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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6년]2010 안방극장, 막장 코드의 유쾌한 변주


최근 몇년 동안 안방극장을 지배한 화두는 '막장'이었다.

'식상하다'는 대중들의 질타와 '제재와 심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송계 안팎의 목소리에도 여전히 막장 드라마는 건재하다. 자극적인 소재와 비상식적 캐릭터로 버무려진 드라마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안방극장을 장악했다.

소재도 돈과 사랑, 불륜, 복수, 출생의 비밀, 불치병, 재벌 2세 등의 범주를 벗어나지 않는다. 반복적인 소재 안에서 시청자들의 말초 신경을 자극시키기 위해서는 더 독해질 수 밖에 없다. 통속극을 표방하며 나섰던 드라마가 '막장'으로 변질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안방극장은 이 막장 코드를 변주,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시청자들을 자극하는 기존의 소재를 차용하되 이를 맛깔스럽게 버무려내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만들고 있는 것. 천편일률적인 '막장' 드라마 시대는 끝난 것일까.

◆막장 신드롬, 그 달콤한 유혹

안방극장에 본격 '막장' 신드롬이 불어닥친 것은 2008년 '아내의 유혹'이 방영되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개연성 떨어지고 억지스러운 전개에도 불구하고 상상 이상의 행동 범주를 보여주는 캐릭터와 복수에 복수를 보여주는 스토리는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시청률과 해외 수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아내의 유혹'은 '성공의 표본'이 됐다. 저예산의 고효율 드라마, 한류드라마에 비해 제작비는 제작비대로 적게 들고 수익은 쏠쏠하니 제작사와 방송사 입장에서는 달콤한 유혹이다. 시청자들을 현혹하기 위해 너도 나도 자극적인 드라마를 들고 나왔고 안방은 막장의 천국이 됐다.

그러나 막장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봇물처럼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정치권에서도 막장 드라마의 제재에 대한 목소리가 나왔고 방송계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았다.

그 기점이 된 것은 MBC 일일극 '밥줘'였다. 불륜과 패륜 등 비정상적인 가족관계를 방송해 물의를 빚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시청자에 대한 사과' 명령을 받았다. 그 즈음 많은 제작진과 배우들 스스로 막장드라마의 폐해와 그 심각성을 인지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 역시 막장 드라마에 지쳤다. 드라마의 작품성과 완성도보다는 자극만을 추구하는 비슷한 류의 드라마는 더 이상 희소성의 가치가 사라졌다.

◆'막장 드라마는 없어도 막장 코드는 있다'

2010 안방극장, 막장 드라마는 사라졌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막장 일변도의 드라마는 사라졌을 지언정 여전히 아슬아슬한 막장 코드는 있다. 물론 막장과 통속, 두 가지 단어의 정의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 충돌은 있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여전히 '막장'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또 논란의 여지를 주고 있다.

올 안방극장에서 방영된 드라마 중 아슬아슬한 경계를 넘나들었던 작품은 KBS 2TV '수상한 삼형제'와 MBC '황금 물고기' '분홍립스틱' SBS '세자매' 등.

'수상한 삼형제'는 억지 설정과 극단적인 사건 전개, 몰상식한 캐릭터 등으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며느리 구박이 도를 넘는 시어머니 효춘과 불륜을 저지르고도 뻔뻔한 남편은 원성을 샀다. 물론 결말은 훈훈했고 안방극장 최고 시청률 드라마라는 명예를 얻었지만 '욕 먹는 드라마'라는 불명예를 피해갈 수 없었다.

현재 방영중인 MBC '황금물고기'도 막장의 덫을 피해갈 수 없었다. 배다른 남매의 사랑과 복수라는 통속적인 소재부터, 얽히고 설킨 등장 인물들의 설정과 과장된 캐릭터로 막장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시어머니 정혜선의 지나친 악행으로 인해 '올가미 캐릭터'라는 별명을 일으켰을 정도.

이외에도 많은 일일극과 아침드라마들이 재미를 위한 극단적인 설정으로 막장 논란을 피해갈 수 없었다.

◆막장 코드의 변주...탄탄한 스토리로 새롭게 태어났다

통속적인 소재라고 해서 다 똑같은 막장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아니다. 불륜과 복수, 질투 등 천편일류적인 재료라고 할 지라도 이를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고급 요리가 되기도 한다. 이른바 막장 코드의 변주다.

KBS 2TV '제빵왕 김탁구'는 초반 막장 논란을 넘어 국민드라마가 됐고 MBC '욕망의 불꽃' 역시 완성도 높은 통속극으로 호평받고 있다.

'제빵왕 김탁구'는 남아선호사상과 출생의 비밀, 불륜 등 극 초반 설정 때문에 막장 코드를 남발한다는 비난 여론에 시달렸다. 그러나 불륜과 복수라는 기본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이 기존의 드라마와 달랐다.

이같은 소재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기본 토대가 됐지만 주가 되지는 않았다. 드라마는 중년의 치정극도, 잔혹한 복수극이 아닌, 얄궂은 운명에 처한 젊은 청춘의 성장스토리였다.

'욕망의 불꽃'은 소재 자체만 보면 '막장'의 여지가 없는 작품이다. 사생아와 출생의 비밀, 낙태, 복수, 살인, 폭행 등 통속극의 소재들이 총동원됐다. 여주인공은 성공에 대한 욕망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욕망의 불꽃'은 이 아슬아슬한 소재들을 정면돌파한다. 인간의 극대화된 욕망과 극한의 갈등에 설득력이 부여됐다. 이를 표현하는 배우들의 세밀한 연기도 호의를 받고 있는 이유다.

MBC '즐거운 나의 집'도 불륜과 복수라는 소재로 다소 '센'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지만 흡입력 있는 탄탄한 스토리 등을 결합시키며 명품 미스테리 드라마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MBC 일일시트콤 '몽땅 내사랑'은 막장 소재를 시트콤으로 갖고 오는 '파격'을 선보인다. 그러나 제작진은 정극에서 보여주는 막장 코드를 비틀어 오히려 신선하고 새로운 웃음을 선사하겠다는 각오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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