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연결된 1조 시간이 세상을 바꾼다


[신간 소개] 많아지면 달라진다

[김익현기자] 지난 해 미국에선 니컬러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화제를 모았다. 디지털 문화가 인간의 뇌를 녹슬게 한다는 카의 비판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 때문에 생각하는 것 자체를 귀찮아하게 됐다는 공감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비판에 대해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맞받은 사람이 있다.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는 저서로 SNS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보여줬던 클레이 서키 교수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는 커의 주장에 대해 "인정한다. 하지만 많아지면 달라진다"고 반박했다.

클레이 서키의 <많아지면 달라진다> 는 바로 이런 주장을 담은 책이다. 전작인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에서 이미 네트워크로 연결된 집단 지성의 힘을 잘 보여줬던 서키 교수는 이번엔 '인지 잉여(Cognitive Surplus)'란 개념을 들고 나온다. (실제로 이 책 원제는 Cognitive Surplus이다. 번역서로 내놓으면서 내용을 한 마디로 함축해준 '많아지면 달라진다'를 택한 편집자(혹은 번역자)의 감각이 돋보인다.)

저자는 인터넷으로 연결된 전 세계 20억 명의 여가 시간을 합치면 약 1조 시간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그 동안 이 시간들은 대부분 텔레비전을 보는 데 낭비됐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더 크고 의미 있는 일에 쓸 수 있게 되면서 사회변화를 위한 막강한 자원이 되었다고 주장한다.

서키 교수는 바로 이 자원을 '인지 잉여'라고 부르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인지 잉여가 세상을 어떻게 바꾸는 지, 새로운 대중은 무엇에 열광하고 무엇에 분노하는지, 그리고 새로운 세상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 지를 풍부한 예시와 예리한 통찰로 풀어낸다.

'많아지면 달라진다(More is different)'는 물리학자 필립 앤더슨이 처음 한 말이다. 어떤 것을 아주 많이 합쳐놓으면 그 집단은 새로운 행동 양식을 보인다는 것이다. 저자 역시 피자 체인에서 조각 피자가 팔려나가는 걸 보면서 "많아지면 달라지는" 법칙을 몸소 경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 인지 잉여 얘기로 돌아가보자. 연간 1조 시간이 넘는 여가를 함께 사용한다는 엄청난 사회 변화가 가능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이 중 1%만 좀더 의미 있는 일에 쓴다면 1천900만개의 지식을, 270개 언어로 제공하는 세계 최대의 지식공유 사이트 '위키피디아'를 100개나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저자는 이집트·튀니지 등 중동 민주화 혁명이나 케냐 정부의 폭정을 진정시킨 시민참여 고발 사이트 '우샤히디' 사례를 통해 이런 변화의 힘을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인지 잉여가 곧바로 사회적인 변화의 힘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최근 각종 인터넷 게시판이나 댓글 공간에서 볼 수 있듯, 공유지의 비극으로 이어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행동'하고 참여하기 때문에 평균적인 질 하락은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리 앞에 있는 기회는 아주 거대하기 때문에 문제는 어떤 상상력가 창조성을 갖고 그런 기회를 이용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클레이 서키 지음/ 이충호 옮김, 갤리온 1만5천원)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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