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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례]삼성의 딜레마


[기자칼럼] 삼성전자가 샤프에 이어 국내 업체인 팬택에도 지분투자에 나섰다. 유동성 위기를 겪던 팬택에 대한 투자는 국내 기업과의 상생이라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더욱이 이들은 한때 국내시장을 놓고 경쟁하던 사이다. 어려움에 처한 경쟁사의 구원투수를 자처했다는 것은 기업으로서 쉽지 않은 선택일 수 있다. 삼성이 챙기게 될 거래선 확대라는 실속 보다 상생쪽에 평가의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삼성의 선택에는 휴대폰 업체이기 이전에 부품 회사로서의 고민도 엿보인다.

삼성전자는 애플과의 혈투 끝에 세계 휴대폰시장의 새로운 맹주로 떠올랐다. 그러나 아이폰을 앞세운 애플의 파상공세는 삼성에도 치명상을 남겼다. 노키아는 물론 모토로라, 소니, RIM, HTC 등 한때 시장을 주름잡던 플레이어들이 줄줄이 어려움에 처하면서 이들 시장을 뺏는데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부품 공급처를 잃고 있는 것.

휴대폰 플레이어가 줄면 삼성전자 부품을 살 거래처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삼성 휴대폰이 많이 팔릴수록 삼성의 부품 판매가 위협을 받는, 일종의 사업구조 내 내부잠식(cannibalization)이 우려된다.

실제로 삼성의 모바일D램과 AMOLED 디스플레이는 거의 전량 삼성 제품에 쓰이고 있다.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부문(IM)이 부품부문(DS)의 최대 고객인 셈이다. 이는 삼성이 지금처럼 분기에 10조원 가까운 이익을 올리고, 이중 70% 이상을 휴대폰에서 벌어들일 때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 그러나 시장이 꺾이고 휴대폰 수익이 하락할 경우 부품사업에는 치명타가 된다.

과거에는 양쪽이 균형을 갖고 한쪽 실적을 보완해주는 안전판 역할을 했다. 가령 아이폰이 삼성 휴대폰에는 '애플 쇼크'가 됐지만 부품에는 '애플 효과'가 되는 식이다.

반대로 지금처럼 외부 비중이 줄고 내부 의존도가 커지면 완제품 실적에 따라 부품 사업이 울고 웃게 된다. '가장 완벽한 포트폴리오'를 자랑해온 삼성의 사업구조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얘기다.

단순히 최대 고객이던 애플과의 결별만이 아니라 이를 대신할 다른 거래선을 찾기 어렵다는 건 문제다. 강력한 대안이 중국이겠지만 완제품도, 부품도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이번 팬택의 경우도 이같은 시장 상황과 삼성 부품사업이 직면한 현주소를 보여주는 한 단면일 수 있다. 팬택이 시장에서 퇴출 될 경우 삼성은 국내 최대 고객을 잃게 된다.

팬택이 최근 5년간 삼성측에서 구매한 부품물량은 8천억원이 넘는다. 결코 적지 않은 규모다. 앞서 샤프에 대한 투자 역시 사업 내 모바일 비중이 커지면서 관련 투자를 늘리는 대신 대형 패널은 외부 조달을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매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지만 이건희 회장의 '위기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회장의 상황인식이 20년전 '프랑크 푸르트 선언'을 이끌 때보다 결코 가벼워 보이지 않는다.

과거 삼성은 디자인과 품질 강화를 통한 제조역량 확보에서 답을 찾았다. 그렇다면 제2 신경영의 핵심은 역시 소프트웨어 역량강화일까. 올해 신경영 20년을 맞은 삼성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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