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 사업이 차량 판매를 넘어 운송사업자의 실제 운행 과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수소버스와 트럭을 공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차고지 충전시설 구축과 정비 교육, 실시간 차량 관리까지 지원한다. 지역에서 수소를 직접 생산해 공급하는 기반도 마련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이 겨냥하는 핵심은 상용차의 가동률이다. 승객과 화물을 운송하는 사업자에게 충전과 정비에 걸리는 시간은 배차와 수익성을 좌우한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성능에 충전 접근성과 정비 편의, 안정적인 연료 공급을 더해 수소 상용차를 선택할 이유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3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다음달 열리는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6'에서 자동충전 로봇을 활용한 청소트럭 충전을 처음 시연한다.
자동충전 로봇은 차량을 인식하고 충전구에 커넥터를 결합하는 과정을 자동화한다. 현대차그룹은 운전자 없이 24시간 충전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 운수사의 충전 편의와 충전소 운영 효율을 높인다는 목표다.
수소 상용차의 운행 현황과 주요 부품 상태, 이상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관제 솔루션 ‘블루링크 업타임 케어’도 전시한다. 장시간·장거리·고중량 운행을 고려해 내구성을 개선한 상용 수소 연료전지시스템도 처음 공개한다.
충전과 정비, 동력계 기술을 한꺼번에 선보이는 것은 차량의 운행 중단 시간을 줄이고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차고지부터 정비까지…운수사 안으로 들어간 현대차
현대차의 전략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사례는 지난달 선진그룹 등과 체결한 수소버스 보급 확대 업무협약이다.
선진그룹은 2032년까지 수소버스 480대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경기 김포·파주 차고지에 있는 기존 압축천연가스(CNG) 충전소를 수소충전소로 전환할 계획이다.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가 대용량 충전소의 구축과 운영을 맡고, 현대차는 차량 공급과 수소버스 특화 정비 교육을 지원한다.
버스 도입과 충전시설 전환을 하나의 계획으로 묶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차고지에서 수소를 충전할 수 있으면 별도의 충전소를 찾아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고 운행 일정에 맞춰 충전 계획을 세우기 쉬워진다.
정비 교육은 운수사가 기존 내연기관 버스와 다른 수소 동력계에 적응하고 자체적인 차량 관리 역량을 갖추도록 돕는다. 현대차가 차량 도입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운영 부담까지 줄이려는 이유다.

현대차는 앞서 KD운송그룹, K1모빌리티와도 수소버스 전환 협약을 체결했다. 주요 운수사와의 협력을 넓히며 충전 수요와 시설 구축을 연결하는 방식이다.
운수사에는 차량 운행에 필요한 기반을, 충전 사업자에는 실제 차량 도입 계획에 맞춘 사업 기회를 마련한다는 의미가 있다.
자동충전 로봇과 블루링크 업타임 케어도 이러한 운영 기반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기술이다. 충전 작업을 자동화하고 차량 이상을 사전에 파악하면 충전 대기와 갑작스러운 정비로 발생하는 운행 공백을 줄일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기술이 실제 가동률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운수사 현장에서 충분한 실증과 안정성 검증을 거쳐야 한다.
수소 직접 만들고 사업 전문가 영입…운행 경제성에 초점
수소 상용차의 운영 여건을 개선하려면 연료 공급도 함께 늘어나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1∼8월 국내 수송용 수소 소비량은 1만3711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했다. 수소차 보급이 늘면서 필요한 시간과 장소에 연료를 공급할 생산·운송·충전망의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7월 준공한 'HTWO ENERGY 청주'는 수소 공급 기반을 직접 확보한 사례다. 그룹이 직접 운영하는 첫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충전 복합사업장이다.
이곳에서는 지역 하수 슬러지에서 추출한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하루 약 500㎏의 수소를 생산한다. 수소전기버스 약 30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다.

현대차그룹은 충청북도·청주시 등과 협력해 2030년까지 하루 평균 생산량을 2톤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생산한 수소는 청주를 비롯한 충북 지역에 공급한다.
수소를 소비 지역과 가까운 곳에서 생산하면 외부 지역에서 가져오는 과정에 필요한 운반·저장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지역 수요와 생산시설을 연결해 공급 안정성과 경제성을 함께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차량의 가동률과 연료 공급의 경제성은 맞물려 있다. 운수사는 필요한 시점에 수소를 확보해야 배차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고, 공급 사업자는 지속적인 수요가 있어야 생산·충전시설을 운영할 기반을 갖춘다. 현대차그룹이 차량 공급과 충전시설 구축, 지역 수소 생산을 함께 추진하는 것은 이 수요와 공급의 연결을 강화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수소 사업을 이끄는 인사에서도 사업화에 무게를 싣는 방향이 나타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8월 HMG에너지&수소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한 홍은희 부사장은 bp에서 글로벌 수소 사업 개발을 총괄했다. 사업 수익성과 투자 타당성을 검토하고 고객 수요에 맞는 사업 모델을 발굴해 온 인물이다. 현대차그룹은 영입 당시 사업 개발·투자 검토·파트너십 구축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행보를 관통하는 기준은 수소차가 운송 현장에서 계속 선택받을 수 있는 운영 조건이다. 차고지 충전과 정비 지원으로 도입 부담을 낮추고, 연료 공급 기반을 확보하면서 자동화·관제 기술로 가동 효율을 높이려는 전략이다. 향후 경쟁력은 이 기반이 운송사업자의 운행 공백과 관리 비용을 얼마나 줄여주느냐에 달려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운행과 정비, 충전 전 과정에서 고객 편의를 높여 수소 상용차가 실제 운송 현장에서 신뢰받는 선택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