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예진 기자] 부산광역시가 23년간 지역 생활폐기물을 처리해 온 강서구 명지자원에너지센터(명지소각장)를 2033년까지 폐쇄하기로 했다. 신규 소각시설 확보를 전제로 기존 시설의 운영을 이어가야 한다는 기존 방침에서 벗어나 노후 설비의 안전성과 유지관리 비용 등을 고려해 폐쇄 시점을 확정한 것이다.
전재수 부산광역시장은 30일 부산광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명지자원에너지센터 폐쇄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이날 브리핑에 앞서 부산시와 강서구는 시설 폐쇄에 필요한 사항과 생활폐기물의 안정적인 처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식에는 전 시장과 박상준 강서구청장, 강서구 지역 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번 결정에는 ‘환경기술 및 환경산업 지원법’ 제13조에 따른 기술진단 최종보고서와 지난 28일 부산시에 접수된 강서구청장의 공식 폐쇄 요청이 반영됐다. 시는 신규 소각시설 확충 여부와 별개로 기존 시설의 노후도와 안전성, 향후 운영 적정성을 우선 검토했다.

지난 2003년 10월 가동을 시작한 명지소각장은 하루 340t 규모의 생활폐기물을 처리해 왔다. 가동 이후 23년이 지나면서 주요 설비의 노후화가 누적됐고, 최근 한국환경공단이 실시한 기술진단에서도 폐쇄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진행된 진단에서는 소각설비와 폐열보일러, 대기오염 방지시설, 크레인, 변압기 등 설비 전반의 노후화가 확인됐다. 외관 상태는 비교적 양호하지만 핵심 설비의 내구연한이 지난 데다 대규모 보수를 진행하더라도 사용 기간을 크게 늘리기는 어렵다는 판단이다.
기술진단 결과에 따르면 시설을 계속 운영하기 위해서는 단기 108억원, 중장기 166억원 등 총 274억원의 보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노후 시설을 계속 가동하는 것보다 폐쇄를 추진하는 편이 안전성과 운영 효율성 측면에서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명지소각장 폐쇄는 생곡소각장 건립을 둘러싼 갈등과도 맞물려 있다. 그동안 강서구는 생곡소각장 신설에 반대하며 명지소각장의 조속한 폐쇄를 요구해 왔다. 반면 부산시는 대체 소각시설 확보가 우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양측의 견해차가 이어졌다. 이번에 시가 신규 시설 확충과 명지소각장 폐쇄를 별개로 결정하고 강서구와 협약까지 체결하면서 관련 논의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시는 2033년 폐쇄가 이뤄질 때까지 명지소각장의 안전 관리와 환경 감시를 이어갈 계획이다. 굴뚝자동측정기기(TMS)를 통해 배출가스를 상시 측정하고 그 결과를 공개하는 한편 주변 환경영향조사도 실시한다. 예산 범위에서 안전과 법정 기준 준수에 필요한 시설 개보수도 진행할 방침이다.
폐쇄 이후를 대비한 생활폐기물 처리 대책도 마련한다. 2030년부터 시행되는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에 대응하기 위해 소각시설 운영 효율화와 폐기물 감량, 재활용 촉진 방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부산지역 16개 구·군과 협의해 처리 책임을 분담하는 공동대응체계를 구축하고, 특정 지역에 폐기물 처리 부담이 집중되지 않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전 시장은 “행정의 신뢰는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에서 나오는 만큼 시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은 공식적인 절차와 검토를 거쳐 결정해야 한다”며 “명지자원에너지센터는 2033년 폐쇄를 목표로 안정적인 폐기물 처리체계를 구축하고 부산 전역의 폐기물 처리에도 차질이 없도록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부산=정예진 기자(yejin031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