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도은 기자]
"20년이라는 세월이 정말 끔찍할 만큼 빠르게 흘렀네요. 저에게 '노래선물'은 매일 만나는 반가운 친구입니다."

2006년부터 KBS 3라디오 '강원래의 노래선물'을 이끌어온 가수 클론의 강원래가 방송 20주년을 맞았다.
장애인과 소외된 이들을 위한 목소리로 출발해 두 바퀴 휠체어로 달려온 지난 20년은 그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강원래 씨는 25일 아이뉴스24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도 장애인으로서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마이크를 잡았을 당시엔 타인의 아픔까지 품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훨씬 컸다고 첫 방송을 되짚었다.
대한민국 장애인의 90% 이상이 후천적 사고나 질병으로 장애를 얻는 만큼, 그 역시 스스로를 받아들이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강원래는 "처음엔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벌어졌나 싶어 좌절하고 우울했지만, 이를 삶의 일부로 인정하고 '수용'하는 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며 "내가 장애인이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과연 다른 사람들의 아픈 상처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긁어줄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당시의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 "클론 5년, 휠체어 26년, DJ 20년… 숫자에 연연 않죠"

어느덧 흐른 20년이라는 숫자에 대해서는 "끔찍할 정도로 빠르게 지나갔다" 며 특유의 솔직한 입담을 건넸다.
강원래는 "클론으로 왕성하게 활동한 기간은 5년 남짓이지만 휠체어를 탄 지는 26년, 라디오를 진행한 지는 벌써 20년이 됐다"며 "하지만 숫자 자체에 의미를 두기보다는 오늘도 갈 곳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으며, 내 목소리로 누군가에게 즐거움과 위로를 줄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하는 큰 행복"이라고 말했다.
긴 시간 동안 개인적인 슬픔이나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었던 비결로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의 변화'를 꼽았다.
그는 사고 후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 강원래는 "'너 여기까지 오느라 참 힘들었지'라고 물으면 자꾸 힘들었던 기억만 떠올라 삶이 불행하게 느껴진다"며 "'여기까지 오느라 참 재밌었지'라고 질문을 바꾸니 하루하루가 기대되고 즐거워졌다"고 전했다.

■ '쿵따리 샤바라' 팬에서 물리치료사가 된 청취자… 양산까지 찾아가
20년간 부스를 지키며 만난 수많은 사연 중에서도 그의 마음속에 가장 깊이 남은 순간은 한 청취자와의 특별한 인연이다.
강원래는 "과거 '쿵따리 샤바라'를 좋아했던 한 팬이 제 사고 소식을 듣고 꿈을 물리치료사로 바꿨다는 사연을 보내왔다"며 "내 주변 누군가가 다쳤을 때 직접 치료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공부해 물리치료사가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경상남도 양산까지 직접 찾아가 만났던 기억이 아직도 가슴 뿌듯하게 남아있다"고 회상했다.
■ “가수는 노래 가사 따라가죠… 함께 ‘쿵따리 샤바라’ 외치며 힘내요”
마지막으로 그는 지난 20년 동안 매일 낮 시간을 함께해 준 '노래선물' 청취자들에게 깊은 감사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제가 언덕을 힘들게 올라갈 때 뒤에서 밀어주고, 눈물을 흘릴 때 닦아주던 청취자분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가수는 자기 노래 가사를 따라간다는 말이 있듯, 저는 밝은 '쿵따리 샤바라'를 불렀기에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으려 합니다. 청취자 여러분도 마음이 답답할 때 짜증 내지 마시고 '쿵따리 샤바라'를 외치며 힘내시길 바랍니다."
/인천=김도은 기자(dovely9192@inews24.com)