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종윤 기자] 대학병원으로 옮겨야 했던 혈관·담도 시술을 병원 안에서 하고 필요한 중환자 치료와 회복까지 이어간다. 천안·아산권 유일의 공공병원인 충남 천안의료원이 추진하는 진료체계다. 의료진 확충으로 환자와 의료수입을 늘린 데 이어 약 246억원 규모의 시설·장비 투자로 지역 필수의료 기능을 넓힐 계획이다.
다만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24시간 유지하는 비용은 여전히 부담이다. 의료원은 진료 기능 확충과 함께 공익적 손실 보전, 고금리 차입금 대환, 퇴직급여 재원 마련을 충남도에 요청했다. 경영 회복을 안정적인 공공의료로 이어가려면 재정 기반도 함께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김대식 천안의료원장은 지난 4일 충남도가 주관한 ‘2026년 하반기 공공기관 주요업무 보고회’에서 박수현 충남지사에게 이 같은 계획을 보고했다.

회복의 출발점은 의료진 확보였다. 의료원은 최근 2년간 전문의 14명을 초빙하고 류마티스내과·감염내과를 신설했다. 올해 9월 누계 병상가동률은 70%로 2024년 48.7%보다 21.3%포인트 높아졌다. 의료원 집계상 2024년 대비 외래환자는 15.6%, 입원환자는 29%, 의료수입은 33% 증가했다. 중환자실 환자는 136% 늘었다.
공공병원 운영평가 등급은 C에서 B로 올랐고 환자경험평가에서도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기능보강 국비는 8억원에서 76억원으로 늘었다. 병·의원 등 106개 기관과 협약을 맺어 공공보건의료 협력체계 구축사업 4239건을 수행했으며 간호인력 49명도 충원했다. 지난달에는 AI 콜센터 ‘메디온’을 개통했다. 노사는 상생 공동선언을 통해 위기 극복에 협력하기로 했다.
다음 단계는 응급·시술·중환자 진료를 연결하는 기반 확충이다. 의료원은 올해 포괄 2차 진료기반 확충사업 대상에 선정됐다. 약 246억원의 사업비를 최종 승인 절차를 거쳐 2027∼2029년 투입할 계획이다.
응급 병상은 13개에서 20개로, 중환자실은 15개에서 23개로 늘린다. 중환자실은 내과계·외과계·뇌졸중 유닛으로 나눠 운영한다. 현재 없는 인터벤션·ERCP 전용 시술시설도 마련한다.
인터벤션은 혈관조영 장비 등을 활용하는 중재시술이며 ERCP는 내시경으로 담도·췌관 질환을 진단·치료하는 시술이다. 지금은 전용 시설이 없어 이들 시술이 필요한 환자를 대학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시설과 인력을 갖추면 원내 시술 후 중환자실 집중치료나 입원으로 연결할 계획이다. 고난도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으로 신속히 연계한다.
공간은 순차적으로 재배치한다. 본관 6층을 증축해 44병상 규모의 61병동을 만들고 3층 31병동의 입원 기능을 옮긴다. 이후 31병동 자리에 중환자실을 확충·이전한다. 비워진 기존 중환자실 886㎡에는 ERCP 시술실과 혈관조영실, 회복실 등을 조성한다. 혈관조영장치와 ERCP 내시경 등 장비 7종도 도입한다.
시설과 함께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다. 의료원은 인터벤션·ERCP 시술이 가능한 전문의를 우선 채용하고 내부 전문의의 시술 역량도 높일 방침이다. 지원 인력은 시술을 시작하는 시점에 맞춰 배치한다.
2028년 시설·장비 구축을 목표로 2029∼2030년에는 원내 진료 연계와 대학병원 의뢰·회송 체계를 정착시킬 계획이다. 2031년에는 안정적인 운영 단계에 들어간다는 일정이다.
지역응급의료센터 승격도 추진한다. 연내 응급실 CT 촬영실을 마련하고 전문인력과 시설 기준을 단계적으로 갖춘다. 의료원은 응급 진료부터 시술·중환자 치료·회복까지 지역 안에서 이어지면 도민의 접근성이 높아지고 불필요한 전원과 지역 밖 의료 이용도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재정 문제는 별도로 풀어야 한다. 의료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전받지 못한 공익적 손실은 약 78억원이다. 같은 해 당기순손실 약 75억원보다 많다. 김 원장은 “적자가 필수의료를 지키는 데서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원은 진료기반 확충을 위해 2027년 지방비 반영과 응급·외과계·내과계 전문의 확보를 도에 요청했다. 재무구조 정상화를 위해서는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공익적 손실을 기능별 기준에 따라 매년 정례적으로 보전하고 고금리 차입금은 도 지역개발기금을 활용해 저리로 대환하는 내용이다. 별도 적립 재원이 없는 약 157억원의 퇴직급여충당부채에 대해서는 연차별 출연으로 재원을 쌓는 방안을 요청했다. 이들 과제는 12월 확정 예정인 도 종합계획안과 연계해 협의 중이다.
자체 경영관리도 병행한다. 실제 병상가동률에 맞춰 운영병상을 조정하고 진료과별 생산성과 월별 현금흐름을 관리한다. 보건복지부 지방의료원 기관단위보상 시범사업에도 참여를 신청했다.
김 원장은 “천안의료원은 경영 회복의 성과를 바탕으로 천안·아산권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지역완결형 공공병원으로 도약하겠다”며 “지역 필수의료는 개별 의료기관의 노력만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충남도와 긴밀히 협력해 안정적인 공공의료 체계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천안=정종윤 기자(jy0070@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