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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장기 합숙' 외에 대안은 없나?


 

'장기 합숙, 지옥 훈련.' 그동안 연초만 되면 한국 대표팀에게 연중행사처럼 치러져 오던 행사들이다. 그러나 이제 이런 단어들을 듣기 어려울 것 같다.

프로축구 K리그 14개 구단은 지난 15일 올림픽축구대표팀 선수 차출을 전면 거부했다. 그동안 일부 구단이 대표팀 소집에 불응한 사례는 몇 차례 있었지만 전 구단이 대한축구협회의 차출 요청을 거부한 것은 초유의 일이다.

이로써 오는 1월 21일부터 31일까지 열리는 카타르 8개국 초청 국제대회에서 올림픽 대표팀을 이끌고 조직력을 다지려던 핌 베어벡 감독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

사실 대표팀의 장기 합숙은 그동안 K리그-대한축구협회간에 뿌리 깊은 갈등의 골을 만들어 왔다.

한일월드컵, 장기합숙의 장점 극대화된 마지막 대회

장기 합숙이 가장 빛을 발한 때는 지난 2002 한일월드컵이었다.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은 '체력과 스피드를 활용한 압박축구'라는 한국 축구대표팀의 색깔을 내기 위해 1년 넘게 대표팀을 이끌고 파워프로그램과 전술훈련을 실시했다.

안정환을 제외하면 유럽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없었던 당시 상황에서 히딩크 감독은 K리그 구단들의 희생을 발판 삼아 대표팀 선수들을 소집해 1년 넘게 자신의 마음대로 훈련을 실시할 수 있었다.

이런 비정상적인 장기 합숙이 용인됐던 이유는 '개최국의 체면'을 중시한 축구협회와 이를 지지하는 국민적 합의에 따른 K리그의 용단이었다.

그러나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열매는 K리그에 떨어지지 않았다. 월드컵 이후 K리그는 반짝 인기몰이에 그쳤고, 끝날 줄 알았던 '장기 합숙'은 계속됐다. 축구협회와 대표팀으로서도 당장의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장기 합숙'의 달콤함을 간과할 수 없었던 것이다.

특히 지난 두 해 연초마다 대표팀을 소집해 동계훈련에 들어간 각 구단의 주요 선수를 빼가는 바람에 구단들의 불만이 커질대로 커졌다.

2005년 본프레레호, 2006년에는 아드보카트호가 미국 등지로 장기 전지훈련을 다니며 평가전을 치러 구단들은 팀의 조직력을 갖춰야 할 시기에 '반쪽 훈련'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작년에는 2006 독일월드컵축구 분위기에 밀려 구단들이 순순히 선수를 내줘야 했다. 그러나 각 구단들은 올해 만큼은 동계훈련을 그르칠 수 없다며 배수진을 쳤다.

K리그가 지금 리그 자체의 존립 여부를 놓고 고민할 정도로 깊은 수렁에 빠진 상태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국내파 선수들 위주의 장기 합숙은 리그 비시즌 기간 동안 상호 협의의 전제 하에서나 가능할 전망이다.

K리그는 지금까지 줄곧 축구대표팀에 맹목적인 희생을 강요 당해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말해주듯 축구대표팀과 K리그는 주종 관계가 아니라 '한 쌍의 수레바퀴'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물론 그동안 '관행화'돼온 대표팀의 장기 합숙을 급하게 줄이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한일월드컵 이후 대표팀을 거쳐간 쿠엘류 감독이나 본프레레 감독, 지금의 베어벡 감독까지 하나같이 '훈련 시간 부족'을 탓한다는 것을 무턱대고 변명으로 치부할 수는 없다. 그만큼 한국 축구는 아직 유럽 등과 격차가 있는 게 사실이다.

일본 대표팀, J리그에 대한 배려 돋보여

대안은 없을까? 대표팀의 조직력을 다듬기 위해 합숙 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일본처럼 철저히 자국리그를 배려하는 풍토를 조성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일본 대표팀의 합숙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이비체 오심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은 오는 2월 15일부터 19일까지 5일 동안 일본 치바현에서 합숙 훈연을 실시하지만 그 기간 동안 경기를 치르지 않는다.

'선수들이 스스로 생각해 경기를 치르는 방법을 익히는 것'이 이 소집 훈련의 목적이다. 5일간의 훈련 기간이라면 J리그 팀들에게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일본 역시 카타르 8개국 초청 국제대회에 출전하지만 우리와는 다르다. 올림픽 대표팀의 주전 선수는 모두 제외됐다. 일본프로축구 2부리그와 각 대학에서 5명씩 선발했고, 산프레체 히로시마의 유소년 지도자인 요코우치 아키노부를 임시 감독으로 선임했다.

동계훈련을 하는 프로팀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새로운 얼굴을 찾기 위한 무대로 삼고 있는 것이다.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 전력 극대화를 위해 '장기합숙'을 강행하려 한다면 앞으로도 K리그 구단들과의 마찰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금이라도 명확한 원칙을 마련하고 서로가 존중하려는 상생의 지혜를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조이뉴스24 이지석기자 jsle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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