춰준 셈"이라고 분석했다.

실상이 이래서인지 통신사들은 당국의 보조금제공 개선정책에 별로 개의치 않는 듯하다. 매번 같은 문제를 지적받을 때마다 "잘못했고 노력하겠다"는 모범답안만 내놓으면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여지없이 속아주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27일 방통위 전체회의. 제재를 받기전 의견진술에 나온 SK텔레콤 이상헌 상무는 "지난 7월 과징금을 부과받고도 다시 제재를 받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송구하다"면서도 "과거 대비 추가적인 가입자 감소에도 시장안정 노력을 했다는 점을 감안해 달라"고 주장했다.

KT 이석수 상무는 "반복적으로 발생되는 보조금 위반을 깊이 반성한다"고 말했지만 역시 "우리는 7월 의결 이후 보조금 경쟁 자제를 최대한 노력했다"고 항변했다.

LG유플러스 강학주 상무는 한술 더 떠 "보조금 준수를 위해 나름 노력했으나 이런 결과를 초래해 죄송하다"면서도 "서비스 경쟁력에 의한 가입자 순증의 결과이며, 내년에는 LTE 광대역 신규구축을 위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만큼, (제재를) 관대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가중처벌" 공갈포의 끝은 '도루묵'

'호구'로 전락한 방통위의 모습은 지난 전체회의 발언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이용자정책국 오남석 국장은 "주도사업자 가중치를 벌점으로 계산하니 SK텔레콤이 73점, KT가 72점으로 오차범위에 있어 한곳을 주도사업자로 정하기 어렵다"고 보고했다.

이를 기다렸다는듯 상임위원들은 "이번에는 주도사업자와 2위사업자를 가리기 힘드니 한곳만 영업정지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김충식 부위원장은 "이번 벌점 점수를 보면 변별력이 떨어져 과징금은 그대로 가고 영업정지는 보류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홍성규 위원 역시 "주도사업자를 정하는 것이 시장 안정에 효과적이지만 이번 경우는 변별력이 없어 둘 다(SK텔레콤과 KT를 의미) 할 수도 없으니 과징금만으로만 하자"고 제안했다.

김대희 위원은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고, 단속을 강화했는데도 보조금이 근절되지 않는 것에 대해 당국으로서 좀더 면밀한 검토와 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고, 영업정지에 대해선 반대했다.

LG유플러스는 주도사업자 점수와 번호이동 숫자 등의 자료불일치로 인한 '거짓 보고'를 한 혐의도 받았다.

이날 방통위 상임위원들은 스스로 실시한 조사와 분석에 의구심까지 제기하면서 '주도사업자를 엄벌한다'는 기존 주장을 무색하게 했다. 일년동안 주도사업자 엄벌을 외치면서도 이번에는 "조사직원이 부족했다"는 자위도 곁들였다.

◆통신사 손바닥 위의 방통위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은 제재를 받더라도 가입자를 확보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며 "방통위는 실질적으로 행태를 개선시키지 못하면서 호통만 치고 있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방통위는 통신3사가 순차적으로 신규 영업을 할 수 없는 제재를 내린 바 있다. 하지만 이는 3사 마케팅비만 줄여주는 효과만 냈다. 그래서 실질적인 제재 효과를 위해 '한곳만 영업정지'를 하는 방안을 고안했다.

그러나 이 역시 적용할 때가되자 방통위원들은 서로의 합의와 달리 2주가 아니라 1주일 영업정지를 부과했다. 이제 2주 영업정지를 내려야할 사업자를 선정할 때가 되자 조사의 신빙성을 거론하며 유야무야 시킨 셈이다.

통신산업 전문가는 "회사 경영전략을 앵무새처럼 얘기하는 대관업무 담당 임원이 아니라 하성민 사장(SK텔레콤) 황창규 회장(KT 회장내정자), 이상철 부회장(LG유플러스) 등 CEO를 불러 다짐을 받고, 시장교란 행위에 대해 사법적 책임을 지도록 강제하는 특단없이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통신사들은 보조금을 써서라도 시장점유율을 유지하는 것이 생존과 직결된다고 변명할 수 있겠지만, 방통위원들은 여야 정치적 시각이 다른 사안이 아님에도 추진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재임에만 신경쓰는 듯한 인상을 지울수 없다"고 꼬집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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