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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다' 왕기춘, 고개를 들어라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를 제압하며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왕기춘(20, 용인대). 부담감이 컸던 탓일까, 왕기춘은 결승전에서 패하며 은메달에 그치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들지 못했다.

왕기춘은 11일 베이징 과학기술대 체육관에서 열린 남자 유도 73kg급 8강전에서 부상을 입고 제 컨디션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준결승에서 라슐 보키에프(타지키스탄)에게 유효 하나를 더 얻어내면서 결승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힘겹게 진출한 결승전. 상대는 세계랭킹 1위 엘누르 맘마들리(아제르바이잔)였다.

작년 세계선수권 대회 결승에서 맞붙은 맘마들리와 올림픽 결승전에서 운명처럼 다시 만난 왕기춘은 결국 경기 시작 13초 만에 다리를 잡힌 채 발목잡아메치기로 한판패를 당했다. 멀쩡한 몸 상태였던 작년에도 연장 접전 끝에 힙겹게 승리한 맘마들리는 왕기춘이 부상당한 몸으로 제압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이원희의 훈련 파트너로 선발돼 기량을 키워오다 드디어 '원희 형님'을 제치고 태극마크를 가슴에 단 왕기춘이다. 한국 경량급 유도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던 이원희 대신에 출전한다는 책임감은 어느 누구보다 컸고, 때문에 8강전에서 부상을 입고도 투혼을 발휘해 4강전에서 승리했다.

왕기춘은 국가대표 최종선발전에서 겪은 이원희 전에서의 판정 논란 탓에 대표로 선발된 뒤에도 묵묵히 훈련에만 매진했다. 탐탁치 않다는 세간의 시선을 올림픽 금메달로 시원히 불식시키겠다는 각오로 오늘만 바라보고 입에 단내가 나도록 훈련을 거듭했다.

그래서일까. 부상으로 인한 아쉬운 패배는 이원희를 대신해 한국 유도의 자긍심을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20세 대한민국 청년을 기죽게 만들었다. 동체급 '세계 2위'라는 멋진 성적을 내고서도 눈물을 삼켜야 했다.

그가 고개를 숙일 이유는 없다.

왕기춘 선수여 고개를 들어라. 국민들은 당신의 은메달이 어느 금메달 못지않게 소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조이뉴스24 베이징=권기범기자 polestar17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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