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우 "'돈의 맛' 속 수컷 근육, 지금은 전혀 없다"(인터뷰)

김강우 "'돈의 맛' 속 수컷 근육, 지금은 전혀 없다"(인터뷰)

"실존 인물 욕심나…김구 선생 연기하고파"

[권혜림기자] "임상수 감독의 직설 화법에 상처 받았냐는 이야기요? 오히려 좋았어요. 서로 알고 들어온 현장이고, 바쁜데 돌려 말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죠. 직설적인 면에서는 코드가 잘 맞았어요. 일할 때는 저도 직설적이거든요."

지난 11일 조이뉴스24와 만난 배우 김강우는 말 그대로 직설적인 사람이었다. 직설이 무뚝뚝함이나 차가움만을 뜻하지는 않는다. 김강우의 직설에는 인간미와 소탈함이 묻어있었다. 몇몇 초기작에서 보여준 유순하고 해맑은 느낌보다는 '남자 김강우'의 인상이 강했다.

김강우의 주영작, 청년의 뜨거움을 대변하다

제65회 칸국제영화제 진출작 '돈의 맛'에서 김강우는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대한민국 최상류층 재벌가의 일들을 도맡으며 돈의 맛을 알게 되는 주영작을 연기했다. 주영작은 기존 드라마나 영화 속 돈의 유혹에 빠져드는 전형적인 인물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가난하게 자라지도, 콤플렉스에 가득 차 있지도 않은 캐릭터다.

"소위 말하는 '스펙'이 딸리지 않는 사람이에요. MBA 유학을 거쳐 대기업에서 초고속 승진을 했죠. 모든 샐러리맨의 희망인 대표를 꿈꾸는 청년이에요. 그 집안에서 일을 하면서 비자금을 관리하기도 하죠. 그러다 보면 괴리감에 빠질 수밖에 없어요. 돈과 명예를 위해 모욕을 참아가면서, 수치심도 죄책감도 없이 살아가는 것이 맞는지, 혼란을 느끼는 캐릭터에요."

극중 주영작은 청년의 뜨거움을 대변한다. 그에 어울리게 김강우는 운동과 식이요법을 동원해 탄탄한 몸을 만들고 촬영을 했다. 몸 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팔과 가슴팍을 가리키며 "지금은 그 몸이 전혀 없다"고 웃으며 고백했다.

"주영작이 수컷의 냄새가 물씬 나는 인물이니 몸을 만든 것 뿐이에요. 몸이 좋아보여야만 하는 이유가 있으니 운동을 한 거죠. 평소에는 살 찌지 않도록만 관리하는 수준이에요."

"'돈의 맛', 만족스럽다"

개봉을 앞둔 기분을 묻자 바로 "좋다"는 답이 돌아왔다. 시사회 전 편집실에서 미리 영화를 봤다는 그에게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는지를 물었다.

"만족스러워요. 보고 나니 촬영할 때보다 더 좋아요. 센 주제라서 보는 이들이 쉽게 접근하지 못할 수 있는데 어떤 반응이 나올지도 궁금하고요."

이날 김강우는 영화 '돈의 맛'의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 순간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제목부터 좋았다"며 "만약 '돈의 맛'이 아니라 '돈맛'이었다면 촌스럽거나 상스럽고 천박해 보였을 것"이라고 진지하게 말했다. 한 마디로, '돈의 맛', '의'라는 조사 하나가 그를 선뜻 주영작으로 변신시킨 셈이다.

영화 관련 인터뷰에서 임상수 감독은 수차례 "김강우와 꼭 일해보고 싶었다"고 고백했다. 어떻게 그토록 '함께 일하고 싶은 배우'가 됐는지 넌지시 물었다. 김강우는 손사래부터 쳤다.

"사실 이런 이야기가 부끄러워요. 감독님이 기를 살려주려고 하신 말씀인것 같아요. 다른 작품은 타이밍이 맞지 않아 못한 적이 있었거든요. MBC 드라마 '남자 이야기'를 보고 주영작 캐릭터에 제 톤이 맞는다고 생각하셨대요."

김강우는 오는 23일 프랑스 칸으로 떠난다. 어느새 데뷔 10년 차 배우가 된 그지만 칸국제영화제에 방문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첫 칸 진출 소감을 묻자 "소식을 듣고 처음에는 잘 느낌이 오지 않았다"고 입을 열었다.

"한국 영화가 여러 번 칸에 진출한 바 있으니 익숙하게 느껴졌어요. 그런데 가만 생각해 보니 대단한 일인 거에요. 경쟁 부문의 20여 편에 속했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잖아요. 좋은 감독과 작품을 만난다 해도 타이밍이 딱 맞아야 하니까요. 대단한 확률이죠."

"대선배들, 배우 대 배우로 대해줬다"

배우 윤여정은 후배 배우 김강우와 김효진을 가리켜 "무척 예의 바르고 기본이 잘 갖춰진 배우들"이라고 평한 바 있다. 칭찬을 전하자 김강우는 머쓱하게 웃었다.

"예의를 차렸다고 하기에도 그렇고, 오버한 것도 아니었어요. 어머니 아버지 뻘 되는 선생님들이신데 당연한 거죠."

대선배들과 함께 한 현장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는지 묻자 "배우 대 배우로 대해 준 선생님들 덕에 어렵지 않았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윤회장 일가의 딸 나미를 연기한 상대배우 김효진에 대해서도 존중이 깃든 코멘트를 남겼다. 그는 "무척 매력적이고 쿨할 뿐 아니라 연기에 대한 욕심도 굉장하다"는 말로 김효진을 극찬했다.

상대 배우들에 대해선 한결같이 "훌륭하다"고 평가한 그지만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마냥 관대하지 않다. 그는 "개봉할 때는 보지만 내 영화를 계속 보지는 않는다. 뭔가 창피한 기분"이라며 "많은 배우들이 그럴 것"이라고 고백했다. '돈의 맛'을 보고 "만족스러웠다"면서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 잘 할걸' 싶은 생각이 들 듯하다"고도 했다.

남은 배우 인생을 통해 수많은 삶을 살 그지만 꼭 한 번 소화해보고 싶은 연기가 있다.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산 실존 인물의 삶이다.

"진짜 인생을 산 실제 인물을 연기하고 싶어요. 드라마틱하고 굴곡 많은 삶을 산, 역사에 하나의 획을 그은 사람의 이야기요. 김구 선생 같은 분의 삶을 연기한다면 어떨까요?"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joy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