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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업계 '탈통신'의 해답은 여기에…


요시다 BT재팬 대표 "BT라는 이름을 버렸다"

[강은성기자] 국내 통신시장은 말 그대로 '포화' 상태다. 이동통신가입자가 전체 인구인 5천만 가입자를 넘어선지 오래고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역시 더 이상 증가가 아닌 평행선을 유지하고 있다.

통신사의 성장 그래프도 어느 순간 멈춤 상태이다. 이미 포화된 시장에서는 서로 지독한 경쟁만을 일삼으며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게임만을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통신사들이 하나같이 '탈통신'을 외치는 것은 포화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도 볼 수 있다.

통신회사이지만 IT서비스 회사처럼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하고 컨설팅 회사처럼 다양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며 금융과 자동차, 의료, 공공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군으로 영역을 넓혀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아직 성적표가 그리 좋은 것은 아니다. 이미 기존 시장에서 쟁쟁하게 이름을 날리고 있는 서비스 회사들이 존재하고 있는데다 해당 분야에선 '신입'인 통신회사들이 기존 '이름값'만 가지고 성공할 수 있을 정도로 산업이 만만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홍콩 하버그랜드호텔에서는 BT(브리티시텔레콤)가 지난 3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일궈낸 성과를 발표하는 'BT 인플루언서 서밋'이 열렸다.

현재도 영국 제1의 유선통신사업자이지만 세계 시장에서는 '서비스회사'로 더 잘 알려진 BT의 임원들을 만난 것은 이같은 국내 통신시장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듣기 위해서였다.

특히 국내 경쟁환경과 너무나 유사한 시장을 갖고 있는 일본BT의 대표에게서 한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지난 1월 BT재팬 대표로 취임한 하루나 요시다 사장은 그동안 버라이즌비즈니스에서 통신융합서비스 관련 일을 담당해 왔다. 그러다 일본시장에 본격적인 BT서비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투입된 구원투수다.

"BT재팬은 설립된지 30년이나 됐습니다. 세계시장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BT서비스를 일본 내에 정착시키려고 노력한지도 수년입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그다지 성공적인 결과를 거두진 못했죠."

요시다 대표는 BT재팬이 제대로 힘을 쓸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이미 일본 내에는 전세계적으로도 유명한 IT리더가 상당수 있다. 히다치, 후지쯔, NEC 등이 그렇다"면서 "이들로 인해 IT서비스 시장은 어떤 국가보다 치열한 경쟁이 있었고, 외국계 서비스 회사가 성공을 거두는 사례 자체가 극히 미미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시장에서 삼성SDS와 LGCNS, SKC&C 등 3개 재벌 계열회사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것과 유사하다. 액센추어나 IBM서비스 등 이름난 글로벌서비스업체도 국내에선 이들 3사의 '틈새'만 노리고 있을 뿐이다.

일본도 우리나라와 상황이 동일했다. IT 서비스나 컨설팅을 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만 있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일본 특유의 문화를 이해하고 기업정신을 알아야만 했기 때문에 신규 사업자의 진입이 쉽지 않았던 것이다.

BT재팬이 고전했던 것도 그같은 이유다.

요시다 대표는 "BT는 가장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 뛰어든 셈이다. 일본에 많은 IT 기업이 있는데 이들과 경쟁을 해야 했다"면서 "BT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이 기업들과 경쟁이 아닌 '협력'을 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BT라는 이름을 아낌없이 버렸다"고 설명했다.

지난 2011년 3월11일, 일본 동부지역에 진도 9.0의 강진이 발생했고 곧이어 대형 지진해일이 들이닥쳐 수만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때문에 일본 기업들은 이제야말로 '내수시장'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야겠다는 필요를 갖게 됐다고 요시다 대표는 설명했다.

"그동안 일본기업들도 글로벌, 글로벌 구호는 높이 외쳤습니다. 하지만 절실함은 없었죠. 내수 시장 성공에 더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으려는, 아주 안정적인 사업확장 추구였달까요. 하지만 대지진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언제라도 이 기반은 무너질 수 있다. 글로벌 시장으로 기반을 바꿔놓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감이 일본 기업들 사이에 깊이 자리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리고 글로벌 진출을 도와줄 협력사를 찾기 시작했죠. BT재팬은 이들을 위해 글로벌 진출의 발판이 되어 주고자 했습니다."

BT재팬은 일본 시장에 자리를 잡기 위해 BT재팬이 직접 나서서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시장을 점유하며 강력한 영향력을 떨치는 방법을 선택하지 않았다. 일본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이들에 BT 기술을 제공하는 것을 방법으로 삼았다.

요시다 대표는 "이번에 일본 IT리더중의 하나인 히다치와 파트너십을 맺게 됐는데, 이 협력 내용을 보면 BT가 히다치에 기술을 제공하고 히다치는 이를 마치 OEM(주문자상표부착방식)처럼 히다치의 이름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라면서 "BT는 이름을 버렸지만 실리를 얻었고 히다치는 BT의 기술 노하우와 새로운 기회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BT재팬의 수장으로서 나의 미션은 이같은 '파트너십'을 꾸준히 확대하는 것"이라면서 "그동안 BT가 '성공한 서비스 회사'로 일본 시장에 진입하려 했을때는 일본 기업들이 BT를 경쟁자로 보고 자리를 잡도록 허락하지 않았지만, 이제 협력사로 다가가니 그들이 문을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BT는 자기 이름, 브랜드를 앞세우는데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고객들의 입장에서 생각했을때 그들이 보다 안정적인 히다치나 후지쯔라는 공신력 있는 브랜드를 원한다면 그것이 고객을 위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BT의 기술이 BT라는 브랜드가 아닌 히다치나 후지쯔의 이름으로 전달된다 하더라도 우리 기술로 혁신과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면 그것이 BT가 추구하는 방향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요시다 대표는 "맥도날드가 일본에 처음 들어왔을때 별다른 반향을 얻지 못했지만 맥도날드는 일본인의 입맛을 맞춘 '데리야키버거'를 개발했다. 이것이 대히트를 쳤다"면서 "BT서비스 역시 데리야키버거처럼 BT의 글로벌 표준기술을 일본 문화와 기업 특성에 맞게 철저히 변화시키고, 나아가 원한다면 BT 이름이 아닌 일본 기업의 브랜드로 제공할 수 있다는 열린 자세를 갖고서야 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BT의 이같은 행보가 국내에서도 이어질 수 있을지, 또한 탈통신을 외치는 국내 통신사들이 BT의 이같은 모델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콩=강은성기자 esth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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