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의 축구파노라마 54] K리그 최단시간 골에 대한 기억

[김덕기의 축구파노라마 54] K리그 최단시간 골에 대한 기억

대전의 데닐손이 4월11일 대전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삼성하우젠컵 FC 서울과 경기에서 35초만에 벼락골을 성공시켜 올 시즌 최단시간 골을 기록했다.

프로축구 연감에는 1986년 4월12일 한일은행 권혁표가 대우전에서 세운 19초가 최단시간 골로 기록돼 있다.그러나 그 기록은 아마와 프로가 혼성으로 치른 슈퍼리그 시절 아마 선수에 의해 작성된 것이라 그 가치가 조금은 떨어진다.

프로 선수로서 최단시간 골을 기록했던 선수는 유공의 노수진이었다.

축구 격언 가운데 경기 시작 후 5분, 경기 끝나기 전 5분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전열을 채 정비하기 전이나 이제 다 끝났다는 방심으로 전열이 흩어졌을 때 실점할 위험이 높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축구 경기에서 시작 5분 안에 골이 나는 것은 경기 종료 5분전보다 드물다는 통계다.일례로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의 통계를 살펴보면 52게임에서 기록된 115골 가운데 경기 시작 15분 이내에 기록된 골은 8골로 전체의 7%에 불과했다.

후반 30분 이후에 기록된 골은 무려 28.7%인 33골로 가장 높은 득점률을 보이고 있다.그러나 축구경기가 꼭 기록대로만 진행되지 않는다.

1989년 9월10일.연 사흘째 궂은비가 쏟아져 진창으로 변한 부산 구덕운동장에서 터진 노수진의 선제 결승골은 이 같은 통계의 함정을 뛰어 넘는 멋진 한방으로 기억된다.

9승11무7패로 나란히 승점 29점을 기록, 공동 2위를 이뤘던 대우와의 경기 직전 물끄러미 유공 김정남 감독은 그라운드를 내려다보며 "수중전이라 폴란드 선수가 있는 우리가 좀 낫지" 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 감독은 이 경기에 힘이 좋은 폴란드 용병 타테우스와 레스를 모두 투입했다.최길수 주심의 휘슬이 울리기가 무섭게 세찬 공세에 들어 간 유공은 타테우스가 논바닥과 진배없는 대우 미드필드 너머로 절묘한 장거리 패스를 찔러 줬고 조윤환의 논스톱 패스를 노수진이 오른발 슛, 볼은 순항 미사일처럼 대우 골네트를 명중 시켰다.

양 팀 선수들의 등에 땀이 채 배어나기도 전인 42초만이었다. 유공은 이날 승리로 승점 30점의 럭키금성을 제치고 선두로 치솟아 시즌 우승을 향한 행군을 시작하게 됐다.

노수진은 12호골로 득점 선두 경쟁에서 10골로 2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조긍연(포철) 윤상철(럭키금성) 백종철(일화)에 한발 앞서게 된다. 그러나 1989년 득점왕은 이 해에 두번이나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20골을 작성한 조긍연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노수진은 16골이었다.

사실상 경기 개시 후 5분내 득점은 쌍방이 극도로 긴장 속에 사력을 다해 기선을 다투는 처지라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월드컵에서의 경우를 보면 1934년 이탈리아월드컵 서독-오스트리아전에서 서독의 레너가 20초만에, 1982년 스페인월드컵 잉글랜드 - 프랑스 전에서 잉글랜드의 보비 롭슨이 28초만에 골을 넣은 진기록이 있다.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가장 빠른 골은 1980년 10월11일 잉글랜드 2부리그에서 토미 랭글 리가 기록한 6초였다.노수진의 가장 빠른 골 기록은 후에 깨지고 말았지만 1989년 늦장마속의 짜증을 개운하게 날려 버린 청량감은 오래도록 기억됐다.

조이뉴스24 /김덕기(축구전문대기자)saong5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