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90보다 조용하게…GV90이 풀어낸 '럭셔리'

G90보다 조용하게…GV90이 풀어낸 '럭셔리'

문 닫으면 고요한 실내…소음 발생·유입 함께 줄여
공조 장치 옮기고 시트 레일 숨겨 라운지 공간 구현
울 캐시미어 샘플 200종 평가…촉감에 내구성 더해

[아이뉴스24 송대성 기자] 제네시스가 GV90의 럭셔리를 구현하기 위해 손댄 곳은 눈에 보이는 내장재만이 아니었다. 실내를 차지하던 공조 장치를 옮기고, 흡차음재를 더 넓게 붙이기 위해 조립 순서를 바꿨다.

고급 소재를 고르는 작업도 마찰과 온도 변화에 견디는지 검증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승객이 느끼는 여유와 고요함을 확보하려면 부품 배치부터 생산 공정까지 달라져야 했다.

제네시스 GV90. [사진=현대차]

28일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GV90 테크데이'에서 개발진은 초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라운지 같은 공간을 구현한 과정을 설명했다.

안세진 제네시스프로젝트2실 상무는 "초기부터 이 차의 콘셉트는 공간의 혁신"이라며 "실내 공조 장치도 다 PE룸으로 옮기면서 실내 공간을 극대화했다"고 말했다.

목표는 넓은 차에 편안한 좌석을 넣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가족이 마주 앉아 대화하거나 업무를 볼 수 있도록 공간의 쓰임을 넓혔다. 정숙성도 이와 맞물린다. 외부 소음과 구동계 진동을 줄여야 차 안에서 대화하거나 쉬는 경험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G90보다 낮춘 노면 소음…문 닫힌 뒤의 차이에 집중

정숙성의 기준은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 G90였다. 이준수 제네시스소음진동시험팀 책임연구원은 "문이 닫히는 순간 세상과 단절될 수 있는 수준의 차폐감을 목표로 했다"며 "G90보다도 로드 노이즈 개발 목표를 한 단계 더 낮춰 설정했고 결과적으로 그 수준을 달성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안홍수 제네시스도장생기팀 팀장, 남택성 제네시스CFM팀 팀장, 유길상 제네시스외장설계팀 팀장, 안세진 제네시스프로젝트2실 상무가 28일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GV90 테크데이'에서 기술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송대성 기자]

제네시스는 쿼터 글라스와 테일게이트 글라스까지 차음 유리를 적용하고, 앞뒤 도어 유리에는 기존보다 두 배 두꺼운 차음 필름을 넣었다. 배선보다 흡차음재를 먼저 장착하도록 공정 순서를 바꿔 적용 면적도 넓혔다. 차체 골격 내부의 소음 전달 경로를 막는 한편, 4인승 네오룬에는 실내와 트렁크를 구분하는 컴포트 파티션을 적용했다.

외부 소음을 줄이자 모터 소음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문제가 생겼다. 하태원 제네시스전동화소음진동시험팀 파트장은 "고출력으로 만들다 보니 오히려 모터 소음은 악화되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개발진은 모터와 감속기를 잇는 축 구조를 바꾸고, 소음 유발 성분과 반대 위상의 전류를 주입하는 제어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진동을 일으키는 힘인 가진력을 최대 40% 줄였다는 설명이다.

평가 대상에는 지나치게 조용할 때 승객이 느낄 수 있는 불편함도 포함됐다. 잔향실·투과음 평가 등을 통해 소리의 크기뿐 아니라 말소리가 얼마나 명확하게 전달되는지도 확인했다.

28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열린 'GV90 테크데이'에 GV90이 전시돼 있다. [사진=송대성 기자]

이 책임연구원은 "같이 탄 승객들과의 대화 명료도 또한 확실히 확보할 수 있는 수준의 정숙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소음 수치를 낮추는 작업이 실내에서 대화하는 경험으로 이어지도록 한 것이다.

마주 앉는 공간…소재는 촉감과 내구성 함께 검증

라운지 같은 공간은 부품을 옮기는 데서 시작됐다. 전용 전기차 플랫폼 'eMP'를 기반으로 바닥 아래 통합 충전 제어 장치(ICCU)와 대시보드 속 공조 장치를 전방 PE룸으로 이동했다. 2열 시트 레일은 카펫 아래에 숨겼다. 앞좌석을 돌려 뒷좌석과 마주 앉을 때도 바닥에 돌출된 레일이 공간을 가로막지 않도록 했다.

안 상무는 "경치 좋은 곳에서 가족들과 야외 활동을 할 때 마주 보면서 대화하는 라운지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며 "업무 공간으로도 활용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을 제공한 측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 캐빈 카메라를 활용한 화상회의와 테이블 사용까지 고려해 시트 회전과 연결 구조를 설계했다.

손이 닿는 소재에는 자동차에서 견뎌야 할 조건을 반영했다. 울 캐시미어 원단은 고급 가구처럼 조직이 드러나는 입체감을 살릴수록 승하차 때 마찰에 따른 마모가 과제가 됐다. 원사 혼방 비율과 직조 구조, 후가공 조건을 달리한 200종 이상의 샘플을 평가한 이유다.

28일 인천 영종도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에서 열린 'GV90 테크데이'에서 전시된 GV90의 내부 모습. [사진=송대성 기자]

남택성 제네시스CMF팀 팀장은 "울과 캐시미어를 어떤 비율로 혼방하면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지 찾으려 노력했다"며 "200여 종 이상의 샘플을 만들어가며 수준을 찾아가는 과정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리얼 우드와 리얼 스톤은 부품마다 다른 무늬와 색을 한 차량 안에서 조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했다. 디자이너가 실물 견본집인 '마스터 북'을 만들어 선별 기준을 정했다. 뒷좌석 우드 플로어는 골프화를 신고 오르내리는 상황까지 시험했다.

남 팀장은 "천연 소재 고유의 아름다움을 살리면서도 플래그십 모델에 필요한 내구성을 갖추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영종도=송대성 기자(snowball@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