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구서윤 기자] 정부가 국내에서 판매되는 담배 465개 제품의 유해성분 검사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일반담배뿐 아니라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에서도 발암성 성분이 확인되면서, 유해물질 발생을 줄였다고 강조해 온 전자담배업계의 설명도 검증대에 올랐다. 정부는 일부 성분의 검출량이 적다는 이유로 건강 위험이 낮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검사 결과를 활용한 오인 광고·홍보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9일 담배유해성관리정책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내 판매 담배의 유해성분 검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담배유해성관리법 시행 당시 판매 중이던 궐련 256개, 궐련형 전자담배 104개, 액상형 전자담배 105개 제품이 대상이다.
검사 대상 성분은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 각각 44종, 액상형 전자담배 20종이다. 중복 항목을 제외하면 총 46종이다. 기존 담뱃갑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타르·니코틴 함량과 일부 발암물질 명칭을 넘어 제품별 유해성분 함량을 공개한 것이다.
담배 연기에는 70종 이상의 발암물질과 7000종 이상의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 2023년 기준 직접 흡연으로 인한 국내 사망자는 약 7만명, 사회경제적 손실은 약 15조원에 달한다.
궐련 256개 제품에서는 모두 니코틴과 타르가 검출됐다. 포름알데히드와 벤젠, 카드뮴 등 국제암연구소가 지정한 1군 인체발암물질도 확인됐다. 개비당 니코틴은 0.8~2.6㎎, 타르는 11.7~40.4㎎, 포름알데히드는 39.5~181㎍ 범위였다.

궐련형 전자담배 104개 제품에서도 모두 니코틴과 타르가 검출됐다. 포름알데히드와 담배특이니트로사민류인 NNN·NNK 등 발암성 성분도 확인됐다. 개비당 니코틴은 0.1~1.2㎎, 타르는 10.3~32㎎, 포름알데히드는 5.4~12.1㎍이었다.
액상형 전자담배 105개 제품의 액상에서는 모두 니코틴과 프로필렌글리콜, 글리세린이 확인됐다. 포름알데히드는 대부분 제품에서, NNN·NNK와 비소는 일부 제품에서 검출됐다.
담배업계의 주요 쟁점은 이 같은 수치를 어떻게 해석하느냐다.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로스만스, JTI 등 주요 업체가 판매하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을 태우는 대신 가열하는 방식이다. 업계는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제품의 주요 특징으로 제시해 왔다.
이번 검사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일부 성분은 일반담배보다 낮은 검출 범위를 보였다. 다만 정부는 특정 성분의 검출량 감소를 제품 전체의 건강 위해성 감소로 해석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여러 유해성분에 대한 복합적인 노출과 흡연량, 흡연 기간, 흡입 습관 등이 건강 위험에 함께 영향을 미친다는 설명이다.
김현선 식약처 소비자위해예방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특정 성분이 적게 검출되었다고 해서 그 제품의 건강 위험이 낮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다.
검사 대상과 단위도 구분해야 한다. 궐련과 궐련형 전자담배는 사용 중 발생하는 배출물을 포집해 개비당 함량을 측정했다.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는 액상 자체를 검사해 그램당 함량을 공개했다. 액상형 제품의 수치를 궐련류 배출물 수치와 나란히 놓고 위해성을 비교하기 어려운 이유다.
타르 역시 수치만으로 제품의 위험도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타르는 담배 배출물에서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입자상 물질의 총량으로, 그 안에 포함된 개별 유해성분의 종류와 함량을 모두 보여주는 지표는 아니다.

정부는 공개된 검사 결과가 '덜 해로운 담배'를 홍보하는 근거로 활용되는 것도 경계했다. 특정 결과만 발췌해 상대적으로 덜 유해한 제품으로 오인하게 만드는 광고·홍보는 관련 법령에 따라 규제될 수 있다고 밝혔다. 향후 2주간 집중 단속을 실시한 뒤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기존 담뱃갑 표시와 이번 검사 수치 간 차이도 후속 과제다. 이번 궐련류 검사에는 담배 필터의 공기 유입 구멍을 막는 강화 포집법을 적용해 기존 표시 수치와 차이가 날 수 있다. 정부는 소비자 혼선을 줄이기 위해 법령 개정을 포함한 표시 방식 개선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날 함께 발표한 '제1차 담배 유해성 관리 기본계획(2027~2031)'에는 검사 성분과 제품 범위를 확대하는 방향이 담겼다. 무연담배·물담배 등으로 검사 대상을 넓히고, 제조 과정에서 사용하는 가향 성분 등 첨가물 정보를 분석해 관리 근거를 마련한다. 특정 성분의 사용을 금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합성니코틴 담배는 2027년부터 유해성분을 검사하고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액상형 전자담배는 액상뿐 아니라 배출물까지 검사할 수 있도록 표준 기기와 시험법을 개발한다. 유사니코틴은 올해 12월까지 진행하는 독성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범정부 관리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손영래 복지부 지역필수공공의료실장은 "담배 회사가 제출하는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데이터 관리 체계도 함께 구축할 예정"이라며 "이 정보를 금연 정책 연구와 흡연 예방 교육, 금연 홍보에 적극 활용하겠다"고 말했다.
담배업계도 공개 결과가 소비자 인식과 제품 선택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자칫 일부 수치가 제품 전체의 위해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만큼 해석과 대응에 신중한 분위기다. 한 담배업계 관계자는 "아직 드릴 말씀이 없다"라며 말을 아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공개된 검사 결과를 검토하고 있다"며 제품별 시험 조건과 성분별 특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하는 만큼,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가 전달될 수 있도록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구서윤 기자(yuni2514@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