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김정수 기자] 경기도와 경기도의회가 재정위기 극복과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해 여야정 협치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불과 이틀 만에 본회의장에서 정면충돌하며 협치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방성환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이 재정 운용과 예산 삭감, 인사 및 조직개편 등을 놓고 거센 설전을 벌였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집단 퇴장하는 상황까지 벌어져서다.
4일 열린 경기도의회 제395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첫 질의자로 나선 방 대표의원(성남5)은 경기도의 재정 상황과 추 지사의 도정 운영 전반을 집중적으로 따졌다.
방 의원은 민선 7·8기 도정을 거치며 지방채 발행과 기금 사용 등으로 재정 부담이 커진 배경을 지적하며 약 7조5,000억 원 규모의 재정위기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추 지사는 과거 발언의 맥락과 재정 상황을 설명하려 했지만, 방 의원이 책임 소재를 거듭 추궁하면서 양측의 신경전이 고조됐다.
전임 도지사들의 사진과 이름이 본회의장 화면에 등장하자 민주당 의원석에서도 항의가 터져 나왔고, 결국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떠났다.
이들은 방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 다시 의석으로 돌아왔다.
예산 삭감 문제를 놓고도 공방이 이어졌다.
방 의원은 추 지사가 중앙정부에 재정 지원을 요청하면서도 실제로는 내년도 사업 예산을 대폭 줄였다며 '예산 난도질'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내년도 본예산 가용재원이 약 1조6,500억 원에 그치면서 전체 2,927개 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미편성·일몰·감액됐고, 농정 분야 역시 490개 사업 중 74%가 삭감 대상에 포함됐다고 지적했다.
추 지사는 이에 대해 “예산이 있는데 쌓아놓고 싹둑 자르는 것을 난도질이라고 할 텐데, 지금은 예산 자체가 보이지 않는다”며 재정 부족에 따른 불가피한 조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방 의원의 표현을 두고 “정치 선동”이라고 반박하면서 설전이 격화됐다.
소방공무원 인건비 관련 발언도 도마에 올랐다.
방 의원은 추 지사의 이른바 '소방 재정 빨대' 발언이 소방관을 폄하한 것이라고 비판하자, 추 지사는 소방관을 낮춰 볼 의도는 없었으며, 인건비 부담으로 민생·복지 예산 편성에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설명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기도지사 관사 문제와 정기인사 보류, 조직개편도 질의 대상에 올랐다.
방 의원은 12억 원의 전세보증금이 투입된 관사의 적절성과 인사 정상화 필요성을 제기했고, 추 지사는 장거리 출퇴근에 따른 업무 효율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하는 한편, 조직개편 과정에서 500건 이상의 의견을 수렴해 검토했다고 밝혔다.
이번 충돌은 양측이 지난 2일 여야정 협치위원회 출범에 합의한 직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당시 추 지사와 남종섭 경기도의회 의장, 안광률 더불어민주당 대표의원, 방성환 국민의힘 대표의원 등은 재정위기 극복과 민생 현안 해결을 위해 협치위원회를 구성하고 공동 합의문에 서명했다.
협치위원회는 경기도지사와 도의회 의장, 여야 교섭단체 대표가 공동 의장을 맡으며 분기별 정례회의를 연 4회 개최하고, 주요 현안이 발생하면 임시회의도 열기로 했다.
그러나 출범 직후 재정 운용과 예산 편성 방향을 놓고 집행부와 야당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협치가 실제 정책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졌다.
재정위기 극복이라는 공동 과제를 내걸고 출범한 협치위원회가 정당 간 정치적 대립을 넘어 실질적인 합의 구조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원=김정수 기자(kjsdm05@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