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권서아 기자] 2022년 3월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이례적인 장면이 나왔습니다.
당시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이 갤럭시 S22의 게임최적화서비스(GOS) 논란으로 주주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습니다. 삼성전자는 곧바로 소프트웨어를 수정했고, 이후 제기된 국내외 소비자 소송도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그런데 4년 7개월이 지난 지금, 끝난 줄 알았던 GOS 논란이 다시 법정으로 향하게 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GOS에 따른 성능 제한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약 20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GOS 논란은 2022년 2월 갤럭시 S22 출시 직후 불거졌습니다. 고사양 게임을 실행하면 발열과 배터리 소모를 줄이기 위해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작동 속도가 제한됐는데요. 이전 제품과 달리 이용자가 이를 우회하는 경로까지 차단되면서 불만이 커졌습니다.
파장은 상당했습니다. 세계적인 성능 측정 사이트 긱벤치는 갤럭시 S22를 비롯해 S10·S20·S21 시리즈를 평가목록에서 제외했고, 이후 갤럭시 탭 S8도 퇴출했습니다. 일부 소비자는 집단소송을 준비했고, 소액주주들은 스마트폰 사업을 이끌던 노태문 사장의 사내이사 선임에 반대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2022년 3월 16일 주총에서 한종희 당시 부회장이 직접 사과했습니다. 그는 "주주와 고객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송구하다"며 고객의 마음을 처음부터 헤아리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노태문 사장도 임직원들에게 소통 부족을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삼성전자의 대응도 이뤄졌습니다. 같은 해 3월 10일 갤럭시 S22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게임 실행 시 CPU·GPU의 최대 속도 제한을 해제하고, 이용자가 성능을 우선하는 '게임 퍼포먼스 관리 모드'를 선택하도록 했습니다. 이후 다른 대상 기기로도 조치를 확대했습니다.
그렇게 GOS 논란은 조금씩 과거의 일이 됐습니다.
소비자들과의 법적 다툼도 사실상 끝났습니다. 지난해 6월 국내 1심 법원은 삼성전자의 광고가 기만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면서도 실제 손해와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며 손해배상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올해 2월 서울고등법원은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내렸고 원고와 조정참가인 1690명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지난 3월 확정됐습니다. 미국과 이스라엘에서 제기된 소송도 지난 9월까지 마무리됐습니다. 국내외 관련 소송 8건 가운데 삼성전자의 소비자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달 뒤 공정위의 판단이 나왔습니다.
공정위는 삼성전자가 게임 성능을 강조하면서 일부 고사양 게임에서는 최대 동작 속도가 제한된다는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 기만적인 광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삼성전자의 시정 노력은 인정했습니다. 당초 '중대한 위반행위'로 평가했던 사안을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낮췄습니다. 다만 관련 매출액 4조228억원에 0.5%의 부과기준율을 적용해 201억1400만원의 과징금을 잠정 결정했습니다.
삼성전자는 반박하고 있습니다. 공정위는 갤럭시 S22에서 '배틀그라운드: 뉴스테이트'를 실행하면 CPU와 GPU의 최대 속도가 각각 원래 최고 속도의 31.4%, 26.9% 수준으로 제한된다고 봤습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의 작동 속도인 '클럭'과 실제 게임 성능을 동일하게 볼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자체 실험에서는 클럭 상한을 적용했을 때 오히려 평균 초당 프레임 수(FPS)가 높고 기기 온도는 낮았다고 설명합니다.
공정위와 삼성전자가 다시 법정에서 따져야 할 부분입니다.

그런데 이번 처분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숫자가 있습니다. 201억원이 아니라 '4년 7개월'입니다.
공정위는 일반적인 발열 관리와 게임별 성능 제한의 차이, 클럭 작동 원리 등 기술적 쟁점을 검토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에도 11차례 이상 소명 기회를 제공했다고 밝혔습니다.
복잡한 기술 문제를 따져야 했던 만큼 충분한 검토가 필요했다는 설명입니다.
다만 그 사이 문제가 된 설정은 이미 바뀌었습니다. 당시 제품들도 최신 제품으로 상당 부분 교체됐습니다. 공정위 역시 이런 점 등을 고려해 이번 처분에 시정명령 사실을 별도로 알리는 공표명령은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삼성전자는 공정위 의결서를 받은 뒤 행정소송에 나설 예정입니다.
물론 소비자 민사소송과 공정위의 행정제재는 판단의 목적과 기준이 다릅니다. 소비자에게 제품의 중요한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는 원칙 역시 달라지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질문은 남습니다.
2022년 3월 삼성전자 경영진이 주주들 앞에서 사과했고 같은 달 소프트웨어를 고쳤습니다. 올해는 국내외 소비자 소송까지 모두 마무리됐습니다.
그리고 2026년 10월, 다시 GOS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시작됩니다.
4년 7개월을 검토한 끝에 나온 201억원의 과징금. 이제 법원에서는 GOS뿐 아니라 그 제재가 지금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함께 따져보게 됐습니다.
/권서아 기자(seoahkwon@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