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리 손예진, 가나초콜릿 이미연"⋯스타는 남고 브랜드는 흐려졌다

"포카리 손예진, 가나초콜릿 이미연"⋯스타는 남고 브랜드는 흐려졌다

광고송·유행어 남기던 시대 옛말⋯스타 유명세에 기댄 광고 경쟁
수억 조회수에도 판매효과 불분명⋯제품보다 모델 유명세 앞세워
해외 팬덤·유료 광고에 조회수 착시⋯국내 소비자 관심과 괴리
채널 분산에 광고 영향력 약화⋯제품 고유의 이야기·기획력 중요

[아이뉴스24 설래온 기자] 수억회의 조회수가 식음료 광고의 새로운 성적표로 떠올랐다. 유명 아이돌과 스포츠스타를 내세운 광고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하지만, 소비자가 제품과 브랜드를 얼마나 기억하고 실제 구매로 옮겼는지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조회수에는 해외 팬덤의 반복 시청뿐 아니라 유료 광고 집행분도 포함될 수 있다. 기업이 공개하는 숫자만으로 광고에 대한 자발적인 관심과 구매 전환 효과를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과거에도 스타를 앞세운 광고는 많았다. 다만 포카리스웨트의 손예진, 처음처럼의 이효리, 가나초콜릿의 이미연처럼 모델의 이미지와 광고음악·문구가 제품의 상징으로 남은 사례가 적지 않았다.

최근 광고 역시 글로벌 인지도를 높이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조회수를 넘어 어떤 브랜드 자산을 남겼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카리스웨트 광고모델이었던 배우 손예진. [사진=동아오츠카]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걸그룹 에스파를 기용한 신라면 글로벌 광고로 수억회에 달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지난해 공개한 첫 번째 광고는 누적 조회수 2억7000만회를 웃돌았고, 올해 8월 선보인 두 번째 광고도 공개 2주 만에 1억회를 넘겼다.

하이트진로가 방탄소년단 뷔와 진행한 진로 글로벌 광고도 관련 콘텐츠 조회수가 5억회를 돌파했다. 메인 광고 영상만 3억회 이상 재생됐으며 좋아요·댓글·공유 등 누적 참여 건수도 1000만건에 달했다.

축구선수 손흥민을 내세운 테라 광고 역시 공개 2주 만에 조회수 2000만회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2분기 하이트진로의 맥주사업 매출은 176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5.3%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29.2% 줄었다.

농심 신라면 에스파 글로벌 광고 스틸컷. [사진=농심]
하이트진로 테라 모델 축구선수 손흥민. [사진=하이트진로]

물론 맥주사업 전체 실적을 광고의 성패와 동일시할 수는 없다. 주류시장 침체와 경쟁 심화 등 여러 변수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다만 세계적인 스포츠스타를 앞세워 높은 조회수를 확보하더라도 시장의 흐름을 단기간에 뒤집기는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

조회수가 국내 소비자 사이의 실제 인기를 반영하는지도 의문이다. 특히 유명 아이돌을 내세운 글로벌 광고는 해외 팬덤의 영향이 클 수 있다. 케이팝 데이터 분석업체 스페이스오디티의 케이팝레이더에 따르면 2024년 트와이스의 유튜브 조회수 가운데 해외 비중은 91.5%에 달했다. 에스파 역시 73.1%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조회수 집계 방식에도 맹점이 있다. 구글의 공식 안내에 따르면 유튜브에 표시되는 공개 조회수에는 이용자가 직접 영상을 찾아본 자연 조회수뿐 아니라 유료 광고 집행으로 발생한 조회수도 포함될 수 있다. 일부 광고 형식은 영상 재생이 시작되는 순간 공개 조회수에 반영된다. 기업이 발표하는 조회수만으로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광고를 찾아봤는지, 실제 제품에 관심을 가졌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이유다.

광고의 영향력을 가늠하기 어려워진 배경에는 달라진 시청환경도 있다. 과거에는 가족들이 TV 앞에 모여 같은 광고를 반복해서 봤지만, 지금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티빙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는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까지 콘텐츠 소비경로가 쪼개졌다. 특정 아이돌의 팬덤에서는 수억회 재생된 광고도 일반 소비자에게는 낯설 수 있게 된 이유다.

지금은 유튜브와 넷플릭스, 티빙 등 OTT는 물론 SNS까지 콘텐츠 소비경로가 쪼개졌다. 사진은 본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픽사베이]

과거 식음료 광고는 달랐다. 단순히 제품을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광고모델의 이미지와 유행어, 광고음악까지 브랜드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아오츠카의 포카리스웨트다. 1987년 국내에 등장한 포카리스웨트는 김혜수와 고현정, 심은하, 손예진 등 당대 인기 여배우들을 잇달아 모델로 기용했다. 특히 2001년 손예진이 그리스 산토리니의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등장한 광고는 지금까지도 회자된다. 하얀 원피스와 푸른 바다, 익숙한 광고음악이 어우러져 '포카리걸'이라는 상징을 만들었다.

포카리스웨트 모델은 청순한 이미지의 스타라면 탐낼 만한 자리로 통했다. 브랜드가 연예인의 인기를 빌리는 것을 넘어 광고 출연 자체가 연예인의 이미지에 가치를 더한 셈이다.

CJ제일제당의 다시다도 배우 김혜자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김혜자는 약 25년간 다시다 광고모델로 활동하며 '고향의 맛'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롯데웰푸드의 가나초콜릿 역시 배우 이미연과 함께 전성기를 누렸다. 1988년 이미연이 연인의 외투 속에 얼굴을 숨겼다 내미는 광고는 당시 젊은층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웅진식품 초록매실은 2000년 가수 조성모의 "널 깨물어 주고 싶어"라는 대사로 화제를 모았다. 조성모에게는 '조매실'이라는 별명까지 붙었고 웅진식품은 2014년 그를 다시 모델로 발탁했다.

다시다 모델이었던 배우 김혜자. [사진=CJ제일제당]
가나초콜릿 모델이었던 배우 이미연. [사진=롯데웰푸드]

광고의 인기가 실제 판매성과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팔도가 2014년 배우 김보성을 내세운 비락식혜 광고는 '의리' 열풍을 일으켰다. '으리식혜'라는 별칭까지 생겼고 광고 공개 이후 약 25일간 판매량은 540만개를 돌파했다. 전년 같은 기간보다 35% 이상 증가한 수치다.

롯데칠성음료의 처음처럼 역시 이효리와 함께 전성기를 보냈다. 2007년부터 약 5년간 모델로 활동한 이효리는 소주병을 흔드는 '회오리주' 유행을 이끌었다. 이 기간 처음처럼의 전국 소주시장 점유율은 11%대에서 15%대로 높아졌다.

연예인이 등장하지 않아도 광고 자체가 유행을 만들기도 했다. 1988년 탄생한 농심 새우깡의 광고송은 '손이 가요'라는 짧은 구절만으로도 제품을 떠올리게 했다. 해태 부라보콘의 '열두시에 만나요'와 동아오츠카 오란씨의 광고송 역시 수십 년간 소비자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광고모델의 얼굴뿐 아니라 노래와 문구가 브랜드의 자산이 됐던 것이다. 소비자가 광고를 따라 부르는 과정에서 제품 이름까지 자연스럽게 기억하는 구조였다.

새우깡 광고 속 한 장면. [사진=농심]
부라보콘 모델이었던 배우 김혜수. [사진=빙그레]

반면 최근에는 스타의 이미지를 오랫동안 각인시키기보다 팬덤의 관심과 온라인 확산력을 활용하는 광고가 늘었다. 청순한 여배우의 등용문으로 통했던 포카리스웨트에도 2017년 트와이스에 이어 지난해부터 아일릿 등 아이돌 그룹이 모델로 등장하고 있다.

팬덤을 활용하면 짧은 시간 안에 광고를 알리고 해외 소비자와 접점을 만들 수 있다. 모델을 활용한 한정판 제품과 SNS 콘텐츠, 오프라인 행사 등으로 캠페인을 확장하기도 쉽다.

다만 영상의 반복 재생과 팬덤의 참여가 제품의 지속적인 구매로 이어지는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조회수뿐 아니라 광고 인지도와 브랜드 연상률, 검색량, 구매 전환율, 재구매율 등을 함께 측정해야 실제 효과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광고가 모두 현재보다 뛰어났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성공한 광고만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을 가능성이 있고, 최근 글로벌 광고는 국내 대중 전체보다 특정 국가나 소비자층을 겨냥하기도 한다.

결국 관건은 조회수보다 소비자의 기억에 무엇을 남겼느냐다. 수억회 재생된 광고도 제품에 대한 인상이나 친밀감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일시적인 화제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명예교수는 “SNS를 통해 식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유행도 빠르게 바뀌면서 소비자가 특정 브랜드에 느끼는 친밀감과 애정이 약해지고 있다”며 “모델의 유명세를 앞세우기보다 소비자에게 좋은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관점에서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품을 만들게 된 계기나 고유한 특징을 살려 소비자의 기억에 남는 광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아무 의미도 없는 광고는 소비자에게 외면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설래온 기자(leonsig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