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농업 현장의 자동화가 온·습도 등 재배 환경 관리에서 수확·방제·운반으로 넓어지고 있다. 로봇과 자율주행 장비가 작물 상태와 주변 환경을 인식해 농작업을 수행하는 '농업 피지컬 인공지능(AI)' 사업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농촌 고령화로 일손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농장 설계 단계부터 로봇의 이동과 작업을 고려하는 '로봇 팜 팩토리'가 대안으로 거론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동은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전북특별자치도·김제시·현대차그룹 등과 '로봇 팜 팩토리' 구축 방안을 논의했다. 농업로봇 제작과 AI 학습, 농장 실증을 하나의 단지에서 연계하는 농업 피지컬 AI 산업 거점을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기존 스마트팜이 재배 환경의 자동 제어에 중점을 뒀다면, 로봇 팜 팩토리는 로봇이 작물의 상태를 인식하고 필요한 작업을 판단해 수확·방제·운반까지 수행하는 것을 지향한다. 농장 설계 단계부터 로봇의 이동 경로와 작업 공간을 마련하고, 현장에서 쌓은 데이터를 AI 학습과 로봇 성능 개선에 반복 활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 있는 스마트팜에 로봇을 투입하는 게 아니라 아예 처음부터 로봇이 일할 것을 고려해 설계·운영한다는 점이 차이"라며 "AI와 로봇을 활용해 실제 농작업을 자동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서 발표된 구축 계획은 김제 새만금 일원에 21ha 규모의 농업 피지컬 AI 산업 거점을 조성하는 총 3000억원 규모의 사업 기획안이다. 숙련 농업인의 작업 경험을 데이터화하고, 로봇이 일하기에 적합한 농장 구조와 작업 기준을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다.

대동은 농기계 개발·제조와 스마트파밍, 정밀농업 사업을 통해 농업 현장 데이터와 기술력을 축적해 왔다. 이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농기계와 작업에 따라 운반·예초 모듈을 바꿔 쓰는 다목적 농업로봇, 농업용 휴머노이드 등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동은 이러한 경험과 계열사들이 보유한 정밀농업·농업 데이터 분석 역량을 토대로 로봇 중심 농장 모델을 구체화하는 데 기여할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간담회에서 농업로봇 공동개발·제조와 부품 공급망 구축, 에너지 공급·농산물 유통 등 새만금 투자와 연계할 수 있는 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그룹은 앞서 새만금 일대에 4000억원을 투자해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로봇 팜 팩토리는 현재 사업 기획 단계로, 참여 기관들은 이번 간담회에서 사업 추진 방향과 국가 예산 확보 방안을 논의했다.
농촌 일손 부족에 대응해 피지컬 AI를 농작업에 접목하려는 시도는 다른 농기계·로봇 기업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농기계 전문기업 TYM은 지난달 29일 새만금에서 열린 메가성장특별위원회 현장간담회에서 농업·실외 작업 분야의 피지컬 AI 육성 방안을 제안했다. 자율주행 농기계와 실외 무인 작업장비를 지역 기업과 함께 개발하고 현장 실증과 제품화로 연결하자는 구상이다.
로봇 스타트업 비욘드로보틱스는 지난 4일 대구 엑스코에서 개막한 '2026 대한민국 국제농기계자재박람회'에서 딸기 자율 수확로봇 '픽키(PICKY)'와 별도로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을 선보였다.
픽키는 3D 비전 AI로 딸기의 숙도와 위치를 파악한 뒤 자체 개발한 엔드이펙터를 장착한 두 개의 로봇팔로 열매를 딴다. 수확한 딸기의 1차 선별과 운반, 충전까지 스스로 수행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픽키는 현장 실증에서 약 95%의 수확 성공률을 기록했다. 수확 속도는 분당 최대 16개, 과실 손실률은 1% 미만이었다.
회사는 최근 국내 식품 제조·유통기업이 운영하는 딸기 농장에 픽키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으며, 2027년 1월 정식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심각한 농촌 일손 부족 문제로부터 비롯된다. 국가데이터처(구 통계청) 농림어업조사에 따르면 국내 농가 인구는 매년 8만~9만명씩 줄어들며 사상 처음으로 200만명 선이 붕괴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전체 농가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56%에 육박하고, 농가 경영주의 절반 이상(약 51%)이 70세 이상일 정도로 초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로봇 팜 팩토리가 현실화될 시 고질적인 일손 부족 문제를 해결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이번 로봇 팜 팩토리 사업은 2028년부터 2032년까지 사업을 추진해 농작업 경험 데이터 100만건 이상을 확보하고, 로봇 노동참여율(RLR) 70% 이상과 주요 농작업 노동시간 30% 이상 절감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농업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도록 로봇에 적합한 농장 환경을 조성하고, 여러 작물과 농작업에 대응하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농업 현장에서 축적한 데이터를 AI 학습에 활용하고, 장기간 운영을 통해 작업 성능과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서는 농장 설계·운영 기준 마련과 함께 로봇 개발, AI 학습, 현장 실증을 연계하는 협력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