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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도XP 특집] PC 업계 '기대 반, 걱정 반'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차세대 PC 운영체제(OS)인 윈도XP 출시 임박으로 PC 제조업계는 그야말로 '비상시국' 이다.

토종 국산 업체들은 국산 업체대로, 외산 업체들은 그들 나름대로 과연 윈도XP가 불황기를 걷고 있는 PC산업에 탈출구를 제공해 주는 구세주가 될지, 아니면 경기 침체에 휩쓰려 사상누각(砂上樓閣)으로 남게 될지 잔뜩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어찌보면, '기대 반, 걱정 반'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정도로 윈도XP 출시를 바라보는 입장이 남다르다.

◆PC업계

어차피 윈도XP를 운용체제로 채택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PC 시스템보다 업그레이드된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업계에서는 보는 최소사양은 300MHz급 정도지만 윈도XP를 원활하게 돌리기 위해서는 펜티엄4 이상의 수준급은 돼야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이 업체들은 이번 윈도XP 출시를 계기로 펜티엄4를 중심으로 한 최고 사양의 PC 대기수요와 잠재수요를 깨워 곧바로 하반기 실적으로 연결시킨다는 게 기본 계획이다.

윈도XP를 채택한 PC제품은 MS가 이미 이달 중순경 국내 PC제조업체들을 위한 한글용 윈도XP 버전을 공급했기 때문에 10월 초순을 전후해 일제히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인다.

최근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LGIBM, 현주컴퓨터 등 국내 주요 PC업체들은 생산라인에서 윈도XP 생산 준비용 버전에 대한 최종 테스트를 시행하고 있으며 시장정책 조율에 돌입한 상황이다.

삼보컴퓨터 관계자는 "윈도XP의 출시 이후 PC를 사겠다는 대기수요와 잠재수요를 얼마나 실제 구매로 이끌어 내느냐가 관건이 아니겠느냐"라며 "이미 예정된 제품이 출시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반응이 어떻게 움직일 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펜티엄4급으로 90% 가량 제품 라인업을 갖춘 LGIBM은 "윈도XP 출시로 인한 펜티엄4 PC 수요진작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윈도XP 실전체험이나 업그레이드 쿠퐁 제공 등 수요촉진을 위한 마케팅도 본격화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그러나 거는 기대 만큼 효과를 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최근 미국 테러 쇼크로 인해 국내외적으로 약해진 소비심리와 경제적인 순환구조를 감안할 때 윈도XP가 출시됐다고 PC경기가 단숨에 회복되리라는 것은 너무 섣부른 기대가 아니냐는 지적도 만만찮기 때문이다.

이같은 지적은 당장에 윈도XP 없다고 PC를 못쓰는 것도 아닌데 불확실한 경기전망 속에 윈도XP에 너무 큰 기대를 거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반도체, PC산업의 침체로 3분기 영업실적 악화소식이 들리는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의 호주머니를 열게 만드는 것은 윈도XP 출시가 아니라 경기회복"이라며 "장기적 관점에서 PC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바라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전부서를 대상으로 위기관리 차원에서 시장 재점검에 들어간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기기업계

국내 주변기기 업계는 윈도XP에 대해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수출업체나 PC제조사에 부품을 공급하는업체들은 윈도XP에 발빠르게 대처하고 있는 반면, 자체 유통하는 진영은 '남의 집 불구경'에 나선 듯 관망하는 분위기다.

수출하거나, PC제조사에 납품하고 있는 주기판, 그래픽카드, 모니터 등 주변기기 업계는 마이크로소프트(MS)가 부여하는 윈도XP 인증을 받기 위해 한, 두달 전부터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바쁜 상황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형 제조업체를 비롯 시그마컴, 인사이드텔넷컴 등 그래픽카드 업체들이 이미 주변기기 분야의 윈도XP인증을 획득했다.

이는 MS 정책으로 인해 윈도XP 인증을 받지 않고서는 수출과 PC제조사에 대한 부품 공급 등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MS의 경우 윈도XP 인증을 받지 않은 부품을 구매할 경우 해당 PC제조사가 윈도XP 로고를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PC제조사로서는 윈도XP 로고를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당연하게도 MS가 지원하는 광고보조금 등 마케팅 지원비를 받을 수 없다.

그러나 외산 주변기기나 자체 유통에 주력하는 주변기기 진영의 경우 '윈도XP 등장'에 대해 그냥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윈도2000이나 윈도me 등 윈도98 이후 출시된 OS(운영체제) 버전의 보급률이 상당히 낮았기 때문에 사실상 자기 돈을 들일 만큼 애써서 지원 드라이버 등을 제작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다.

디스플레이기기 정보사이트인 모니터포유의 신수근 사장은 "윈도2000이나 윈도me가 출시됐을 때 모니터 제조사들 중 거의 다가 해당 OS가 지원되는 '드라이버'를 별도로 제작하지 않아 소비자의 불만을 샀다"며 "모니터의 경우 해당 OS 버전의 드라이버가 없이도 기본 화면이 뜨기 때문에 그리 보급률이 낮은 OS용 드라이버 제작에 관심을 두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윈도XP가 출시되더라도, 그 시장성을 확인시켜주지 못할 경우 모니터 업계 등 주변기기 업계의 반응은 윈도2000 출시 때와 비슷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아직까지 모니터 업계가 윈도XP 등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거의 듣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윈도XP가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국내 주변기기 업계는 이를 지원하는 드라이버 제작 등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기판, 그래픽카드를 유통하는 유니텍전자도 비슷한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대다수 주변기기 업체들은 윈도XP 인증 준비 보다는 윈도XP 출시가 과연 침체된 PC시장을 회복시켜 줄 지 여부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수입산 주변기기의 경우 이미 해외에서 윈도XP 인증을 받아서 들여 온다"며 "국내에서 생산되는 그래픽카드도 해외 수입 칩셋 자체가 인증을 한 번 받기 때문에 국내에서 다시 인증을 받는 데에는 그리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정진호기자 jhjung@inews24.com, 이관범기자 bum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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