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보안 예산 1000억대로 확대…AI 해킹에 투자 공식 바뀐다

금융권 보안 예산 1000억대로 확대…AI 해킹에 투자 공식 바뀐다

잇단 해킹 사고에 보안 투자 확대…AI 모의해킹·접근권한 통제 기술 주목
라온시큐어, AI 통합 보안 플랫폼 공개…취약점 점검부터 신원·권한 관리까지

[아이뉴스24 곽민구 기자] 잇단 해킹 사고에 대응해 주요 은행들이 내년 정보보호 예산을 1000억원 안팎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이버 공격이 늘어나는 가운데 취약점을 사전에 찾아내는 모의해킹과 AI의 접근권한을 관리하는 보안 기술에 대한 투자도 확대될 전망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내년 정보보호 예산을 각각 1000억원대 규모로 편성할 계획이다. 하나은행은 올해보다 예산을 50% 이상 늘려 AI 기반 사이버 방어체계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NH농협은행도 약 20% 증액을 검토하고 있어 내년 예산이 1000억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정보보안 지출. [사진=가트너]

이 같은 움직임은 최근 금융권에서 잇따라 발생한 해킹 사고와 관련이 있다. 금융당국이 추산한 금융권 연쇄 해킹 피해 규모는 약 10만 명에 이른다. 더존비즈온과 미래에셋생명에서도 침해사고가 발생하면서 기업의 보안체계 전반에 대한 점검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AI 기술이 사이버 공격에 활용되면서 기존 보안 방식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공격자가 AI를 이용하면 시스템의 취약점을 찾거나 침투 경로를 탐색하는 작업을 자동화할 수 있다. 적은 인력으로도 다수의 시스템에 공격을 시도할 수 있어 기업의 대응 부담이 커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보안 투자도 사고 발생 이후 대응하는 방식에서 취약점을 사전에 찾아내고 공격을 차단하는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AI를 활용한 모의해킹과 위협 탐지·대응, AI 시스템 자체의 신원 및 접근권한 관리 등이 주요 기술로 거론된다.

국내 보안 기업들도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라온시큐어는 지난 9월 30일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통합 보안 플랫폼을 공개했다. AI 기반 모의침투부터 신원·권한 관리, 데이터 보호, 위협 탐지 및 대응까지 보안 기능을 연계한 것이 특징이다.

AI 에이전트는 이용자의 지시에 따라 정보를 분석하거나 여러 작업을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소프트웨어다. 기업 내부 시스템과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 만큼 허용된 범위에서만 작업하도록 권한을 관리하는 기술이 중요해지고 있다.

라온시큐어의 AI 모의침투 솔루션 '원해커'는 실제 공격자가 시스템에 침투하는 과정을 모의로 수행해 보안 취약점과 공격 가능 경로를 찾아내는 기술이다. 기업은 이를 통해 외부 공격자가 악용할 수 있는 보안 문제를 사전에 점검할 수 있다.

'원억세스'는 AI 에이전트와 로봇에 각각 고유한 디지털 신원을 부여하고 접근권한과 업무 위임 범위를 관리하는 솔루션이다. AI가 기업 시스템에서 어떤 정보에 접근하고 어떤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지 통제하는 역할을 맡는다.

데이터 보호와 AI 위협 대응을 위한 기술도 마련했다. '원태그'는 문서 내용을 분석해 보안 등급을 자동으로 분류하고, '원쉴드'는 AI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악성 명령어인 프롬프트 공격 등을 실시간으로 탐지·차단한다.

라온시큐어는 이들 솔루션을 통해 기업이 AI를 업무에 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보안 위협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금융권에 관련 솔루션을 공급하는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태진 라온시큐어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가 산업 현장에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시작한 시점부터 이에 필요한 보안 기술을 면밀히 준비해 왔다"며 "AI의 자율성을 막는 것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더 자유롭고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보안기업들도 AI 기반 방어 기술 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달 19일 AI 에이전트의 신원과 접근권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가디언 에이전트'를 소개했다.

크라우드스트라이크도 지난달 여러 AI 에이전트가 협력해 클라우드와 네트워크 등 다양한 영역의 사이버 위협을 조사하는 기술을 공개했다. 기존에 수 시간이 소요되던 위협 분석을 수 분으로 단축하는 것이 목표다.

금융당국 역시 AI를 활용한 보안체계 구축을 주요 과제로 다루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금융회사가 보안 목적으로 AI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망분리 규제를 추가로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망분리는 외부 인터넷망과 내부 업무망을 분리해 외부 공격과 정보 유출을 방지하는 보안 조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통화감독청(OC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은행의 AI 에이전트 활용과 접근권한 관리, 행동 감시 및 감사체계 등을 점검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주요 은행에 AI 관련 사이버 위협 대응계획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안 시장의 성장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정보보안 지출은 약 2475억 달러로 전년 대비 12.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보안 제품에 AI 기반 분석과 위협 탐지·대응 기능을 결합하는 'AI 증강 보안' 시장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 시장 규모는 올해 약 490억달러에서 2030년 2040억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 보안업계 관계자는 "AI를 활용하면 사이버 공격에 필요한 기술적 장벽과 시간을 낮출 수 있어 기존 인력 중심의 보안 운영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앞으로는 보안 예산 규모뿐 아니라 위험을 사전에 발견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곽민구 기자(allrounder926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