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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균성]진짜 위험한 해커는 국가권력이다


각국 해커를 정규군화할 태세…세계 차원의 해결 노력 있어야

세상이 해킹으로 떠들썩하다. 소니 같은 유명기업의 시스템이 한 달 동안 먹통이 되고 1억 명의 소중한 고객정보가 유출 돼 난감한 상황에 빠졌는가 하면 백악관 직원의 이메일이 누군가에 의해 손금 들여다보듯 파헤쳐지고 있다. 유명 방송국의 홈페이지에 거짓으로 꾸민 기사가 올라오고 해커를 잡겠다고 나선 세계 최고 수사기관인 FBI마저 뚫리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 혐의가 있다며 으르렁 댄다.

뭣도 모르는 보통사람은 대체 이러다가 인터넷 세상이 어떻게 될지 불안하기만 하다. 인터넷이라는 신천지를 믿고 경제 활동을 계속해야 할 것인지도 고민이고 인터넷이 주는 약간의 재미를 맛보자고 팬티까지 벗어야 할 상황이 된 것이 영 꺼림칙하다. 적어도 나는 피해의 대상이 아닐 것이라고 애써 무시하며 울며 겨자 먹기로 그냥 사용하거나 더 소심한 경우 인터넷 사용을 줄이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

더 큰 문제는 상황이 이런데 이를 해결할 주체가 마땅히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일단 각국 정부가 책임 있는 주체로 보이나 이들은 오히려 미국과 중국 정부의 갈등에서 보듯 오히려 자국 이익을 위해 해커를 양산할 것으로 보인다. 게릴라를 정규 부대로 만들려고 한다. 인터넷 서비스 기업은 소니 사례에서 보듯 제 코 닦기도 바쁘다. 보안 업체들이 기술적인 해법을 내놓기는 하지만 늘 사후약방문이다.

해킹이 이처럼 무대책인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금 인터넷 구조는 기본적으로 해커가 창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인터넷은 애초 열린 공간이었다. 인류가 축적한 지적 자산을 자유롭게 공유하려 게 인터넷의 탄생 배경이다. 그 지향은 현실에 없는 사이버 엘도라도라고 할 수 있다. 자본이 개입하면서 달라졌다. 구획이 정해지고 사유와 독점이 생겼다. 이제 축복의 공간은 새로운 전쟁터로 변했다.

인터넷 공간이 변질하면서 나타난 해커는 크게 3종류다. 우선 룰즈섹(LulzSec)이나 어나니머스(Anonymous) 같은 자생적 아나키스트 집단이다. 이들은 영토 구획과 사적 소유로 특징 지워지는 현실과 인터넷이 달라야 한다고 믿는다. 현실의 기득권 세력이 인터넷을 좌우하는 것을 반대한다. 이들에게 해킹은 인터넷 공간의 사적 이익을 거부하고 사이버 엘도라도를 복원하려는 지식 게릴라 투쟁이다.

인터넷마저 영토로 보는 각국 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서 보듯 해커를 정규군으로 양성할 태세다. 인터넷 경제가 갈수록 커지면서 새롭게 구획을 정해야 할 필요가 생겼고 여기서 밀리지 않기 위해 현실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인터넷에 국경을 설치하면서까지 이를 지키려고 몸부림친다. 그러나 각국 정부의 모든 행위는 결국 상대국에게는 해킹 행위에 불과할 뿐이다. 여기서는 선후를 따지기도 어렵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실제로 인터넷에 금을 긋고 있다. 지금은 물러난 이집트 독재자는 순식간에 인터넷을 암흑천지로 만들었다. 미국의 문화적 침략을 우려하는 이란 정부는 글로벌 인터넷에서 독립하려 하고 있다. 폐쇄적인 인트라넷을 쓰는 나라들도 북한 등을 포함해 여럿이다. 중국 등 대부분의 국가는 인터넷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합법이냐 불법이냐만 다를 뿐 인터넷은 이미 해킹의 바다이다.

인터넷 국경을 지키기 위한 이런 각국 간 해킹은 정규전으로 커질 가능성이 짙다. 국적을 초월한 룰즈섹이나 어나니머스 같은 아나키스트들에겐 인터넷에 영토를 그으려는 존재들은 어느 편이든 다 적이다. 미국 국방부가 사이버 정책을 강화키로 한 뒤 중국 정부보다 먼저 룰즈섹 등이 미국 상원이나 FBI 등을 공격한 게 대표적 사례다. 각국 정부를 뒤에서 사주하는 탐욕 기업 또한 이들에겐 타격 대상이다.

인터넷에 국경을 긋고 사유화하려는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이들 사이의 갈등과 전쟁은 더 거칠어질 게 분명하다. 이 때문에 인터넷은 앞으로 지금보다 훨씬 더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문제는 이들 스스로 중재할 능력도 의지도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이를 해결하려면 세계가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는 새로운 인터넷 룰이 필요하다. 또 이 룰을 권위 있게 만들고 감시할 상설 인터넷 국제기구가 필요하다.

장차 다가올 이런 갈등에 비하면 사이버 공간에서 타인의 재산을 훔쳐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좀도둑 해커는 피라미에 불과하다.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그들의 행위로 인한 피해가 국지적이기 때문이다. 또 누구나 범죄로 보기 때문에 대책도 간단하다. 완전히 박멸할 수는 없겠지만, 보안 기술의 개발, 인터넷 서비스 주체들의 보안 의식 강화 및 투자 확대, 각국 사법 당국의 강력한 대처 등으로 줄일 수는 있다.

/로스앤젤레스(미국)=이균성 특파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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