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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석의 인터넷 세상]네티켓 운동, 이젠 오피니언 리더의 몫


우리는 "안녕하십니까", "잘 지내", "안녕히 주무셨어요", "고맙습니다" 등 때와 상황에 알맞은 인사를 통해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경하며 반가움을 나타낸다. 때로는 경례를 하거나, 목례를 하거나, 악수를 하거나, 눈으로 예를 표시하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들은 한국사회에서 기본으로 통용되는 예절(禮節)이자, 명시적인 에티켓이며, 상대에 대해서는 암묵적으로 신뢰성과 인성을 부여하는 기준이 된다.

지금 우리 생활 깊숙한 곳에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가상공간이 자리하고 있다. 가상공간의 등장은 마치 바이러스처럼 폭발적으로 번지며 각종 기술의 발달로 이어졌고, 상상하지도 못했던 가능성을 실현시켰다.

그러나 이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은 현실에서의 커뮤니케이션과 다르게 자신의 모습이나, 성격을 쉽게 드러내 보이지 않는 특징이 있어 여러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는 12살 아이가 60살 어른을 만나도 서로를 알지 못한다. 나이, 신분 등이 노출되지 않는 익명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익명성을 근거로 인터넷에서는 욕설과 싸움, 유언비어 등이 난무하면서 인성, 인격이 서서히 파괴되고 있다. 특히 정치인, 연예인 등 공인들 뿐 아니라 일반인들에 대해서도 무분별하게 자행되는 '폭력'에 가까운 수준의 댓글들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문제들이 야기되면서 인터넷 예절이라는 용어인 '네티켓(네트워크+에티켓)'이라는 신조어도 생겨났고, 어느 순간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는 예절교육이 온라인에서도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확산되어 갔다.

이와 같은 인터넷과 얽힌 문제는 기술적 성장 속도에 견주는 합리적 에티켓이 정착되지 못해 빚어진 혼란과 시행착오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첨단기술을 통해서 새로운 상황이 도래했는데, 오랫동안 발달되어 정착된 오프라인 에티켓 문화에서 살다가 갑자기 전혀 다른 종류의 에티켓이 요구되는 상황에 노출되어 생긴 현상인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합리적인 에티켓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간의 편리와 효율을 위해 나타난 기술이지만, 그 기술이 인간과 함께 연결되어야 가능한 것임을 잊고 있기 때문에 문화 자체가 성숙하지 못하고 원시적인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 예절에 대한 필요성을 인지(認知)하지 못하는 한계에 다다르기 전에 우리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인터넷 강국', 'IT 강국'의 대열에 들어선 우리의 입장에선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요란한 옷차림과 시끄러운 굉음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일반 '폭주족'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일명 '할리맨'들의 '매너 지키기' 사례를 살펴보자. 명품 오토바이의 대명사인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마니아 '할리맨'들은 무엇보다 '멋'을 추구하지만 '매너'를 중시한다. 교통법규와 신호를 지키는 것은 물론 기본이며 욕설을 하거나 음주운전을 하는 것을 스스로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이들에게는 '명품'을 타면서 이에 걸맞은 엄격한 규칙과 매너를 지키는 일이 너무도 당연한 것이다. 그럼으로써 더욱 자신들의 가치를 높이는 시너지 효과를 얻기도 한다. '할리맨'처럼 어느 분야에든 마니아는 존재한다. 인터넷을 통해 마니아는 때때로 오피니언 리더로 거듭나기도 한다.

1990년대 중반 PC통신 시대가 열리고 인터넷 채팅이 본격화 되면서 네트워크 문화 코드를 이해하는 마니아들이 등장했다. 당시 이들은 채팅을 최고의 아이콘이자 트렌드로 이끌어냈고, '~님'이라는 존칭을 널리 양산해내기도 했다.

인터넷 예절에 있어 이러한 오피니언 리더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접하고, 직접 평가를 내리고 주변사람들에게 널리 알리면서 새로운 여론이나 문화를 만들어 나가기에 네티켓 문화를 정착시키는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문화가 자리 잡기까지는 많은 테스트와 시행착오가 요구된다. 비록 늦은 감은 있고, 순서가 뒤바뀐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오피니언 리더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예절, 인터넷 윤리가 확산되도록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은 'IT 강국'이다. 우리가 인터넷 예절을 지킨다는 것은, IT 강국으로서의 더 높은 위상을 구축하는 것을 의미하는 동시에 오히려 성숙한 네티켓을 통해 대한민국이 오피니언 리더 국가로 발돋움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삼자.

/이재석 심플렉스인터넷 대표 column_j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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