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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업, 우회상장 못한다'


 

올 들어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있던 A사는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벌이는 장외 B사를 흡수합병했다. 동시에 B사 측이 A사의 최대주주가 됨으로써 B사가 우회상장 하는 효과를 얻은 경우였다.

A사는 경상손실과 시가총액 50억원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돼 있는 상태였고, B사는 자본잠식률이 70%를 넘어서 정상적으로 기업공개(IPO)를 할 수 없는 기업이었다. 그런데도 B사는 평가가치를 크게 부풀려 합병을 함으로써, A사의 주가가 한 때 9배 이상 오르는 '거품'을 야기했다.

앞으로 이런 기업은 코스닥시장에서 곧바로 쫓겨나게 된다. 금융감독위원회는 9일 증권거래 관련 규정 및 법령을 개정해 신규상장에 준하는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기업은 우회상장과 동시에 퇴출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올 우회상장 3건 중 1건 퇴출기준 해당

금감위의 조사결과 지난해 67건, 올 37건의 우회상장 가운데 각각 14건(21%)과 12건(32%)이 퇴출기준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 해의 경우 이번 규제안이 나오기 전 자본잠식 상태 등 부실기업들의 막바지 우회상장이 급증하면서, 우회상장 3건 중 1건은 상장을 유지할 수 없는 경우로 집계된 것.

금감위는 다음달 중 신규상장 요건 가운데 합병 요건에 해당하는 자본잠식, 경상이익, 자기자본수익률(ROE), 감사의견, 주요주주 지분변동과 같은 요소를 적용해 충족하지 못할 경우 우회상장 즉시 상장폐지 되도록 규정을 바꿀 계획이다.

일반합병, 포괄적 주식교환, 주식스왑, 영업양수도 및 제 3자 배정과 같은 합병의 유형별 특성을 감안해 각각의 요건을 대입시킬 방침이다.

그러나 자본잠식이나 경상손실, 감사의견 '적정' 미만과 같이 신규상장의 기본요건조차 충족시키지 못하는 기업들은 합병 유형에 관계없이 우회상장을 금지시킨다는 게 금감위 측 설명이다.

◆상장기업 최대주주 변경 여부가 변수

이번 우회상장 기업의 퇴출 요건은 기존 상장기업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즉 최대주주만 바뀌지 않으면 현행과 같이 자본잠식 상태이거나 경상손실을 시현한 장외업체가 여전히 우회상장할 수 있는 것.

이면계약 등을 통해 주인 변경 없이 실질적으로 부실한 장외업체가 우회상장해 물을 흐리는 사례가 이어질지 우려된다.

이와 관련 금감위 김용환 감독정책2국장은 "최대주주 변경 여부를 기준으로 삼은 것은 표면적으로 우회상장이 일어났지만, 이를 통해 상장기업이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등 건전한 인수합병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우회상장 사례 가운데는 상장요건을 충족하는 비상장기업이 부실화된 상장기업을 인수하는 우회상장도 25건(37%)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즉 시장이 자체적으로 부실화된 상장기업을 구조조정시키는데 있어 우회상장이 한 몫을 한 측면도 있었던 것.

금감위는 상장기업의 최대주주가 변경되지 않는 우회상장의 경우 현행대로 최대주주 등이 취득한 상장기업의 신주에 대해 매각제한(보호예수) 조치만 적용할 방침이다. 또 요건을 충족하는 장외기업이 우회상장하는 경우엔 거래소 전산시스템에 우회상장 종목임을 2년간 표시해 투자자를 보호하고, 건전한 M&A가 위축되지 않도록 할 예정이다.

/권해주기자 postm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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