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셀트리온이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 제조를 맡긴 휴마시스에 책임이 없는데도 3717만 개 물량의 위탁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가 과징금을 물게 됐다. 셀트리온은 행정소송을 내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셀트리온의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시정명령(재발방지명령)과 과징금 6억30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9일 밝혔다. 부당한 위탁취소에 5억9000만원, 서면 발급의무 위반에 4000만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2022년 12월 26일 진단키트 공급계약을 해지하면서 아직 납품받지 않은 진단키트 3717만 개의 제조위탁을 취소했다. 2차 발주분 186만 개와 7차 발주분 3531만 개다. 공정위는 수급사업자에게 책임을 돌릴 사유가 없다고 봤다. 하도급법 제8조 제1항이 금지하는 부당한 위탁취소라는 판단이다.
셀트리온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1월까지 7차례에 걸쳐 휴마시스에 진단키트 제조를 맡겼다. 이 과정에서 품목을 거듭 바꾸면서 변경 서면을 주지 않았다.
2021년 10월 21일 2차 발주로 전문가용(POC) 키트를 맡긴 뒤 이듬해 1월 일부를 개인용(OTC)으로 바꿨다. 3월에는 그중 일부를 다시 전문가용으로 돌렸다. 2022년 1월 22일 개인용으로 발주한 7차 물량도 3월에 일부를 전문가용으로 바꿨다가 5월께 다시 개인용으로 되돌렸다. 4차례 변경위탁이 이뤄졌지만 변경계약 서면은 한 번도 발급되지 않았다.
3차 발주에서는 서면을 늦게 줬다. 셀트리온은 2021년 11월께 제조를 위탁해 12월 1일부터 납품을 받았다. 품명·수량·단가를 적은 서면은 12월 16일에야 발급했다. 하도급법은 수급사업자가 작업에 착수하기 전에 서면을 발급하도록 하고 있다.
위반행위가 끝난 지 4년 가까이 지나 제재가 이뤄지면서 과징금은 종전 기준으로 산정됐다. 공정위는 위반행위가 개정 과징금 고시 시행일(2026년 8월 4일) 전에 종료돼 종전 고시를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개정 고시는 과징금 부과기준율과 정액과징금 기준을 높였다.
셀트리온은 같은 날 주주 안내문을 내고 "공정위 의결 결과를 존중하나 법리적으로 추가 소명이 필요하다"며 행정소송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셀트리온은 "본건은 공동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거래 당사자 간 민사 분쟁으로, 구조적으로 하도급법 적용 사안과는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휴마시스의 반복적인 납기 지연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고도 했다.
셀트리온은 안내문에서 민사소송 1심이 휴마시스의 공급 지연을 인정해 지체상금 약 38억8776만원 지급을 판결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같은 판결에서 법원은 셀트리온의 계약 해지를 인정하지 않았다. 셀트리온이 휴마시스에 미지급 대금 127억1072만원을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양측 금액을 상계하면 셀트리온이 약 88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안내문에는 이 내용이 없다. 셀트리온은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셀트리온은 위탁을 취소한 직후 휴마시스 자산에 가압류를 걸기도 했다. 휴마시스 공시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2023년 2월 계약 해제에 따른 선급금 반환채권 400억원을 근거로 휴마시스가 보유한 부동산의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가압류했다. 당시 휴마시스 자기자본의 19.8%에 해당한다. 법원은 휴마시스의 이의를 받아들여 올해 2월 120억원 공탁을 조건으로 가압류를 취소했다. 셀트리온은 즉시항고했다.
양측의 분쟁은 2024년 1월 본안 소송으로 이어졌다. 셀트리온은 휴마시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액을 600억원에서 1800억원대로 늘리기도 했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