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률 97%인데 개통은 또 연기…위례선 트램, 연내 운행 무산

공정률 97%인데 개통은 또 연기…위례선 트램, 연내 운행 무산

서울시·경찰청 법령 해석 이견에 교통안전심의 지연
내년 3월까지 안전진단 완료…상반기 중 개통 일정 발표 계획
트램 관련 법령·시설기준 미비…국토부에 제도 개선 건의

2월 20일 서울 송파구 마천역을 출발한 위례선 노면전차(트램)가 시운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이뉴스24 김한빈 기자] 위례선 노면전차(트램)의 올해 12월 개통이 무산됐다. 전체 공정률이 97%에 달하지만, 트램 운행구간의 법적 지위와 교통안전시설 설치를 둘러싼 관계기관 간 이견으로 필수 안전 절차가 지연된 데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내년 3월까지 안전진단을 마치고 상반기 중 확정 개통 일정을 발표할 계획이다.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2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위례선 트램 개통 관련 경과 및 추진계획 브리핑에서 "위례선 트램은 당초 목표했던 올해 12월 개통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며 개통 연기를 공식화했다.

마천~복정·남위례 잇는 5.4㎞…주요 시설 공사 마무리

위례선은 지하철 5호선 마천역과 8호선·수인분당선 복정역을 잇는 본선, 8호선 남위례역으로 연결되는 지선 등 총연장 5.4㎞ 구간에 조성되는 노면전차 노선이다. 정거장 12곳과 차량기지 1곳을 갖추며, 총사업비 3503억원이 투입된다.

국내 최초로 공중 전차선 없이 차량에 탑재된 배터리로 운행하는 무가선 방식을 적용했으며, 차량은 교통약자도 이용하기 편리한 초저상 구조로 제작됐다.

현재 궤도와 정거장, 차량기지 등 주요 기반시설 공사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운행에 필요한 차량도 모두 반입됐으며, 철도시설의 성능과 안전성을 확인하는 시설물검증시험이 진행 중이다.

그러나 개통에 필요한 안전 절차는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위례선은 전체 구간 5.4㎞ 가운데 약 1.2㎞ 구간은 보행자와 트램이 공간을 함께 이용하는 구간이다. 일반도로와 만나는 교차로도 13곳에 달해 자동차와 보행자가 트램 운행구간을 가로지르게 된다.

이 같은 구조를 두고 서울시와 서울경찰청은 트램 선로를 도시철도 전용 공간으로 볼지, 도로 공간으로도 인정할지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 이에 따라 교통안전시설 설치기준과 심의 범위를 둘러싼 협의가 길어지면서 개통 일정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임춘근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이 28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위례선 트램 개통 관련 경과 및 추진계획' 브리핑에서 발언 하고 있다. [사진=김한빈 기자]

교통안전심의 부결부터 대광위 조정까지…4년 넘게 이어진 협의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2022년 8월부터 서울경찰청과 교통안전시설 설치 방안을 협의해 왔으나, 2024년 11월 교통안전심의가 부결됐다.

이후 시는 국토교통부와의 협의를 거쳐 지난해 2월 트램 운행구간을 도로와 철도로 중복 지정하는 내용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하고, 법제처로부터 중복 지정 구간에서도 도로의 지위가 유지돼 교통안전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법령 해석을 확보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서울경찰청 교통안전심의에서는 차량·우회전 신호기와 횡단보도, 통행속도 제한 등 일부 안건만 가결됐고, 노면전차 신호기 관련 안건은 부결되면서 협의가 이어졌다.

이에 시는 국무조정실과 대통령비서실, 국민권익위원회 등으로 협의를 확대하고 행정심판 청구와 국토부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 갈등 조정 신청 등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지난 8월 20일 위례선 선로 밖 주변 도로 구간의 추가 시설물에 대한 교통안전심의가 가결됐다.

대광위는 지난 8월 27일 갈등조정안을 의결하고 9월 1일 서울시에 결과를 통보했다. 조정안에는 트램 주행구간 도로 지정, 공공기관에 한정한 도로 분야 교통시설안전진단 실시, 진단 결과를 반영한 서울경찰청 교통안전심의 추진 등이 담겼다.

이에 따라 시는 송파구 구간은 8월 31일, 성남시 구간은 9월 9일 각각 도로 지정·고시를 완료했다. 이어 지난 14일에는 한국도로교통공단과 계약을 체결하고 교통시설안전진단에 착수했다.

시는 내년 3월까지 교통시설안전진단을 마친 뒤 서울경찰청 교통안전심의를 거쳐 필요한 안전시설을 보완하고, 철도종합시험운행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실제 개통 시점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교통시설안전진단과 교통안전심의 결과에 따라 추가 설치해야 할 시설의 종류와 공사 범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임 본부장은 내년 3월 안전진단이 끝난 뒤 실제 개통까지 얼마나 걸릴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교통안전심의 결과에 따라서 안전조치를 위해 필요한 시설물의 종류가 확정될 것"이라며 "교통시설안전진단과 교통안전심의 결과의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는 시점인 내년 상반기 중에 개통 일정을 시민 여러분께 명확히 설명드리겠다"고 답했다.

추가 안전시설 설치 가능성에 대해선 "그간 얘기됐던 것들은 보행자의 횡단을 물리적으로 차단하는 차단기라든지, 트램의 운행속도 조정이라든지, 1.2㎞ 보행자 혼용구간 내 안전펜스 높이 조정 등이 있었다"며 "안전진단 과정에서 서울경찰청과 관련 전문가, 대광위 등과 협력해 합리적인 안을 만들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관계기관 협의체 추진…후속 절차 병행해 지연 최소화

서울시는 개통 지연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광위에 관계기관 협의체(TF) 구성도 요청했다. 시는 협의체를 통해 교통시설안전진단 단계부터 서울경찰청 등 관계기관의 의견을 수렴하고, 교통안전심의와 철도종합시험운행 등 후속 절차 중 병행 가능한 사항은 동시에 추진하는 '패스트트랙'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다.

개통 연기에 따른 운영인력 문제도 제기됐다. 임 본부장은 "현재 자회사가 설립돼 있는 상태고, 정원이 한 93명 정도 되는데, 일정 부분 임용 유예를 시켰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 성능시험이라든지 철도시설물 검증, 열차 운행계획 수립, 안전관리계획 승인, 영업시운전 등 사전 준비 사항들이 아직도 필요한 부분이 있다"며 개통 준비 과정에서 인력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통 연기 횟수와 관련해서는 "현재 파악한 바로는 2025년 9월, 2026년 8월, 2026년 12월, 그다음에 이번에 발표되는 사항"이라며 "교통안전심의라든지 관계기관의 쟁점 사항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당초 계획보다 일정 부분이 더 소요된다는 판단하에 일정 조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위례선 트램 노선도. [사진=서울시]

서울시는 위례선 사례를 계기로 트램 관련 법령 정비도 정부에 건의할 계획이다. 임 본부장은 "트램에 특화된 보행자 횡단시설 설치기준 등 관련 시설기준이 현재는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명확한 기준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도로교통법과 국토계획법, 도시철도법이 같이 혼재돼 있다"며 "실질적으로 트램을 위한 단일 법령 체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고 발생 시 경찰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가운데 어느 기관이 조사 주체가 되는지, 트램 운전자에 대한 형사처벌 특례와 운전면허·의무보험 기준 등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 본부장은 "국내 최초 트램 도입에 따른 안전 확보와 법적·제도적 정비 과정에서 개통이 지연돼 오랫동안 기다려온 시민 여러분께 송구하다"며 "남은 절차를 빠르고 안전하게 이행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김한빈 기자(gwnu20180801@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