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B] 삼성전자 IR의 아쉬운 하루…실적은 역대 최대, 소통은 물음표

[사이드B] 삼성전자 IR의 아쉬운 하루…실적은 역대 최대, 소통은 물음표

공시보다 먼저 퍼진 실적 자료…"주주환원안, 시장 기대 못 미쳐"

[아이뉴스24 박지은 기자] 29일 삼성전자 실적발표에 쏠린 기대는 평소보다 컸습니다.

10월 내내 부진했던 반도체주가 전날 SK하이닉스 실적발표를 계기로 반등했기 때문입니다. 인공지능(AI) 투자에 대한 우려가 완화됐다는 평가 속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주가는 각각 약 11%, 9% 올랐습니다.

삼성전자 서초 사옥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까지 직접 나서 시장과 소통한 다음 날이었던만큼, 삼성전자도 투자자들의 궁금증을 풀고 반등 흐름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 겁니다.

하지만 이날 삼성전자에서는 실적 자료의 공개 순서부터 혼선이 빚어졌습니다.

통상 오전 8시30~45분께 나오던 공시가 이날은 컨퍼런스콜 직전까지 늦어졌습니다. 보도자료도 공시 이후 배포한다는 방침에 따라 나오지 않았고요.

그런데 공시를 기다리던 기자들이 상세 실적 자료를 발견한 곳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이 아닌 증권사의 텔레그램방이었습니다.

한 대형 증권사의 테크팀이 텔레그램방에 삼성전자 공식 홈페이지에서 내려받은 PDF 파일을 공유한 것입니다. 확정 실적과 사업별 상세 내용이 담긴 자료였습니다.

2만5000명 이상이 참여하는 방에 자료가 올라온 시각은 오전 9시40분께입니다. 기자도 9시43분 파일을 내려받았습니다. DART에 실적 공시가 게재된 것은 그보다 뒤인 9시46~47분경이었습니다.

확인해보니 삼성전자가 특정 증권사에 자료를 미리 준 것은 아니었습니다. 증권사 측은 홈페이지에 공개된 파일을 공유했을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전자 측도 IR팀이 공시 전에 홈페이지에 자료를 올리면서 벌어진 내부 혼선이라고 밝혔습니다.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코스피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53포인트(0.30%) 오른 5,550.30으로 거래를 마쳤다. 2026.10.23 [사진=연합뉴스 ]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거래소에 공시 내용을 접수했지만 처리 지연으로 게시가 늦어졌다는 해명이 있었다고 합니다. 다만 이는 공시가 늦어진 경위에 대한 설명입니다. 홈페이지에 자료를 먼저 올린 이유까지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보도자료는 공시 이후 배포해야 한다며 기다리게 해놓고, 같은 회사의 IR팀은 상세 실적 자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했습니다.

공시나 기사를 기다린 사람보다 홈페이지나 텔레그램을 확인한 사람이 먼저 정보를 얻은 셈입니다. 자료 공개 시점을 관리하는 기준이 일관됐는지 묻게 됩니다.

뒤이은 컨퍼런스콜에서는 주주환원 발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삼성전자는 이날 보통주와 우선주 모두 주당 4601원, 총 30조원 규모의 현금배당을 결의했습니다. 큰 금액이지만 지난 8월 예고한 내용입니다.

올해 남은 주주환원 재원 55조~75조원은 현금배당과 상당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돌려주겠다고 설명했습니다. 우선주 매입 비중을 조정하겠다는 방침도 제시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최종 환원 규모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내년 1월 말 이사회에서 확정하기로 했습니다.

삼성전자의 HBM4 제품. [사진=삼성전자]

황민성 카운터포인트리서치 리서치 디렉터는 이날 실적발표 후 "삼성전자는 주주환원안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치면서 실적발표 중 주가가 하락해, 전일 상승분을 반납했다"고 평가했습니다.

황 디렉터는 삼성전자가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역대급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면서도 "주주환원안이 시장 기대 이상의 내용을 주지 못하면서 실적발표 중 주가가 하락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이는 기대치가 높아진 주식시장을 헤쳐나가야 하는 현실적인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 주가는 컨퍼런스콜 전 2% 넘게 오르다가 이후 장중 5% 넘게 하락하기도 했습니다.

주가 움직임을 컨퍼런스콜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최대 실적만으로는 높아진 시장의 기대를 충족하기 어려웠다는 평가를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삼성전자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95조3000억원, 영업이익은 107조4000억원입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4분기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습니다.

시장이 기다린 것은 기록적인 숫자에 더해 그 성과를 언제, 어떻게 주주와 나눌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었습니다. 앞서 열렸던 삼성전자의 2분기 컨퍼런스콜이 딱 그러했고요.

역대 최대 실적을 낸 날, 시장과의 소통은 지난 분기보다 뒷걸음쳤고 자료 제공에는 혼선이 있었습니다. 숫자가 높인 기대를 소통이 따라가지 못한 하루였습니다.

/박지은 기자(qqji0516@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