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박지은·권서아 기자] 오는 10일 ㈜한화로부터 분리된 지 100일을 맞는 한화머시너리앤서비스홀딩스(한화M&S)가 반도체 장비와 영상보안 등 테크사업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한화세미텍은 고대역폭메모리(HBM)용 장비를 앞세워 첨단 반도체 패키징 시장에 진입했고, 한화비전은 미국의 중국산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규제 강화에 힘입어 현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결합한 사업 확장 가능성도 주목된다.

한화그룹의 사업 재편으로 장남 김동관 한화그룹 수석부회장은 방산·조선·에너지,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부회장은 금융, 삼남 김동선 한화M&S 미래전략총괄 사장은 반도체 장비·로봇·유통·식품 등을 각각 맡는 구도가 형성됐다.
김동선 사장이 맡은 사업군은 두 형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지만, 반도체 장비와 첨단 로봇 등 장기 투자가 필요한 미래 산업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키워내는 데 김 사장의 역할이 주목되는 이유다.
공작기계서 HBM 장비로…오너 투자 역할 주목

한화M&S의 테크사업은 한화비전이 중심축을 맡고 있다. 한화비전은 영상보안 사업을 직접 운영하면서 자회사 한화세미텍을 통해 반도체 장비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한화M&S 출범 이후 첫 분기인 올해 3분기 한화비전의 연결 매출은 5734억원으로 분기 최대치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1026억원으로 처음 1000억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5.6%, 183.3% 증가했다. 영업이익률은 17.9%로 9.3%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한화세미텍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3분기 매출은 16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2%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7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22.0%에 달했다. 반도체 장비 매출은 848억원으로 전분기(355억원) 대비 약 2.4배 증가했다.


한화세미텍은 공작기계와 전자부품 실장장비를 생산하던 기업에서 첨단 반도체 장비업체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2015년 한화그룹이 인수한 삼성테크윈의 산업용 장비 사업이 모태다.
2020년 HBM용 열압착(TC) 본더 개발에 착수해 지난해 3월 SK하이닉스 공급망에 진입했다. TC 본더는 D램을 여러 장 쌓아 열과 압력으로 접합하는 장비다. 한미반도체가 주도해 온 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한 것이다.
김 사장은 지난해 한화세미텍 미래비전총괄을 맡아 연구개발과 투자 확대에 힘을 실었다. 첨단 반도체 장비는 기술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고객사의 품질 검증을 통과해야 매출로 연결된다.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경쟁력을 고려한 투자 판단이 중요한 분야다.

사업 다각화도 진행 중이다. 올해 싱가포르 반도체 후공정 업체로부터 약 600억원 규모의 팬아웃 패널레벨패키징(FO-PLP) 장비를 수주했다. 해당 장비는 스페이스X의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용 반도체 생산에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3분기부터 관련 장비 매출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남채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7년은 TC 본더 기업이라는 시장 인식에서 벗어나 후공정 장비사로서 자리매김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한미반도체와의 특허분쟁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양사는 서로 특허침해를 주장하며 소송을 벌여 왔으며, 최근 분쟁조정 절차에 들어갔다.
美 중국산 CCTV 규제 기회…로봇과 사업 연결 모색

한화비전은 미국의 중국산 영상보안 장비 규제 강화로 사업 확대의 기회를 맞았다. 미국은 연방기관의 특정 중국산 영상보안 장비 조달과 사용을 제한하고 신규 장비 승인도 규제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한화비전의 미주 영상감시 시장점유율은 2021년 5.9%에서 2024년 7.8%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중국 하이크비전의 점유율은 6.6%에서 4.9%로 하락했다. 한화비전은 2024년 미주 시장에서 3위를 차지했다.
한화비전은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 강화에도 나섰다. 지난 3월에는 할리우드 배우 아만다 사이프리드를 모델로 기용한 글로벌 광고 캠페인 '나우 유 씨(Now You See)'를 공개했다. 기업 간 거래(B2B)가 중심인 영상보안 업계에서 유명 배우를 앞세운 과감한 브랜드 마케팅에 나선 것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B2B 기업이 할리우드 배우를 기용하는 과감한 마케팅은 오너 경영인의 의지가 없으면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제품 경쟁력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한화비전은 자체 개발한 영상처리용 시스템반도체(SoC)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 카메라와 영상분석 솔루션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영상보안 사업 매출은 4036억원, 영업이익은 65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5%, 108% 증가했다.


영상분석 기술은 로봇·자동화 사업과 연결될 여지가 있다. 한화모멘텀은 생산라인 자동화 설비를, 한화로보틱스는 협동로봇과 자율주행 운반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비전의 AI 카메라를 결합하면 생산설비와 작업자, 물류 이동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스마트팩토리 솔루션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화세미텍의 정밀기계·반도체 공정 기술 역시 자동화 설비 개발과 접점이 있다. 다만 계열사 간 기술 결합이 실제 공동 수주나 매출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
한화M&S는 2030년까지 설비투자 2조1000억원, 연구개발(R&D) 2조원, 인수합병(M&A) 6000억원 등 총 4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반도체 장비와 로봇은 기술 개발부터 수익 창출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사업이다. 상대적으로 작은 사업군을 맡은 김 사장이 장기 투자를 통해 각 계열사의 기술력을 높이고, 이를 새로운 사업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가 향후 경영 성과를 가를 전망이다.
[김동선號 M&S 100일] 시리즈
① 유통서 반도체까지…지분 굳히고 시너지는 시험대
②반도체 장비 매출 2.4배…美 영상보안도 약진
③ 호텔·백화점·급식까지…확장한 라이프 사업, 수익으로 연결됐나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