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서윤의 리테일씬] "다다음 날 깬다"던 그 술…캪틴큐, 11년 만에 완판 부른 비결

[구서윤의 리테일씬] "다다음 날 깬다"던 그 술…캪틴큐, 11년 만에 완판 부른 비결

11년 만의 귀환에 재고 검색 30만건…후속 한정판도 3만세트 준비
럼 원액·주정 섞던 대중 양주서 럼 원액 99% 제품으로 변신
녹색 병부터 숙취 밈까지 활용…추억에 호기심·가성비 더했다

[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누군가에게는 대학 시절 마셨던 술이고, 누군가에게는 인터넷에서 이름만 들어본 술입니다. "마시면 다다음 날 깨어난다"는 농담으로도 유명하죠. 11년 만에 돌아온 롯데칠성음료의 '캪틴큐' 이야기입니다.

과거 캪틴큐를 마셨던 중장년층부터 온라인에서 이름만 접한 젊은 층까지 구매에 나섰습니다. 편의점 앱에서 재고를 찾고 구매 후기를 공유하는 모습도 이어집니다.

2015년 생산이 중단됐던 술이 어떻게 세대를 가리지 않고 다시 관심을 끌게 됐을까요.

캪틴큐 과거 지면광고. [사진=롯데칠성음료]

편의점 앱 검색 30만건…돌아온 선장이 불러온 관심

캪틴큐의 귀환은 숫자로도 드러납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지난달 9~16일 세븐앱에서 캪틴큐를 검색한 횟수는 30만건을 넘었습니다. 같은 기간 전체 재고찾기 검색량의 15%입니다. 지난달 14일 먼저 선보인 '캪틴큐 보물상자' 패키지도 세븐일레븐이 준비한 물량이 하루 만에 소진됐습니다.

캪틴큐 보물상자 패키지. [사진=롯데칠성음료]

보물상자는 술만 담은 상자가 아닙니다. 캪틴큐 2병과 스테인리스 전용 잔, 기념주화를 넣었습니다. 전체 1만2000세트 중 출시 연도를 뜻하는 1980세트에는 1.5돈 상당의 순은주화를, 나머지에는 모형 주화를 담았습니다. 술을 사면서 상자 속 주화까지 확인하는 재미를 더한 것이죠.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29일 후속작인 '고장 난 캪틴큐 타임머신' 패키지도 공개했습니다. 준비 물량은 첫 패키지의 2.5배인 3만세트입니다. 이번에는 캪틴큐 2병에 수면안대와 '숙면 중' 문고리 카드를 넣었습니다.

'다다음 날 깨어나는 술'이라는 온라인 농담을 아예 패키지 콘셉트로 가져왔습니다. 실제 숙취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오랫동안 브랜드를 따라다닌 과장된 경험담을 유머로 활용한 것입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지우고 싶을 법한 기억까지 소비자가 알아보는 장치로 바꾼 셈입니다.

회사 자체 조사에 따르면 출시 후 2주간 캪틴큐의 온라인 언급량은 약 1만건을 기록했습니다. 구매 후기뿐 아니라 어디서 살 수 있는지, 과거에는 어떤 술이었는지 공유하는 콘텐츠가 이어졌습니다.

처음부터 럼향만 넣었을까…세 번 달라진 병 안의 술

그렇다면 캪틴큐는 원래 어떤 술이었을까요. 흔히 '주정에 럼향을 넣은 저렴한 양주'로 기억하지만, 출시 초기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캪틴큐는 1980년 1월 롯데주조가 선보인 럼 계열 양주입니다. 럼은 사탕수수를 원료로 만드는 증류주로, 곡물을 사용하는 위스키와는 다른 술입니다.

초기 캪틴큐는 럼 원액 19.9%와 주정을 혼합해 만들었습니다. 주정은 희석식 소주에도 사용하는 고순도 알코올입니다. 럼 원액만으로 채우는 대신 주정을 섞어 양주의 향과 분위기를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죠.

출시 당시 도수는 40도, 700㎖ 제품의 소매가격은 약 3000원이었습니다. 당시 고가였던 위스키 등과 비교해 접근하기 쉬운 대중 양주로 자리 잡으며 출시 첫해 1000만병 이상 팔렸습니다. 1985년에는 주머니에 넣어 다닐 수 있는 180㎖ 제품도 나왔습니다.

캪틴큐 과거 지면광고. [사진=롯데칠성음료]

광고에서도 고급 양주와는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또다른 양주의 세계"를 내세운 옛 광고는 멀게 느껴지던 양주를 친근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낚싯대와 술병을 나란히 놓은 광고에서는 "풍류와 익살을 즐기는 낚시꾼들의 소탈한 생활속에 잘 어울리는 양주"라고 소개했습니다. 특별한 날 격식을 차려 마시는 술보다, 취미와 일상에 곁들이는 대중 양주를 지향했던 겁니다.

제조법은 1991년 달라졌습니다. 주세법 개정에 따른 리뉴얼 과정에서 럼 원액이 빠지고 주정과 당시럽, 럼향, 캐러멜색소 등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이후에도 저렴한 대중 양주로 판매를 이어갔습니다. 많은 소비자가 기억하는 캪틴큐는 이 시기의 제품입니다.

그렇게 1980년 출시 이후 35년간 판매됐지만, 수입 주류가 다양해지면서 캪틴큐를 둘러싼 경쟁 환경도 달라졌습니다. 일부 불법업자들이 가짜 양주 제조에 제품을 악용하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캪틴큐 자체가 위조주는 아니었지만 브랜드 이미지에는 부담이 됐던 것이죠. 롯데칠성음료는 이런 사례가 주류 시장과 브랜드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해 2015년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캪틴큐 연출 이미지. [사진=롯데칠성음료]

이번에 돌아온 캪틴큐는 과거 제조법을 그대로 복원하지 않았습니다. 캐리비안 럼 원액 99%를 사용하고, 버번위스키 숙성에 썼던 오크통에서 1차 숙성한 뒤 PX 셰리 캐스크에서 추가 숙성했습니다. PX는 페드로 히메네즈를 뜻하며, 셰리 와인을 담았던 통을 활용해 풍미를 더하는 방식입니다.

병 모양과 짙은 녹색, 선장 캐릭터는 과거의 모습을 살렸습니다. 도수는 35도, 용량은 360㎖입니다. 판매가격은 9900원입니다. 겉모습은 추억을 불러오되, 맛을 결정하는 원료와 숙성 방식은 바꾼 것입니다.

술은 바꾸고 농담은 살렸다…추억에 재미·가성비 더했다

새로운 이름 대신 캪틴큐를 다시 꺼내 든 배경에는 단종 후에도 사라지지 않은 브랜드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캪틴큐는 2015년 생산이 중단된 뒤에도 온라인에서 꾸준히 언급됐습니다. 과거 제품을 마셨던 소비자에게는 경험담이 남았고, 마셔보지 못한 젊은 소비자에게는 "대체 어떤 술이었기에 이런 이야기가 나왔을까"라는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제품 판매는 멈췄지만 브랜드를 설명해주는 이야기는 계속 쌓인 셈입니다.

광고도 이 기억을 활용했습니다. 롯데칠성음료는 코미디언 이선민을 모델로 발탁해 1980년대 캪틴큐 광고를 재해석했습니다. 집에 모인 친구 세 명을 이선민이 모두 연기하고 옛 광고를 떠올리게 하는 음악과 연출을 더했습니다.

캪틴큐 광고 주요장면. [사진=롯데칠성음료]

지난달 28일 롯데칠성음료 공식 유튜브 채널 기준으로 티저 2편과 본편을 합친 광고 조회수는 1300만회를 넘었습니다. 댓글도 4800개 이상 달렸습니다. 본편은 공개 후 12일 동안 조회수 490만회를 기록했습니다.

옛 광고와 온라인 농담이 캪틴큐를 찾아보게 했다면, 1만원을 넘지 않는 가격은 직접 사보는 부담을 낮췄습니다. 추억이나 호기심으로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이 한 병 구매해볼 만한 가격을 제시한 겁니다.

세븐일레븐의 올해 1월 1일~10월 16일 위스키·양주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15% 늘었는데, 2만원 이하 상품 매출은 25% 증가했습니다. 캪틴큐는 추억을 내세우면서 실속형 고도주를 찾는 수요에도 올라탄 것입니다.

송승배 세븐일레븐 음료주류팀 담당 MD는 "최근 소비자들은 단순히 브랜드를 구매하는 것을 넘어 상품이 가진 역사와 비하인드 스토리, 즉 '서사'를 소비하는 경향이 매우 강해졌다"며 "캪틴큐는 중장년층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신선한 호기심과 즐거움을 선사하며 가성비 고도주 시장 인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초기 흥행은 공급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숙성한 럼 원액을 사용하는 만큼 단기간에 생산량을 크게 늘리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과거 캪틴큐를 즐겼던 소비자부터 영상 콘텐츠로 브랜드를 접해온 젊은 소비자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예상보다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며 "럼 원액 수급 등에 시간이 필요하지만 소비자의 관심에 부응할 수 있도록 제품 공급에 노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