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창재 기자] 축물 단열재의 시험성적서 적용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제조업체를 넘어 국가기관의 제도 설계와 관리·감독 책임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대구경북녹색연합(대표 이재혁)은 5일 그라스울패널의 실제 심재와 구조가 다른 원재료의 열전도율 시험성적서가 사용되는 문제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관련 규정 및 품질인정 체계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와 수사를 촉구했다.

단체는 국토부의 부령·고시와 건설기술연구원의 시방서·매뉴얼이 그라스울업계에 유리한 성능자료 적용과 시험 생략을 뒷받침해 온 것은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쟁점은 그라스울 보온판을 가공해 만든 패널 심재에 가공 전 보온판의 시험성적서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라스울패널은 일반적으로 보온판을 일정한 너비로 절단한 뒤 세워 배열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 과정에서 섬유의 방향이 달라지는 만큼 가공 전후의 단열성능이 동일한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단체의 설명이다.
대경녹색연합에 따르면 현행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과 '건축자재등 품질인정 및 관리기준'에는 그라스울 보온판을 복합자재 심재의 적합 요건과 일부 화재시험 생략 기준에 연결하는 규정이 있다.
또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에는 일정 밀도의 KS 그라스울 보온판이 단열재 '가'등급으로 분류돼 있어 실제 적용 제품의 성능에 따라 설계·시공 두께가 달라질 수 있다.
단체는 이 같은 규정이 가공 후 심재의 구조적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원재료의 성능자료를 사용하는 근거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2023년 '내화구조 신청 첨부서류 매뉴얼'도 문제 삼았다.
대경녹색연합은 해당 매뉴얼이 보온판을 절단·배열하는 제조공정을 설명하면서도 심재를 '그라스울 보온판'으로 표기하고 납품처 시험성적서 활용과 일부 검사항목 생략을 안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단체가 공인시험기관인 KTR과 KCL에 의뢰한 배향 비교시험에서는 평균온도 20℃ 기준 수평결 보온판의 열전도율이 0.032W/(m·K), 수직결 구조 시험체는 0.041W/(m·K)로 나타났다.
수직결 구조의 열전도율이 약 28.1% 높게 측정된 것이다.
단체는 이 시험 결과를 근거로 동일한 단열저항을 확보하려면 수직결 재료의 두께가 이론적으로 약 28%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수치는 배향을 달리한 시험체의 비교 결과로, 실제 시공된 모든 그라스울패널의 단열성능이 동일한 비율로 저하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경녹색연합은 국가기술표준원이 지난 9월 2일 질의 회신에서 구조가 변경된 패널 심재를 기존 보온판과 동일한 제품으로 보기 어렵고 기존 시험성적서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대한건축사협회도 지난달 28일 설계·공사감리 단계에서 시험성적서의 시험대상과 실제 심재의 일치 여부, 단열재 등급과 설계두께의 적정성을 확인하도록 실무안내를 게시했다고 단체는 밝혔다.
대경녹색연합은 국토부가 관련 기준의 적용 유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유예 대상과 기간, 법적 근거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감사원과 수사기관에 관련 규정과 실무문서의 제정·개정 과정, 업계 의견수렴 내용, 시험성적서 대체 및 검사 생략의 승인 경위, 감독기관의 대응 적정성 등을 조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재혁 대구경북녹색연합 대표는 “이번 문제의 본질은 시험성적서 한 장이 아니라 국토부의 규정과 건기연의 시방서·매뉴얼이 업체에 유리한 적용을 뒷받침해 온 구조에 있다”며 “그라스울업계의 이익을 위해 제도가 설계되고 운영됐는지 자료 공개와 감사·수사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잘못된 성적서 적용은 지금 시정하고, 업체에 면죄부로 작용해 온 규정과 매뉴얼은 고쳐야 한다”며 “특혜 의혹과 감독 책임을 끝까지 규명하고 위법행위가 확인된 관계자에게는 지위에 관계없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이창재 기자(lcj12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