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李 '공공개발론' 반박…"민간재개발 죄악시하면 주택공급 차질"

서울시, 李 '공공개발론' 반박…"민간재개발 죄악시하면 주택공급 차질"

"민간재개발 373개 구역·37만 5000호…전체 계획물량 약 90%"
"공공재개발 도입 6년째 착공 실적 없어…속도·사업성 보장 못 해"
오세훈 "민간개발 역할 외면은 주택공급 핵심 외면하는 것"
"李, 장위동 아닌 창신동도 찾아야…주민 목소리 들어달라"

오세훈 서울시장이 13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2026년 하반기 착공 예정 11개 정비사업 공동협력 협약식 및 특별공정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김한빈 기자] 서울시가 이재명 대통령의 공공재개발 중심 주택공급 기조에 대해 "공공과 민간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해 민간재개발을 죄악시하는 접근은 주택공급 확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서울시는 5일 "서울 재개발 계획물량의 약 90%를 차지하는 민간재개발이 위축되지 않도록 정부가 규제 개선과 사업성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시는 "현재 서울 지역 재개발 계획물량은 민간재개발 373개 구역, 약 37만 5000호와 공공재개발 32개 구역, 약 4만 2000호"라며 "공공재개발의 역할도 필요하지만, 공급의 대부분을 맡는 민간의 역할을 외면한 채 주택공급을 늘리겠다는 것은 현장의 사업 구조와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번 입장은 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성북구 장위동 공공재개발 현장을 방문해 공공 주도 정비사업의 장점을 강조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공공이 (재개발을) 하면 속도도 빨라지고 부정부패 소지도 줄어드는데, 여전히 민간 주도로 하려는 움직임이 많다"며 "이게 다 소위 부정부패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오 시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대통령께서는 민간개발은 부정부패의 소지가 큰 반면, 공공개발은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다면서 민간과 공공을 바라보는 편향된 인식을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이어 "최근 3년간 서울 주택공급의 약 90%를 담당한 것은 다름 아닌 민간사업"이라며 "민간개발의 역할과 중요성을 외면하는 것은 곧 주택공급의 핵심을 외면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토교통부에도 '민간개발은 투기, 공공개발은 공급'이라는 낡은 이분법적 사고를 버리고, 모든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 역시 민간재개발을 부정부패와 직접 연결 짓는 이 대통령의 인식에 우려를 나타냈다. 시는 사업의 투명성이 공공과 민간이라는 시행 주체의 구분만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라며 명확한 운영기준과 철저한 관리·감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공공재개발의 사업 속도와 경제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시는 정부가 2020년 공공재개발 도입 당시 사업기간을 10년 이상에서 5년으로 단축하겠다고 밝혔지만, 도입 6년이 지난 현재까지 서울에서 공공재개발 착공 실적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기존 공공재개발은 총사업비의 약 3%를 사업시행 수수료로 부담하는 구조로, 총사업비가 5000억원이면 수수료가 약 15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공재개발의 장점으로 꼽혔던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혜택도 2023년부터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이 강남3구와 용산구로 축소되면서 대부분 지역에서 차별성이 줄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시는 실제 공공재개발 후보지 3곳이 주민 반대와 사업성 문제 등으로 취소됐고, 공공방식을 검토하다 민간재개발로 전환하는 지역도 나타나고 있다며, 공공재개발 역시 주택공급을 위한 중요한 수단이지만 공공이 시행한다는 이유만으로 사업 속도와 사업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또 이 대통령이 방문했던 장위뉴타운이 공공재개발의 성공 사례라기보다 과거 정비구역 해제가 주민들의 주거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주는 현장이라고 지적했다.

오 시장 역시 "대통령께서 장위동을 찾으셨다면 반드시 확인하셨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재개발이 이루어진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의 극명한 차이"라며 "재개발이 이루어진 곳에는 새로운 주거단지가 들어섰지만, 정비구역이 해제된 곳에는 여전히 낡은 주택과 비좁은 골목길이 그대로 남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불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주민들의 삶의 질과 주거환경이 극명하게 갈라졌다"며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당시 정비구역 직권해제 과정에서 주민들이 무효소송까지 제기했던 사례를 거론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8월 11일 용산구 서계·청파동 정비사업 일대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서울시]

오 시장은 정비사업 중단의 또 다른 사례로 종로구 창신동을 언급하면서 이 대통령에게 창신동을 직접 방문할 것을 요청했다.

그는 "대통령께 창신동을 찾아주실 것을 요청드린다"며 "창신동 주민들은 박원순 전 시장 시절 뉴타운 해제로 재개발의 꿈이 산산조각 나는 아픔을 겪었다. 재개발·재건축이 왜 절실한지, 무책임한 행정이 주민들의 삶을 얼마나 오랫동안 고통스럽게 만드는지, 그리고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이 무엇인지 주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통해 정확히 확인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 개발 만능론'에서 벗어나 재개발을 간절히 기다리며 절규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부터 들으라"며 "그렇지 않다면 정부가 외치는 '닥공'은 결국 현장의 절박함을 외면한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에 따르면 창신·숭인 14개 구역은 박 전 시장 시절 뉴타운에서 해제된 뒤 도시재생에 약 870억원이 투입됐지만, 근본적인 주거환경 개선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후 시가 신속통합기획을 통해 정비사업을 재추진했고, 창신 9·10구역은 주민 75% 이상의 동의로 사업시행자 지정을 신청했으나, 종로구청의 절차 지연과 동의서 재징구 요구로 차질을 빚고 있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과 사업성 개선, 인허가 혁신 등을 통해 2031년까지 정비사업 31만 호 착공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사업성이 부족하거나 민간 추진이 어려운 지역에는 공공이 참여하고, 민간이 추진할 수 있는 지역에는 투자와 주민 참여를 가로막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며 "정부가 공공재개발의 용적률 완화와 재정지원 등 혜택을 확대하는 만큼 민간재개발의 사업 여건 개선에도 균형 있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주택공급 정책의 판단 기준은 공공과 민간의 우열이 아니라 주민이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얼마나 신속하고 투명하게 주택을 공급하느냐에 있어야 한다"며 "정부·자치구와 협력해 주민이 선택한 정비사업이 실제 착공과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한빈 기자(gwnu2018080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