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 중소기업 인큐베이터 되다


"코업페어로 아이디어 발굴, 크레파스로 자금·기술 지원"

[창간13년 기획]기업 상생 현장을 찾아서 -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의 동반성장 프로그램인 코옵페어와 크레파스 프로그램은 저희 회사에 행운이었습니다. 아이디어만 있고 자금력이 없는 상태에서 좋은 기회를 만났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업체 인피테크의 홍진표 사장은 최근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삼성디스플레이의 열린 상생전략 과제인 '크레파스'에 선정돼 펀드까지 지원받았기 때문에 UV(자외선) LED를 개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인피테크는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삼성디스플레이와 공동 협력 프로젝트인 '크레파스'를 통해 아이디어를 실제 상품화로 성공시킨 단 두 업체 중 한 곳. 지난해 매출은 17억원이지만 올해 목표는 100억원으로 5배 이상 높여 잡았다. 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라인에 들어간 주변 노광기용 UV LED 국산화에 성공한 덕분이다.

인피테크에서 생산하는 UV LED는 유리기판의 끝부분(엣지)을 노광(빛을 조사(照射)해서 포토레지스트를 박리시키는 공정)하는 데 사용된다. 엣지 노광은 완성된 유리기판에 미세먼지가 날려 오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PR(감광)액을 깎아내는 공정이다.

조명 등에 주로 사용되는 가시광선 LED와는 달리 자외선을 이용하는 UV LED는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에서 생산하던 기존 수은 램프보다 가격이 3분의 2 수준에서 절반 정도까지 저렴할 뿐 아니라 수명도 약 20배 길다. 24시간 상시 켜 놓아야 하는 수은 램프를 사용할 경우 연간 6회를 교체해야 하지만 온/오프가 가능한 UV LED는 한 번 교체하면 최대 3년까지 쓸 수 있다.

국내 LED 제조업체들이 생산하지 않는 UV LED를 주변 노광기용 광원으로 사용하겠다는 아이디어는 '영업맨'인 홍진표 사장이 지난 2007년 고향인 청주에 회사를 설립하면서 꽃피울 수 있었다.

"우연히 반도체 쪽 담당자들과 얘기하다 보니 웨이퍼 엣지 노광에 사용되는 수은램프가 너무 자주 고장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저에게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겠느냐고 물어서 그 땐 흘려 들었는데 고향인 청주에 국내에선 유일하게 광학공학부가 있었어요."

홍진표 사장은 청주대학교 광학공학부와 반도체공학부 교수·학생들의 도움을 받아 3개월 만에 독자 기술로 웨이퍼 노광이 가능한 UV LED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2009년 삼성전자 기흥 양산 라인에 첫 제품이 적용되기까지는 약 2년 여가 걸렸다.

삼성디스플레이와는 지난 2010년 하반기 열린 '코옵페어'를 통해 인연을 맺었다. 국산화가 필요한 디스플레이 관련 부품·소재를 전시하는 행사인 '코옵페어'는 협력업체의 규모나 기존 거래 여부와는 상관없이 기술력이 있는 중소업체가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장이다.

"참여해 보니 수은 램프로 참가한 다른 업체들이 많이 있었어요. 다만 다른 업체들은 기존에 쓰던 수은 램프를 개발하는 방법을 제안했고 저희는 수은램프가 아닌 LED 장치를 제안한 거죠."

이 제안은 2011년 4억8천만원의 R&D 협력펀드를 지원받고 2012년 7억7천만원의 완제품 수주로까지 이어졌다.

"일반 조명용 LED는 단가가 10~20원이지만 UV LED는 처음 개발 당시만 해도 개당 80만~90만원에 이르는 고가 제품이었어요. 구입도 100~200개 단위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 입장에선 연구를 위한 LED 구입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었는데 과제가 있었던 덕분에 지원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UV LED 램프는 수명이 길어 교체하는데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는 장점 외에도 전력을 10배 이상 아낄 수 있고 중금속 물질인 수은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OLED 라인에 첫 30세트를 적용한 데 이어 LCD 라인에도 연내 500개의 수은램프를 UV LED로 교체할 계획이다. 신규 투자가 이뤄지는 라인에는 수은 램프 대신 UV LED가 바로 적용돼 추가 수요도 예상된다.

홍진표 사장은 "UV LED 광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직접 노광설비 자체를 개발하는 것을 삼성 측과 논의하고 있다"며 "올 연말까지 자체 노광설비 개발을 끝낼 경우 2014년에는 매출 300억원도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인피테크는 주변 노광기 외에도 경화기, 살균기에 사용되던 수은 램프를 모두 LED 제품으로 바꿔 시장을 넓혀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인피테크가 발견한 UV LED 시장은 지금이 기회인 시장입니다. 점차 경쟁업체들도 늘어날테고 할 일이 정말 많습니다. 아직 매출은 작지만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은 굉장히 많아요. 지금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삼성의 '크레파스'라는 제도를 이용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삼성디스플레이 "내실 있는 동반성장 위해 노력"

삼성디스플레이(대표 김기남)는 지난 2009년부터 소재·장비 등 협력회사에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인 '크레파스(CrePas, Creative Partnership)'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크레파스' 제도는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에스엘시디(S-LCD)가 통합된 이후 지난해 8월부터 '크레파스 2.0'이라는 이름으로 재출범했다.

이 프로그램의 파트너로 선정된 회사는 아이디어의 성격에 따라 무보증, 무회수의 R&D 펀드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국책과제 선정, 특허 지원 등 각 부문별로 삼성디스플레이의 지원을 받아 자체 기술 아이디어를 조기에 신규 매출로 사업화 할 수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이 제도를 통해 OLED 사업부 기준 총 42개 협력회사들에게 4년에 걸쳐 개발자금 167억원을 무상지원했고 그 결과 상품화된 프로젝트로 총 2천490억원의 제품을 구매했다.

이와 함께 삼성디스플레이는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부품·소재 국산화를 위한 '코업페어(Co-Up Fair)'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매년 300여 개 중소기업들이 방문해 AMOLED 부품·소재 관련 신규 비즈니스를 찾는 자리다. '코업페어'에는 기존에 거래가 없더라도 우수한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 행사를 통해 파트너로 선정되면 삼성디스플레이의 자금 및 인프라 지원 아래 국산화를 위한 신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특히 기존 협력회사가 아닌 비거래 업체에도 참여 기회를 부여,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교환할 수 있어 더 넓은 의미의 협력 기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 2010년부터 시작한 코업페어 프로그램을 통해 약 4천700억원 상당의 아이템 200건을 발굴했고 이를 통해 OLED 부품·소재 국산화를 유도할 수 있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또한 주요 경영진이 매월 협력회사를 직접 방문해 현안을 공유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동반성장데이'를 운영해 '찾아가는 상생경영'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부품, 장비 개발 상황을 점검하고 생산라인 투어를 통해 협력회사의 경영 현안을 총체적으로 파악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게 주요 목적이다.

박계현기자 kopil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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