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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지속 가능한 디자인'에 거는 기대


거센 '친환경(그린)' 물결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12일(현지 시간)과 13일 이틀 동안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토데스크 '월드프레스데이 2008' 얘기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월드프레스데이'는 엄밀히 얘기하자면 오토데스크 제품 홍보 행사다. 오토데스크 역시 오토캐드 2009를 비롯한 다양한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현지에서 배포된 보도 자료에는 각종 신제품들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행사의 진정한 주제는 다른 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지속 가능한 디자인(Sustainable design)'이란 개념으로 대표되는 친환경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실제로 행사 현장에서 만난 오토데스크 임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친환경'과 '그린 빌딩'을 강조했다. 칼 바스 최고경영자(CEO)는 아예 건축·전자·자동차 등 주요 부문을 그린 산업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오토데스크 기술 적용 사례를 발표한 고객사들도 '그린'을 강조했다. 특히 제너럴모터스(GM)는 오토데스크의 빌딩 정보 모델링(BIM) 기술을 활용한 렌싱 델타 공장 구축사례를 설명하면서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위력을 자랑했다. 물론 GM은 BIM을 활용함으로써 건설 기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는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그린경영은 정보기술(IT)업계 뿐 아니라 전 산업의 공동 화두로 자리잡고 있는 개념이다. 세계적인 시장 조사회사인 가트너가 '2008년 10대 전략적 기술'의 첫 번째로 '그린IT'를 꼽았을 정도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IBM,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들 뿐 아니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기업들도 중장기 환경경영 계획에 눈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오토데스크의 '지속 가능한 디자인' 개념은 도시를 지탱하는 건축물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를 갖는다. 환경 오염의 주범 중 하나로 꼽히는 것이 바로 건축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축물은 전세계 에너지의 40%를 소비할 뿐 아니라 탄소 배출량의 60%를 뿜어낼 정도로 '요주의 대상'이다. 그런가 하면 매년 생성되는 건축 관련 폐기물도 약 3억3천만 톤에 이른다고 한다.

따라서 '그린 세상'을 이야기하면서 건축 문제를 외면할 수는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한 듯 필 번스타인 오토데스크 부사장은 레빗(Revit) 같은 자사 BIM 솔루션들이 '그린 빌딩'의 토대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월드트레이드센터가 있던 자리에 세워질 '프리덤타워'에 강한 자부심을 나타냈다. '프리덤타워'가 BIM 설계 기법을 도입한 대표적인 친환경 빌딩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토데스크는 지난 2005년부터 "실현되기 전에 먼저 경험하도록 한다(Experience it before it's real)"는 비전을 내걸었다. 이 비전은 3D 기술을 이용해 주변 일조량, 조명기기의 양 등을 정밀 측정한 뒤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빌딩을 만든다는 '지속 가능한 디자인' 개념의 젖줄 역할을 한다.

하지만 기자는 조금 짓궂게도 이 비전에서 영화 '매트릭스'를 떠올렸다. 잘 알다시피 '매트릭스'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허물면서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던 영화다.

'매트릭스'가 던진 메시지는 암울했다. 현실 속으로 들어온 가상 세계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매트릭스'는 첨단 기술이 소수를 위해 사용될 때 어떤 재앙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인 영화다.

3D 가상 기술을 바탕으로 한 오토데스크의 '지속 가능한 디자인'은 '매트릭스'와 반대되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길 진심으로 기대한다.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그린 기술' 아니겠는가?

샌프란시스코(미국)=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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