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칼럼]번역에 살고 죽고

[북 칼럼]번역에 살고 죽고

[김익현기자] 요즘 '프리랜서'를 꿈꾸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평생 직장 보다는 평생 고용 개념이 더 커진 때문일 것이다. 프리랜서 중에서도 많은 관심을 끄는 직종 중 하나가 바로 번역가다. 외국어 실력 조금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중엔 "번역이나 해볼까?"란 생각을 갖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에게 <번역에 살고 죽고> 저자인 권남희 씨는 '부러움 그 자체'일 지도 모른다. '변변찮은' 학벌로 특급 번역가 대열에 올라섰으니 말이다.

아마도 <번역에 살고 죽고>를 잡은 사람들 중엔 이런 부러움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적잖을 것 같다. 하지만 세상 일이 어디 그리 만만하던가? 이 책을 몇 장을 들쳐보면 이내 그런 막연한 동경은 싹 사라진다.

저자는 솔직 담백한 문체로 번역가로서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힘든지를 털어놓는다. 일이 없으면 없어서 힘들고, 일이 많으면 일 처리하느라 힘든 생활. 일한만큼 수입이 따라오기 때문에, 맘 편하게 놀지도 못하는 생활. 그러니 노트북 들고 여행다니면서 맘 편하게 일할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은 아예 버리라고 충고한다.

그는 또 이런 적나라한 충고도 잊지 않는다.

"지망생들은 대부분 번역에 대한 생각이 너무 안이하고 단순하다. 영어 책만 해석할 수 있으면 누구나 번역을 할 수 있는 줄 안다. 마음만 먹으면 일거리가 뷔페 식으로 차려져 있는 줄 안다."

물론 저자는 이 책에서 번역 후배들을 위한 간단한 팁들도 소개하고 있다. 검토서 작성법, 번역료 정하기와 올리기, 밀린 번역로 받아내기, 일감이 끊어질 때 등 다양한 상황들에 대처하는 방법들을 알려준다. 또 실제 자신이 번역한 사례를 통해 '번역과 해석이 어떻게 다른지'도 알려준다.

권남희 씨는 유미리, 무라카미 류, 무라카미 하루키, 아사다 지로, 온다 리쿠 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실제로 그는 일본 문학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믿을만한 번역가'로 통한다.

하지만 이 책의 재미는 '번역 얘기'에만 있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저자가 솔직 담백하게 털어놓는 얘기들이 더 재미있다. 남들 받는 번역료의 3분의 1도 채 안 되는 장당 600원의 고료를 받던 시절의 서러운 이야기. 고료 못 받아서 애 태우던 시절 이야기. 번역하는 엄마를 옆에서 봐 온 탓에, 웬만한 출판사에서 걸려온 전화는 알아서 척척 처리하는 딸 얘기까지, 일상의 소소한 얘기들을 시원하게 털어놓는다.

번역에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권남희 씨의 <번역에 살고 죽고>를 한번쯤 들쳐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사그라질 동경'이었다면 일찍 싹을 끊어버리는 데 큰 도움이 될테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이 불타오른다면 한번쯤 승부를 걸어볼 만 할테니 말이다.

영어 번역에 관심이 많은 독자라면, 그것도 실제 번역 공부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희재의 <번역의 탄생> 을 함께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권남희 지음/ 마음산책, 1만1천원)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