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채린 기자] 대한민국 대학이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가 현실화되면서 신입생 모집난은 더 이상 일부 지방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대학과 전문대학 역시 이러한 변화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과거에는 우수한 학생을 얼마나 많이 유치하느냐가 대학 경쟁력을 가늠하는 주요 기준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해 얼마나 지속 가능한 교육체계를 구축하느냐가 대학의 미래를 좌우하는 시대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대학의 역할과 기능을 재정립하는 동시에 교육제도 전반에 걸친 구조적인 변화가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대학을 획일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고 지원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대학별 특성과 지역 산업의 수요를 반영하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대학의 자율적인 학사 운영과 교육과정 개편을 가로막는 제도적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많은 대학이 학과 개편과 교육과정 혁신을 추진하고 있지만,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에는 여전히 제약이 적지 않다.
학생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공자율선택제를 확대하고, 대학 역시 산업 변화에 맞춰 학과와 교육과정을 유연하게 개편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대학에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기보다는 각 대학이 보유한 강점과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과 대학의 상생을 위한 정책도 더욱 실질적으로 추진돼야 한다. 교육부가 추진해 온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는 대학과 지방자치단체, 기업이 협력해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발전을 도모하는 정책이다. 2026년 추진되는 지역성장 인재양성체계 앵커(ANCHOR) 사업 역시 이러한 방향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업의 명칭이나 지원금 규모가 아니다. 지역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대학이 직접 양성하고, 졸업생이 해당 지역에서 취업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과 기업 간 협력이 단순한 업무협약이나 일회성 프로그램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산업 현장의 수요가 교육과정에 반영되고, 현장실습과 취업 연계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 가능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대학의 교육 대상도 청년층에서 전 생애주기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제 대학은 고등학교 졸업생만을 위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재직자의 직무능력 향상은 물론 중장년층의 재취업과 경력 전환, 은퇴 이후의 새로운 직업교육까지 담당하는 평생교육의 중심기관으로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평생교육과 정규 학위과정의 연계를 강화하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유연한 학습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학습자의 연령과 직업, 생활환경에 따라 교육 참여 방식도 다양해져야 한다.
특히 전문대학은 산업 현장과 밀접한 직업교육 역량을 바탕으로 성인학습자와 재직자를 위한 맞춤형 교육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학령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방안인 동시에 대학이 지역사회와 산업 현장에서 새로운 역할을 확보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고등학교 교육제도의 변화에도 대학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고교학점제와 학생 선택 중심 교육이 확대되는 만큼 고등학교에서 형성된 학생의 진로와 적성이 대학의 전공 선택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도록 고교와 대학 간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진로 탐색과 전공 체험, 공동 교육과정 운영 등을 통해 학생들이 대학 진학 이전부터 자신의 적성과 전공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러한 연계는 학생의 진로 선택권을 넓히고 대학 입학 이후의 학업 적응을 돕는 기반이 될 수 있다.
교육부의 대학 재정지원과 평가 방식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 단기적인 사업 실적이나 단순 취업률만으로 대학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의 질과 학생의 역량 성장, 지역사회 기여도, 산학협력 성과 등 다양한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대학이 단기간의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중장기적인 교육혁신을 추진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재정지원과 합리적인 평가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대학의 혁신은 단기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투자와 제도적 지원을 통해 성과를 축적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대학의 위기가 곧 고등교육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대학의 역할과 기능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하고 우리 교육제도의 한계를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다.
이제 대학은 학생을 기다리는 기관에서 벗어나 사회와 산업이 필요로 하는 교육을 선제적으로 제공하는 기관으로 변화해야 한다. 정부 역시 대학의 생존 문제를 단순한 정원 감축이나 구조조정의 관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대학이 자율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책무다. 대학 또한 기존의 운영 방식에 안주하지 않고 교육과정과 학사제도, 산학협력, 평생교육 등 전반에 걸친 혁신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결국 미래에 살아남는 대학은 단순히 규모가 크거나 오랜 역사를 가진 대학이 아닐 것이다. 시대의 변화를 빠르게 읽고 교육제도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며,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를 지속적으로 양성하는 대학이 미래 고등교육의 중심에 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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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채린 기자(crmo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