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세 만기 앞둔 올림픽파크포레온…귀한 매물에 '1년 계약'까지 [르포]

첫 전세 만기 앞둔 올림픽파크포레온…귀한 매물에 '1년 계약'까지 [르포]

59㎡ 전세 호가 13억원…입주 날짜도 맞춰야
집주인 실거주 시한 임박, 단기 임대도 등장
보증금 부담 커진 세입자, 면적 줄여 옮기기도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사진=나광국 기자]

[아이뉴스24 나광국 기자] "전셋값이 두 배 가까이 올랐는데 집주인까지 직접 들어온다고 하니 세입자들이 난감하죠. 자녀 학교 때문에 다른 동네로 가지도 못하고 보증금을 더 마련해 34평에서 25평으로 옮기는 분들도 있어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인근 공인중개사무소에서 27일 만난 한 중개인은 첫 전세 만기를 앞둔 세입자들의 어려움을 이같이 전했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옛 둔촌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총 1만2032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2024년 11월 입주를 시작해 당시 체결한 2년 전세계약의 만기가 순차적으로 돌아오는 시점이다. 통상 입주 2년차에는 기존 계약의 종료와 갱신, 신규 임대차가 맞물리며 전세 물건이 시장에 나오지만 현장에서는 매물 부족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실거주 의무 유예기간에 맞춘 '1년짜리 전세'까지 등장하면서 세입자들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전세 매물 품귀에 가격 급등…실거주 전환까지

전세 매물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단지 내 A공인중개사무소에서 전용 59㎡ 매물 현황을 살펴봤다.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단지 배치도를 펼쳐 보이며 418동과 420동, 424동에 나온 물건을 차례로 설명했다. 현재 계약 가능한 전세 매물 가운데 내년 2월 말까지 비교적 빠른 입주가 가능한 물건은 3건에 불과했다.

올림픽파크포레온 시세표가 붙어 있는 단지 내 공인중개사무소 [사진=나광국 기자]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2·3단지는 아직 물건이 많지 않고 현재 나와 있는 건 주로 4단지"라며 "예전에는 입주 두 달 전부터 집을 알아봤는데 지금은 매물이 부족해 3~4개월 전에 계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전용 59㎡, 84㎡ 전세보증금은 각각 13억원, 15억~16억원 수준인데 매물이 나오면 바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다"며 "집을 보지 않고 계약하려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전셋값도 크게 올랐다. 입주 초기 6억원 안팎이던 전용 59㎡ 전세보증금은 지난 9월 최고 13억원에 계약됐다. 전용 84㎡ 역시 8억~9억원대에서 16억5000만원까지 뛰었다. 매매가격도 전용 84㎡가 지난 9월 23일 30억원에 거래되면서 2022년 최고 분양가인 13억2040만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전세 매물이 부족한 배경에는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있다. 일반분양 물량 4786가구에는 2년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다. 2024년 주택법 개정으로 입주 시점이 3년 유예됐지만 전세를 놓았던 수분양자는 원칙적으로 2027년 11월까지 직접 거주를 시작해야 한다. 조합원들도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등을 고려해 실거주를 선택하는 사례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첫 전세계약 만기가 돌아와도 기존 물량이 신규 임대차시장에 충분히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게 현장 설명이다.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34평은 전세 물건이 조금씩 늘고 있지만 25평은 아직 많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일반분양자들이 실거주 기간을 채우기 전이라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1년짜리 전세' 등장…평형 줄이고 반전세로

매물 부족에 더해 계약기간마저 세입자가 원하는 대로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집주인들이 실거주 의무 이행 시점을 고려하면서 통상적인 2년 계약 대신 1년 안팎의 단기 거주를 조건으로 제시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기존 세입자가 퇴거했지만 집주인이 당장 입주하기 어려운 경우 남은 유예기간에 맞춰 단기 임차인을 구하는 것이다.

C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일반분양자는 최초 입주 가능일부터 3년 안에 들어와야 하는데 기존 세입자가 2년을 살고 나가도 집주인이 바로 입주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그럴 때 내년 11월 전까지 1년 미만으로 거주할 세입자를 찾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셋값 급등에 기존 세입자들은 같은 단지에서 평형을 줄이거나 반전세를 알아보기도 한다.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 전경 [사진=나광국 기자]

D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43평에 살던 세입자가 34평으로, 34평 임차인은 25평으로 옮기는 식"이라며 "자녀들이 이곳 학교에 다니는 가구가 많아 외부로 나가기보다 같은 단지 안에서 이동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평형을 줄이더라도 추가 자금 마련은 불가피하다. 전용 59㎡ 기준 13억원 수준의 전세금 마련이 어려운 세입자에게는 보증금 4억원에 월세 360만원인 반전세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인근 구축 아파트 전용 59㎡ 전세는 6억5000만~7억원 수준이다.

현장에서는 첫 전세계약 만기가 돌아와도 전세 매물이 크게 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복수의 중개사무소 관계자들은 집주인들이 세금 문제 등으로 직접 들어오고 있어 매물이 늘어나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대출규제로 기존 거주자들의 갈아타기까지 어려워지면서 주택 이동이 줄고 전세물량도 시장에 나오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도 세제 개편에 따른 집주인의 실거주 확대가 전세시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세금 부담을 고려해 직접 거주하려는 집주인들이 늘면 전세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런 움직임이 확산하면 전셋값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지만 실제 영향은 세제개편안의 국회 처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나광국 기자(nkk1183@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