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오른 휴머노이드…로봇 아이돌, 팬심까지 사로잡을까

무대 오른 휴머노이드…로봇 아이돌, 팬심까지 사로잡을까

KPR, 3종 로봇 아티스트 첫 공개⋯공연·모션 데이터 오픈소스로 개방
갤럭시코퍼레이션 등 엔터테크 확산 속 '일상 학습 파일럿' 주목

[아이뉴스24 설재윤 기자] 로봇이 산업현장과 가정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다. 사람을 닮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고난도 안무를 선보이는 데 이어 정식 음원과 뮤직비디오까지 내놓으면서 '로봇 아티스트'의 등장이 본격화하고 있다.

다만 정교한 움직임이라는 기술적 볼거리를 넘어 대중성과 팬덤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시장 안착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

로봇 아티스트 그룹 '치치앤키키' [사진=KPR]

종합커뮤니케이션그룹 KPR과 자회사 브라이트벨 크리에이티브 그룹은 최근 로봇 아티스트 그룹 '치치앤키키(CHICHI&KIKI)'를 선보였다.

치치앤키키는 휴머노이드 '치치'와 4족 보행 로봇 '키키'를 중심으로 듀얼암 로봇 '로그'가 객원 드러머로 참여하는 그룹이다. 치치는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G1, 키키는 4족 보행 로봇 Go2 계열 하드웨어를 활용했다.

KPR 측은 실제 로봇 하드웨어를 활용한 아티스트가 정식 앨범 발매까지 나선 사례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치치앤키키는 지난 29일 첫 앨범 '버전 1.0: 헬로, 월드!(VERSION 1.0: HELLO, WORLD!)'를 음원 사이트에 공개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공식 채널에서는 뮤직비디오도 선보였다.

앨범에는 '매직.EXE'와 '튜토리얼', '패치 노트' 등 3곡이 수록됐다. 앞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로봇의 연습과 신규 동작 학습 과정을 공유하고 오프라인 공연과 외부 협업으로 활동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기술 개발과 콘텐츠 제작을 총괄한 브라이트벨은 구조가 서로 다른 세 로봇이 하나의 음악에 맞춰 움직일 수 있도록 별도의 공연 시스템을 개발했다. 로봇별 균형과 위치를 유지하면서 안무와 장면 전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반복적인 시뮬레이션과 실제 기기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음악에 맞는 드럼 동작을 만드는 '악기 연주 스튜디오', 4족 보행 로봇용 '안무 설계 스튜디오', 세 로봇을 동시에 시험하는 '통합 스튜디오', 공연 현장에서 시작·전환·정지를 제어하는 '통합 컨트롤러' 등 4종의 소프트웨어를 자체 개발했다.

KPR은 치치앤키키의 데뷔를 계기로 로봇 개별 동작 50종과 첫 앨범 3곡의 약 9분 분량 공연 데이터를 공식 홈페이지와 오픈소스 플랫폼 깃허브를 통해 순차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다.

연구자와 개발자가 실제 공연 데이터를 활용하도록 지원해 로봇과 콘텐츠 산업의 저변을 넓히겠다는 취지다.

21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로봇복합문화공간 'GALAXY ROBOT PARK'(갤럭시 로봇 파크) 그랜드 오픈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로봇 아레나에서 로봇과 배우들이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정소희 기자]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피지컬 AI를 접목해 로봇 아이돌을 출범시키려는 움직임은 확산하고 있다. 앞서 지드래곤의 소속사인 갤럭시코퍼레이션은 2027년 상반기부터 휴머노이드에 인간의 안면과 페르소나를 부여한 로봇 아이돌을 순차적으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지난 5월 서울 강동구에 피지컬 AI 테마파크인 '갤럭시 로봇파크'를 공개하고 상설 공연장인 'K-팝 로봇아레나'에서 로봇 군무 공연을 선보였다.

당시 무대에 오른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 3대는 지드래곤의 '파워(Power)'와 '투 배드(Too Bad)', 태민의 '이데아' 등 6곡에 맞춰 팔을 흔들고 박자에 맞춰 몸을 튕기는 고난도 군무를 소화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자체 피지컬 AI 운영체제인 '소울웨어(Soulware)'를 통해 공개된 안무 영상을 3차원(3D) 시뮬레이션으로 복원하고 수천 회의 강화학습을 거쳐 로봇에 이식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지난해 말 조작자 1명이 로봇 1대를 제어하던 수준에서 지난 8월 기준 1명이 12대를 동시 제어하는 수준으로 기술을 고도화했으며 향후 100대 동시 제어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에서 학습한 안무 데이터를 네트워크로 전송해 일본, 중국, 두바이 등 세계 각지의 로봇이 동시에 동일한 공연을 펼치는 '글로벌 동시성'과 체력 한계가 없는 '상시 가동'을 로봇 아이돌의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갤럭시코퍼레이션은 연간 1000회 이상의 상설 공연과 함께 내년 초 미국 뉴욕 맨해튼에 상설 로봇 공연장을 개장해 글로벌 로봇 콘서트 투어에 나설 예정이다.

6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하는 동안 중국산 휴머노이드 로봇이 국정감사장에 등장해 시연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다만 로봇 아이돌이 인간 아티스트처럼 대중의 감정적 공감과 팬덤을 끌어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정교한 군무와 장시간 공연은 기술적으로 구현할 수 있지만, 대중이 아티스트에게 기대하는 개성과 서사, 소통까지 갖추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왕싱싱 유니트리 대표도 최근 로봇이 낯선 환경에서 음성이나 문자 명령만으로 대부분의 작업을 수행하는 기술적 전환점이 빠르면 2~3년, 늦으면 5~10년 뒤에 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휴머노이드는 범용성과 상황 판단 능력이 부족해 대규모 보급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는 의미다.

업계 관계자는 "로봇 아이돌은 가상 아이돌과 마찬가지로 초기에는 서브컬처 영역에서 출발해 대중이 쉽게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로봇의 문화 예술적 대중화에 기여하는 측면으로 바라봐야 한다"며 "치치앤키키에게 일상의 작은 행동을 선행적으로 학습시켜 개발자 커뮤니티에 순차적으로 공개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빅테크 기업들의 로봇 학습이 대부분 산업 현장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로봇은 일상 속에서 어떻게 행동을 배워나갈 것인지에 대한 과제를 안고 있다"며 "로봇을 단순히 아티스트로만 보지 않고, 문화예술 및 일상 분야를 선행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파일럿 로봇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설재윤 기자(jyseo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