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 LAW] 공들인 프롬프트, 회사 권리가 될 수 있는가

[AI & LAW] 공들인 프롬프트, 회사 권리가 될 수 있는가

과정의 ‘기록’ 중요해

여섯 개의 프롬프트. 한 미술 창작 기업이 저작권을 주장하며 법정에 들고 간 것은 그림이 아니라 그 그림을 만들어 낸 지시문이었다.

공들인 프롬프트, 저작권으로는 지키기 어렵다

이 기업은 아르누보 양식, 특정 화가의 화풍, 심해 생물이라는 소재, 거울 대칭 같은 세부 요소를 여러 층위로 조합한 프롬프트로 ‘미드저니(Midjourney)’에서 이미지를 생성해 SNS에 게시했다. 미드저니는 이용자가 입력한 텍스트 프롬프트(명령어)를 바탕으로 고품질의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 인공지능(AI) 이미지 생성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피고들이 같은 프롬프트를 같은 플랫폼에 입력해 매우 유사한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SNS와 출판물에 사용했다. 원고는 프롬프트 자체가 어문저작물이라며 복제권·배포권·정보네트워크전송권·성명표시권 침해를 주장했다. 2025년 11월 6일 중국 상하이시 황푸구인민법원은 프롬프트의 저작물성에 정면으로 답한 첫 판결에서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했다.

정호선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화우]

기업 내부에서도 프롬프트는 빠르게 자산이 되어 가고 있다. 문구를 수십 차례 수정해 검증된 조합을 팀 단위로 공유하고 외주사에 전달하는 작업 지시서에도 포함한다. 그렇게 축적한 프롬프트는 과연 회사의 권리로 보호되는가.

나열은 표현이 아니다

법원의 판단은 세 단계로 이루어졌다. 먼저 형식이다. 6개 프롬프트는 논리적 연결이나 계층적 구성 없이 요소를 병렬적으로 나열한 것에 불과해 창작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언어적 표현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다음은 독창성이다. 사용된 양식과 요소는 미술 분야에서 관례적으로 쓰이는 표현의 조합일 뿐 원고의 미적 판단이나 독자적 시각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마지막은 아이디어와 표현의 구분이다. 프롬프트는 생성될 이미지의 분위기와 구성 요소를 추상적으로 나열한 지시에 그쳐 보호 대상인 ‘표현’에 이르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이 프롬프트의 저작물성을 전면 부정한 것은 아니다. 서사적 구조를 갖추거나 독특한 언어적·문법적 배열을 보이거나 높은 수준의 창의적 편집을 거친 프롬프트는 보호되는 표현이 될 수 있다는 기준선을 제시했다.

중국 하급심 판결이지만 아이디어·표현 이분법과 창작성 요건이라는 보편적 원리에 기초하고 있어 국내에서도 참고할 만하다. 문제는 기업 실무에서 축적되는 프롬프트 대부분이 키워드와 조건을 나열한 형태라는 점이다. 이 기준에 비추어 보면 저작물성을 인정받기 어렵다.

저작권이 아니라 영업비밀과 계약으로

따라서 보호의 중심을 영업비밀과 계약으로 옮겨야 한다. 검증된 프롬프트를 비밀정보로 분류하고 접근 권한을 제한해 영업비밀로서의 관리 요건을 갖추고 외주·협업 관계에서는 프롬프트를 계약상 비밀정보이자 납품 대상으로 명시하는 것이다. 결과물과 함께 프롬프트를 공개하는 순간 비밀성은 상실된다. 무엇을 외부에 드러낼지에 대한 판단 자체가 보호 전략의 일부다.

AI 서비스의 약관도 확인해야 한다. 서비스 입장에서 프롬프트는 이용자의 ‘입력물’이다. 약관이 입력물에 대해 제공자나 제3자에게 어떤 권한을 부여하는지 검토하지 않으면 비밀로 관리하려던 자산이 이미 다른 권리관계 아래 놓여 있을 수 있다.

공개된 프롬프트라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판결은 반대 방향의 검토도 요구한다. 저작권 침해가 부정되었다고 해서 타인의 공개된 프롬프트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 서사적 구조나 창의적 편집을 갖춘 프롬프트는 보호될 여지가 있고, 저작권과 별개로 약관·계약 위반이나 부정경쟁행위 해당 여부도 따로 검토해야 한다.

특히 동일한 프롬프트로 사실상 동일한 결과물을 만들어 같은 시장에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이 사건이 보여주듯 분쟁이 시작되는 전형적인 지점이다.

결국 과정의 ‘기록’ 문제다

프롬프트를 둘러싼 권리는 개별 문구가 아니라 그 문구에 이르는 과정을 통해 입증된다. 어떤 경위로 프롬프트를 조정했는지, 결과물에 사람이 어떤 창작적 이바지를 더 했는지가 기록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생성·가공 이력 로그에 프롬프트의 버전과 조정 이력을 함께 보존해야 하는 이유다. 보호할 자산인지, 비밀로 관리할 자산인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지는 않은지는 모두 이 기록을 토대로 판단된다.

경영진이 던져야 할 질문은 분명하다.

“우리 회사의 프롬프트는 지금 누구에게 귀속되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가?”

정호선 변호사(법무법인 화우) junghs@yoonyang.com

/정종오 기자(ikokid@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