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기의 축구파노라마 52]무명 김희철 K리그 1호 해트트릭

[김덕기의 축구파노라마 52]무명 김희철 K리그 1호 해트트릭

'돌아온 골잡이' 안정환(수원 삼성)과 '축구 천재' 박주영(FC서울)의 해트트릭으로 올 시즌 K리그 그라운드가 서서히 달아오르고 있다.

K리그 (슈퍼리그) 첫 해트트릭은 1983년 8월25일 슈퍼리그 후기리그 첫날 동대문운동장에서 기록됐다.박경화 주심의 포철- 유공전 개시를 알리는 긴 호루라기 소리는 마치 김희철의 '스타 탄생'을 알리는 신호음처럼 울려 퍼졌다.

175cm 69kg으로 센터포워드로서는 작은 체격인 포철의 신예 미드필더 김희철은 이날 처음 스트라이커로 나섰다.한홍기 감독은 지구력과 패스워크가 부족하지만 순발력과 슈팅력이 좋아 최순호 대타로 내세웠는데 의외의 결과에 깜짝 놀랐다.

김희철은 이날 경기 전까지 골이라고는 7월3일 할렐루야전에서 슈퍼리그 데뷔 두 번째 슈팅만에 얻어낸 1골이 고작이었다.전반 3분 팀 동료 이길용이 슈팅하자 유공 GK 박영수는 엉겁결에 잡았으나 워낙 센 슈팅이라 볼은 쇄도하던 김희철 앞으로 운좋게 굴러왔다.

"넓은 골문 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운이었다."

후반 19분 미드필드 중앙에서 이길용이 긴 패스를 찔러주자 아크 부근에 있던 김희철이 유공 수비 최기봉을 제치고 슈팅을 날린 것은 눈 깜짝하는 순간이었다.

김희철의 발끝을 떠난 볼은 미사일처럼 정확하게 유공 왼쪽 골문을 관통했다. 멀거니 쳐다만 봐야 했던 GK 박영수는 오연교와 교체되는 수모까지 겪었다.

김희철의 진가가 발휘된 것은 경기 종료 2분전이었다.

그동안 정해원(대우) 이장수(유공)가 1게임에서 2골은 기록했지만 해트트릭은 엄두도 못낸 상황이었다.

유공 골문 왼쪽에서 먹이를 쫓는 맹수처럼 도사리고 있던 김희철에게 또 한 차례 찬스가 왔다.문전 정면에서 조태천이 강슛, 유공 GK 오연교가 펀칭한 볼이 김희철에게 흐르자 찬스를 외치며 이번에는 오른쪽 골문으로 적중시켰다.

K리그(슈퍼리그) 첫 해트트릭이란 대기록을 수립하는 순간이었다.

평소에 무섭기만 해보이던 한홍기 감독과 박수일 코치의 호위를 받으며 기자들 앞에 나타난 김희철은 이제 무명이 아니었다.

1960년 9월3일 충북 보은에서 태어나 삼산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축구를 시작, 청주 운호중고와 충북대를 거쳐 1983년 포철에 입단한 김희철은 2년간 포철에서 활약하다 입대하는 바람에 팬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제대 후인 1987년 충북 영동 상촌중학교에서 체육교사로 제2의 인생을 연 그는 지금도 후학 양성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조이뉴스24 /김덕기(축구전문대기자)saong5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