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최근 출시한 PC 프로세서 '코어i7 980X'는 999달러(1천개 단위 구입 시 1개당)다. 이와 달리 AMD의 '페넘II X6 1090T'는 295달러다. 두 제품 모두 6코어며 PC 칩 최상위 모델이지만 가격차이는 3배가 넘는다.
최근 컴퓨터 프로세서 업체 인텔과 AMD가 PC와 서버 프로세서 신제품을 내놓으면서 큰 폭의 가격 차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전부터 인텔 제품이 AMD보다 가격이 높은 편이었지만 이번 신제품들은 가격 격차가 최대 3배 이상으로 벌어져 배경에 궁금증을 갖게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마진율, 성능 차이, 기술 투자 차이, 마케팅 비용 차이를 반영해 상위 제품으로 갈수록 가격 격차가 급격히 커지는 인텔 특유의 가격 정책 등이 두 제품의 가격 격차를 벌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마진율∙기술투자 차이 제품가에 반영
가격차이의 기본적인 이유는 인텔이 AMD보다 마진율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인텔 매출 총이익(Gross Margin)은 63%로 AMD의 47%보다 꽤 높은 편이다. 매출 총이익은 매출액에서 매출원가를 공제한 금액을 말한다.
AMD는 전세계 컴퓨터 프로세서 시장 2인자지만 1위 인텔과의 격차가 매우 크다. 인텔은 PC 및 서버 칩 시장에서 80~90%의 점유율을 오가며 AMD를 멀찍이 따돌려왔다. 이 때문에 가격경쟁력을 추구하는 AMD는 마진을 상당 부분 포기하고 있다.
하지만 마진율 뿐 아니라 두 회사의 기술 투자 비용 차이도 제품가에 반영된다. 일례로 인텔의 6코어 PC 칩 '코어i7 980X'는 32나노공정 기반으로, AMD 6코어 제품 '페넘II X6 1090T'는 45나노 공정으로 설계됐다.
집적도가 높아지면 장기적으로는 제조 원가가 낮아지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인텔이 새로운 제조 공정 설립을 위해 지출한 비용 역시 제품가를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코어수가 같지만 성능 역시 인텔 제품이 높다고 평가 받는 게 사실. 인텔코리아 관계자도 "코어가 다 같은 코어가 아니다"라며 성능 차이를 강조한다.

◆'인텔 인사이드 펀드'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지목
인텔이 AMD보다 마케팅 비용을 많이 쓴다는 게 제품가에 반영 될 것이라는 견해도 제시된다. 인텔은 '인텔 인사이드 펀드'라는 정책을 운영한다. PC나 서버 업체가 인텔의 프로세서를 채용하고 인텔로고를 제품에 붙일 경우 그 업체의 마케팅 비용 일부를 제공해주는 식이다.
PC 업체 관계자는 "만일 인텔 프로세서 기반 PC 제품으로만 전체 라인업을 구성하면 마케팅 비용의 40% 이상을 인텔로부터 제공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인텔 제품 채용율이 높을수록 지원 비용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물론 AMD도 비슷한 마케팅 펀드가 있지만 인텔에 비해 규모가 적다. 인텔과 AMD의 x86 서버 프로세서를 모두 채용하는 서버 업체 관계자는 "인텔에 지원 받는 금액이 AMD에 받는 금액보다 대략 3~4배쯤 많다"고 밝혔다.
물론 지원 액수 차이는 각 업체에 따라 다르다. 또 다른 PC 업체 관계자는 "두 회사 프로세서를 모두 사용한다 해도 인텔 제품을 탑재한 PC 비중이 훨씬 높다 보니 당연히 인텔로부터 받는 지원금이 더 크다"고 말했다.
◆실제 가격차는 상위모델서 뚜렷
하지만 두 업체 제품의 실제 가격차는 사양이 낮은 하위 모델에서는 크지 않으며 주로 고사양 상위 모델에서 뚜렷한 편이다.
인텔 특유의 가격 정책 때문이다. 인텔 프로세서들은 사양이 높아질수록 하위 제품과의 가격 격차가 점점 커진다.
인텔의 코어i시리즈의 경우 i3이 113~130달러, i5가 176~284달러, i7이 284~562달러, i7 익스트림 에디션이 999달러로 상승 폭이 크다. 상위모델로 갈수록 성능은 높아지지만 가격 대비 성능은 떨어지는 셈이다.
반면 AMD의 페넘II 시리즈는 듀얼코어부터 6코어까지 88달러~295달러 사이다. 두 회사의 동급 성능 프로세서 제품가를 비교해보면 최상위급을 제외하고는 생각보다 차이가 크지 않은 셈이다.
PC 업계 일부 관계자들은 인텔의 이 같은 가격 정책을 두고 최상위 제품보다 한단계 낮은 제품의 가격 경쟁력을 돋보이게 하려는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최상위 제품에 매우 비싼 가격을 책정하고, 차후 성능은 약간 낮고 가격은 크게 낮은 제품을 출시해 수요를 자극한다는 설명이다.
인텔코리아 관계자는 "i7 익스트림 에디션 같은 최상위 제품은 일부 매니아 층을 겨냥한 것으로 수요가 매우 제한적"이라며 "약간의 성능 차이에도 기꺼이 고비용을 지불할만한 소수의 고객을 위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AMD는 가격 경쟁력을 고수한다는 입장이다. AMD 관계자는 인텔 제품에 대해 "약간의 성능차이에 고객이 지불해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며 "성능이 중요한게 아니라 가격대비 성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현주기자 jjoo@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