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2018년 최저임금 급등 이후 요양시설의 간호사 비중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간호사가 빠진 자리는 간호조무사가 채웠다. 요양시설 간호인력 배치기준이 간호사와 간호조무사를 구분하지 않고 인원수만 따지기 때문이다. 국책연구기관은 배치기준에 간호사 비중 요건을 명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일 이런 내용을 담은 KDI 포커스 '노인요양시설의 숙련 간호인력 확충 효과와 정책 방향'을 발간했다.
분석 대상은 2016년 1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운영된 요양시설 2890곳의 입소자다. 장기요양보험 청구 내역과 건강보험 명세서를 개인 단위로 연계했다. 이렇게 만든 수급자별·월별 의료 이용 자료는 1084만여 건이다. 연구진은 2018년 최저임금 인상(16.38%)을 시설 고용비용에 대한 외부 충격으로 활용했다.

분석 결과, 최저임금 인상으로 요양시설 간호인력 가운데 간호사 비율은 4.25%포인트 하락했다. 시설 단위로 보면 간호사 고용은 2.1% 줄고 간호조무사 고용은 6.0% 늘었다. 간호조무사 임금은 최저임금에 가까워 인상 압력을 직접 받는다. 그런데도 전반적인 인건비 부담에 직면한 시설들이 절대 비용이 낮은 조무사 중심으로 인력을 재편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원인을 배치기준에서 찾았다. 현행 기준상 입소자 30명 이상 요양시설은 입소자 25명당 간호사 또는 간호조무사 1명을 둬야 한다. 둘 중 누구를 뽑아도 기준을 충족한다. 시설로서는 인건비가 낮은 조무사를 고용할 유인이 생긴다. 실제로 간호사가 근무하는 요양시설은 전체의 24.7%에 그친다.
요양보호사 배치기준은 2022년 10월 입소자 2.5명당 1명에서 올해 1월 2.1명당 1명으로 강화됐다. 반면 간호인력 기준은 2008년 장기요양보험 도입 이후 실질적인 개선이 없었다.
법적 공백도 있다. 간호법상 간호조무사는 원칙적으로 간호사를 보조하는 인력이다. 간호사 없이 간호 업무를 할 수 있는 곳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의사의 지도를 받는 경우뿐이다. 요양시설은 노인복지시설이어서 이 예외가 적용되지 않는다. 간호사 없이 일하는 요양시설 조무사의 업무는 법적 근거가 모호한 셈이다.
설립 주체별 격차도 컸다. 개인 운영 시설보다 국공립·지자체 시설의 간호사 비율이 37.8%포인트, 법인 시설은 6.3%포인트 높았다.
간호사 비중은 입소자의 병원 이용과 맞물려 있었다. 간호사 비중이 10%포인트 높아지면 입소자의 총내원일수는 0.33%, 입원일수는 0.49% 줄었다. 건강보험 진료비는 7.7% 감소했다. 입소자 1인당 월평균 건보 진료비는 약 31만4000원이다.
시설 간 단순 비교에서는 오히려 간호사가 많은 시설의 입원일수가 많았다. 건강 상태가 나쁜 노인이 간호 인력이 좋은 시설을 고르는 경향 때문이다. 보고서는 이런 선택 효과를 걸러내자 감소 효과가 드러났다고 설명했다.
감소는 간호 역량과 직결된 질환에서 나타났다. 요로감염과 욕창으로 인한 의료 이용이 유의하게 줄었다. 인플루엔자·폐렴 등 감염성 질환과 치매도 감소했다. 반면 암·우울증·고혈압·당뇨 등 시설 내 간호처치와 관련이 적은 질환에서는 오히려 소폭 늘었다. 보고서는 간호사가 상태를 꼼꼼히 관찰하면서 필요한 진료를 연결하는 경로도 있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현재 요양시설은 촉탁의가 월 2회가량 방문하는 데 그친다. 의사 지도 없이는 간호처치도 제한된다. 이 때문에 요양원에 들어갈 수 있는 노인이 요양병원에 장기 입원하는 '사회적 입원'이 생긴다는 지적이다. 독일은 올해 1월 간호권한확대법을 시행했다. 전문간호인력이 의사의 최초 진단 뒤 상처·당뇨 관리, 치매 케어 등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했다.
보고서는 세 가지 정책 대응을 제안했다. 첫째, 간호인력 배치기준에 간호사 비중 요건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현행 장기요양 수가에 간호사 배치 가산이 있지만 간호사를 확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다. 간호사 비중 60% 이상을 요구하는 노인요양시설 전문요양실 시범사업이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봤다.
둘째, 간호 기능 강화 투자의 비용 효과성은 장기요양보험과 건강보험 재정을 통합한 관점에서 평가해야 한다. 간호사를 늘리면 장기요양 비용은 오르지만 건강보험 지출은 줄어들기 때문이다.
셋째, 고용비용이 크게 바뀔 때 장기요양 수가와 가산 체계를 연동해 조정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인력 배치기준과 수가 통제가 함께 적용되는 구조에서는 비용 충격이 인력의 질 저하로 흡수된다. 그 부담은 결국 입소자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보고서를 집필한 권정현 연구위원은 "분절적으로 평가하면 비용 때문에 장기요양 투자가 늘어날 수 없다"며 "의료·요양 통합 논의가 재가서비스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요양시설에서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