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확보에 옵티머스 '다이어트'…AI6 D램 216→144GB

메모리 확보에 옵티머스 '다이어트'…AI6 D램 216→144GB

옵티머스 양산 물량 확보 위해 AI6 메모리 용량 3분의 1 축소
"휴머노이드용 D램 수요, 2030년까지 20배 이상 증가"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쓸 차세대 인공지능(AI) 칩의 디램(DRAM) 용량을 3분의 1 줄였다. 로봇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 용량을 낮춰 양산에 필요한 부품 수량을 확보하고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저전력 D램(LPDDR)이 스마트폰과 로봇뿐 아니라 AI 서버에도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메모리 조달이 휴머노이드 양산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세탁물을 접는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일론 머스크 X 계정]

5일 업계에 따르면 테슬라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탑재되는 차세대 칩 'AI6'에 탑재하는 6세대 저전력 D램(LPDDR6) 용량을 216GB에서 144GB으로 조정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1일(현지시간) 엑스(X)에 D램 용량 조정 소식을 알리며 "옵티머스 생산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고 비용을 낮추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제품 한 대에 들어가는 메모리를 줄이면 같은 공급량으로 더 많은 로봇을 생산할 수 있고 부품 비용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머스크가 옵티머스에 들어가는 디램(DRAM) 용량을 줄인 배경에는 양산에 필요한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 스마트폰과 로봇에 쓰이는 저전력 디램(LPDDR)을 인공지능(AI) 서버에도 탑재하면서 메모리 조달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머스크는 메모리 용량 축소가 옵티머스의 성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로봇의 성능에서는 전체 메모리 용량보다 데이터를 주고받는 대역폭이 더 큰 제약 요인이며, 대역폭은 기존 계획대로 유지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이는 아직 양산 제품에서 확인된 결과가 아니라 테슬라가 설계 과정에서 내린 판단이다. 실제 성능은 AI6와 옵티머스가 양산된 이후 검증될 전망이다.

테슬라는 AI6에 앞서 개발 중인 AI5의 메모리 사양도 조정했다. 머스크는 처음에 AI5의 LPDDR5 용량을 144GB에서 절반인 72GB로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다음 날 이를 96GB로 다시 높였다. 72GB를 적용하면 테슬라가 공급사의 최소 메모리 구성을 사용하는 사실상 유일한 고객이 된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AI5와 AI6의 잇따른 사양 조정은 로봇용 AI 칩의 성능뿐 아니라 실제 조달 가능한 부품 규격과 수량이 양산 설계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14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엑스에 공유한 춤추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영상. [사진=일론 머스크 엑스(X) 계정 캡처]

메모리 수급 부담이 커진 배경에는 LPDDR의 사용처 확대가 있다. LPDDR은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기기에 주로 사용해 온 D램이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로봇과 자동차에도 적합하다.

최근에는 AI 데이터센터도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 LPDDR 기반 서버용 메모리 모듈을 도입하고 있다. 한정된 전력으로 더 많은 서버를 가동하려면 메모리의 소비전력과 발열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저전력 디램(LPDDR5X)을 기반으로 서버용 메모리 모듈(SOCAMM2)을 개발했고,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의 AI 서버 플랫폼 '베라 루빈'에 맞춘 192GB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메모리 업체가 수익성이 높은 서버용 제품에 생산 역량을 우선 배분하면서 로봇 제조사는 양산에 필요한 물량을 제때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최근 메모리 제조사와 장기공급계약(LTA)을 추진하는 기업들의 분야가 넓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존에는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LTA를 체결했지만, 최근에는 자동차·엣지AI·스마트폰·로봇 등 폭넓은 분야의 기업들이 요청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제조사들 모두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서버용 메모리 제조에 집중하고 있어 벌어지는 일"이라며 "로봇을 포함해 자동차, 엣지AI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메모리 제조사와 LTA를 체결하려 하는 이유도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1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제28회 반도체대전(SEDEX 2026)의 삼성전자 부스에 메모리 내부에 연산 기능을 통합한 저전력 AI 메모리 LPDDR5X-PIM이 전시돼 있다. [사진=곽영래 기자]

휴머노이드 로봇은 새롭게 떠오르는 메모리 수요처이기도 하다. 로봇은 카메라와 센서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주변을 파악하고 다음 동작을 결정하는 만큼, AI 모델이 고도화될수록 연산에 필요한 메모리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배터리로 움직이는 로봇에는 전력 소모가 적은 저전력 D램이 많이 쓰이며, 이 양은 향후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한 대의 로봇에 필요한 D램의 양이 스마트폰보다 10배가량 많다는 점도 주목된다.

테슬라가 옵티머스용 AI6에 들어가는 메모리 용량을 144GB로 줄였지만, 이는 올해 출시된 '갤럭시S26 울트라' 모델의 9~12배에 달한다. 갤럭시S26 울트라에는 12GB 혹은 16GB의 메모리가 탑재돼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도 세계 휴머노이드 로봇의 연산 장치에 들어가는 D램 수요가 올해 약 8300테라비트(Tb)에서 2030년 17만2000Tb로 20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