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세웅 기자] LG전자가 인공지능(AI) 로봇의 학습 데이터를 수집·생성하는 'LG 데이터팩토리'를 올해 4분기 본격 가동한다.
제조 현장과 가정에서 로봇이 작업하는 과정을 데이터로 축적하고, 가상환경에서 이를 증폭해 로봇의 판단·동작 능력을 높이는 시설이다. 당장은 자체 로봇 개발에 활용하고 장기적으로 데이터 판매와 외부 기업 대상 구축 사업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달 열린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일부 가동 중인 데이터팩토리의 운영 계획과 사업화 전략을 공개했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4분기 중 국내 최대 규모의 로봇 학습 및 데이터 확보 거점인 LG 데이터팩토리를 본격 가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데이터팩토리는 로봇 완제품뿐 아니라 핵심 부품과 학습 데이터, 운영체계까지 아우르는 로봇 사업을 구축하기 위한 기반이다. LG전자는 제조·물류 분야에서 기술과 고객 기반을 먼저 확보한 뒤 2030년을 전후해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사업을 넓힐 계획이다.
로봇이 직접 작업하며 데이터 수집
LG 데이터팩토리는 우면동 옛 양재 R&D캠퍼스에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연면적 1만㎡ 규모로 조성됐다. 가정과 제조·물류 현장을 모사한 공간에서 로봇이 실제 작업을 반복하고, 이 과정에서 발생한 영상과 동작 정보를 학습 데이터로 만든다.

LG전자의 가정용 로봇 '클로이드(CLOiD)'는 가정환경에서 청소를 수행하거나 미국 테네시 세탁기공장을 재현한 공간에서 부품 운반과 적재, 조립 등을 반복한다.
로봇은 같은 작업을 하더라도 물체의 위치나 모양, 조명과 작업 순서가 달라지면 다시 상황을 판단해야 한다. 다양한 조건에서 반복 수행한 데이터를 확보할수록 새로운 환경에서도 물체를 인식하고 적절한 동작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수집한 데이터는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을 고도화하는 데 활용된다. LG전자는 연내 데이터팩토리에 투입하는 로봇을 수백 대 규모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실에서 모든 상황을 직접 재현해 데이터를 모으는 데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LG전자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 기술을 활용한다.
엔비디아의 옴니버스 라이브러리와 코스모스 월드모델, 아이작 로봇 개발 플랫폼을 이용해 실제 작업 데이터를 가상환경에서 합성·증폭하는 방식이다. 로봇이 현실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토대로 물체의 위치와 작업 조건을 바꾼 가상 데이터를 대량 생성할 수 있다.
LG전자는 올해 말까지 실제·가상 데이터를 합쳐 10만시간, 내년에는 누적 약 50만시간 규모의 로봇 학습 데이터를 확보할 계획이다. 실제 데이터의 정확성과 가상 데이터의 확장성을 결합해 로봇 학습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데이터 판매까지 사업 확대…로봇 시장 성장 기대
LG전자는 데이터팩토리를 향후 새로운 사업모델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재모 LG전자 로보틱스전략담당 상무는 "연구용 로봇 제품부터 산업별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패키지 솔루션, 데이터팩토리의 데이터 판매 및 구축 사업까지 다양한 사업모델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외부 고객 대상 유료 실증 사업은 중장기 과제로, 현재는 자체 로봇의 성능 고도화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관련 시장의 성장 전망도 밝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전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로봇 학습 데이터 시장은 지난해 10억5000만달러(약 1조4320억원)에서 2035년 93억9000만달러(약 12조8062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올해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은 24.5%로 예상된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전망에 따르면 전체 로보틱스 시장도 2031년 1320억달러(약 180조원)에서 2035년 2550억달러(약 347조8000억원)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우선 제조·물류 등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기술과 고객 기반을 확보하고, 2030년을 전후해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데이터팩토리의 첫 성과는 확보한 데이터의 시간보다 이를 학습한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얼마나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작업하느냐로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후 축적한 데이터가 외부 고객이 비용을 지불할 만큼 차별화된 자산으로 이어지는지가 사업화의 다음 관문이다.
/황세웅 기자(hseewoong89@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