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승필 기자] 북한 해커들이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를 해킹하기 위해 5개월간 치밀한 공격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3일(현지시간) 바이낸스가 발표한 초기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해커들은 지난 6월부터 악성코드와 사회공학 기법을 동원해 내부 시스템에 단계적으로 침투했다.
첫 공격 대상은 가상자산 지갑 담당 엔지니어였다. 해커들은 악성코드가 심어진 개발 도구를 내려받도록 유도했다. 바이낸스는 이상 징후를 감지해 대응했지만, 이 과정에서 일부 직원 정보가 노출됐다.
해커들은 이를 발판으로 공격을 확대했다. 지난 9월 구직 플랫폼을 통해 다른 엔지니어에게 접근해 가짜 채용 면접을 진행했다. 이후 최고경영자(CEO)를 사칭한 인물이 채용 과제를 빌미로 악성 프로그램을 설치하도록 유도했다.
이렇게 감염시킨 컴퓨터가 내부 시스템 침투 통로가 됐다. 해커들은 지난달 20일 사내 AI 도구를 악용해 다른 직원들의 시스템 제어권을 확보했다. 이어 프로그램 배포에 필요한 인증키까지 탈취했다.
본격적인 자산 탈취는 지난달 29일 이뤄졌다. 해커들은 확보한 인증키로 악성 프로그램을 배포한 뒤 리플(XRP)과 솔라나(SOL),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을 무단 인출했다. 일부 거래에서는 정상적인 출금 절차를 우회하는 수법도 사용했다.
바이낸스는 공격 시작 약 4시간 만에 추가 유출을 차단했지만, 이미 상당한 가상자산이 빠져나간 뒤였다.
해커들이 무단 이체한 가상자산은 63억4000만달러(약 8조4000억원) 규모로 파악됐다. 이 중 약 28억5000만달러(약 3조8000억원)는 거래소와 발행사 등 공조로 동결되거나 이체가 차단됐다.
바이낸스는 자체 자금과 이용자자산보호기금(SAFU) 등을 동원해 손실의 98% 이상을 보전했다고 밝혔다. 현재 외부 기관과 보안 감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AI 보안 투자도 확대할 계획이다.
바이낸스는 올해 북한과 연계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이버 공격 57건을 탐지해 차단했다고 덧붙였다.
/정승필 기자(pilihp@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