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낸스 8.4조원 해킹에 단 20분⋯"임원진 공포에 질려 지켜보기만"

바이낸스 8.4조원 해킹에 단 20분⋯"임원진 공포에 질려 지켜보기만"

[아이뉴스24 김효진 기자] 세계 최대 가상화폐거래소 바이낸스가 63억 달러(약 8조4000억원)의 자산을 탈취당하는 20여분 동안 임원진은 이를 무력하게 지켜봤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바이낸스 로고 [사진=로이터=연합뉴스]

31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해킹 사건은 미 동부시간으로 지난 29일 오후 4시 20분(아랍에미리트 시간 오후 11시20분)에 발생했다.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위치한 바이낸스 보안팀은 1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이 무단 인출된 사실을 감지했다. 보안팀은 즉시 경영진에 보고했고, 곧바로 긴급 화상회의가 소집됐다.

이에 고위 임원진을 포함해 약 100명의 위기대응팀 전원이 몇 분 만에 회의에 접속했다고 한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임직원은 바이낸스 계좌에서 자산이 실시간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공포 속에서 그대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WSJ은 전했다.

초기 파악된 피해 규모는 10억 달러였다. 그러나 곧 30억 달러로 불어났고, 오후 4시 40분에는 6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상 거래가 포착되자 외부 보안 전문가들과 가상화폐 업계의 움직임도 긴박해졌다. 블록체인 분석업체들의 자동 경보 시스템은 전 세계 주요 가상화폐 투자자와 고객사에 이상 거래 사실을 알렸다.

비영리 보안 단체 SEAL의 연구원 테일러 모나한은 오후 4시 38분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 측에 긴급 연락을 취했다. 테더와 서클은 즉각 의심 거래를 추적하고 관련 지갑을 동결하는 절차에 들어갔다.

바이낸스도 가상화폐 추적 파트너사인 TRM 랩스, 체이널리시스, 엘립틱과 협력해 탈취 자금이 들어있는 디지털 지갑 주소를 파악하고 자금 동결을 위한 공조에 나섰다.

그사이 바이낸스에서 수십억 달러가 사라졌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바이낸스 경영진은 비상 대응에 돌입했다. 바이낸스의 창업자 창펑 자오의 연인이자 공동 CEO인 이 허는 잠자리에 들기 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문제를 인지한 뒤 수습 지휘에 나섰다. 홍콩에 체류 중이던 리처드 텅 공동 CEO 역시 밤을 지새우며 대응에 나섰다.

이들이 탈취 자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는 동안, 해커들 역시 발 빠르게 움직였다. 오후 5시, 해커들은 탈취한 스테이블코인 가운데 6000만 달러 상당을 가상화폐 대출 플랫폼 'Aave'에 예치했다.

이 스테이블코인은 이더리움 약 2만개(당시 기준 약 4460만달러 상당)를 빌리는 데 담보로 활용됐다. 자금 동결 기능이 있는 스테이블코인과 달리,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처럼 중앙에서 직접 동결하기 어려운 자산으로 바꿔 자금 추적과 동결을 피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낸스 해킹 [로이터=연합뉴스]

Aave 등 플랫폼은 결국 대출을 중단했으나 TRM랩스에 따르면 해커들은 결국 약 24억 달러 상당의 가상화폐 자산을 갖고 빠져나갔다.

바이낸스와 창업자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바이낸스 측은 오후 5시 15분 공식 입장을 내고 해킹 사실을 인정했다.

바이낸스는 이날 추가 공지를 내고 해커들이 탈취한 토큰의 90%를 벌충했다면서, 내달 1일부터 출금 서비스를 재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효진 기자(newhjnew@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