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금융기관 조사권을 줘야 할까.
27일 이 문제를 사이에 두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만난 정책·금융당국 수장들의 생각은 선명하게 갈렸다.
이성태 한은 총재는 "필요하다"고 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과 김종창 금융감독원장은 "반대"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도 내심 반대. 그는 "심도있는 논의를 하자"며 "청와대에 TFT를 만들어 고민하자"고 했다. 일단 시간을 벌자는 공산이다.
금융감독 체계의 획기적인 변화를 예고한 한은법 개정안. 한은은 적극 찬성하고 있다.
이성태 총재는 "그간 통화신용정책에 필요한 자료를 확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법을 고치지 말고 현행법에 명시된 공동조사권을 이용하는 등 운용의 묘를 살리라'는 반론에는 "과거 7~8년간 생각해봤지만 묘수는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현실성이 없다는 의미다.
'한은이 지급결제시스템의 최종 감시 권한을 가지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어떤 종류의 거래이든 결제는 결국 법정 통화를 공급하는 중앙은행에 와서야 끝난다"고 했다. 논리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금융위와 금감원의 생각은 완전히 다르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미국에서도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데도 금융위기를 막지 못했다"고 했다. "중앙은행이 감독권을 가지고 있느냐 여부와 금융위기 방지 가능성은 별개의 사안"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이어 "한은이 3천여개 금융기관의 지급결제시스템 감시권을 가지는 것도 상당한 문제가 있다"며 한은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종창 금감원장 역시 "현 시스템 내에서도 한은과 금감원 양 기관이 충분히 협의해 보완책을 마련할 수 있다"며 "한은법 개정에 반대한다"고 했다.
윤증현 재정부 장관은 '대의'를 앞세워 시간을 벌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조직 이기주의를 넘어 국가 백년대계에 부합할 수 있는 중앙은행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며 "청와대 직할로 금융개혁 TFT를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한은이 원하는 방식대로 동의해줄 수는 없다는 의미다.
윤 장관은 최근 재정부 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도 "지금은 한은법 개정 등을 논의할 만큼 여유있는 때가 아니다"라며 사실상 한은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윤 장관은 이어 "10년 전 분권화된 금융감독기구를 통합하면서 중앙은행은 통화신용정책에 전념하도록 독립성을 강화했다"는 말로 한은 고유의 역할을 환기했다. 감독권한 부여에 반대한다는 속 뜻이 숨어있다.
그는 다만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분리한 뒤 1년이 지난데다 금융위기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시스템 개편이 논의되고 있다"며 한은의 역할에 대한 논의 필요성은 인정했다.
한편 수감기관을 대표해 자리한 신동규 은행연합회장은 "어디서 실시하든 금융 감독이 한 곳에서 통합돼 실시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검사를 받는 입장에서는 두 곳의 시어머니를 모시기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박연미기자 chang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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